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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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철학'은 어렵다.

하물며 '철학적 생각'이라는 건 더더욱 내가 닿기 힘든 저 먼 곳의 단어 같기만 하다.

 

그런데 이 철학 수업이 쉽고 재미있다고 한다.

어느 한 철학자의 주장만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한 철학자들의 다양한 주장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나에게 따라와보라고 손짓한다.

평소 우리의 삶에 닿아있는 생생하고 살아있는 주제들로 호기심을 자아내고, 이런 생각도 한번 해 보라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철학이라는 안경을 끼고 보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평범한 것들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질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최고의 탐험 여행은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여행'이 아닐까?

자, 하얀 토끼를 따라 또 다른 이상한 나라로 여행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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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보내며 너무 평범하고,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 많은 철학자들은 질문하고 고민하고 답을 제시해 왔다.

 

저자는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우리를 일상 속 철학으로 끌고 간다.

 

우선 '감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감정이라는 것이 어떤 상황을 겪을 때 그에 맞게 생긴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감정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사실 없었다.

감정이 발생하려면 본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감정을 일으키는 경험의 본질은 또 무엇인지, 감정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에 대해 적절한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

저자는 적절한 예시와 관련 연구, 서로 대조되는 학자들의 이론 등을 순차적으로 제시하면서 철학적 사고에 빠지도록 우리를 끌고 간다.

그렇게 감정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사랑이 감정인가'로 이어지고, '감정 조작'이 일어나는 광고 분야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확대된다.

 

마지막은 '살다'라는 주제로 '죽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보통은 죽음이라는 건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로 여긴다. 그러다 내 주변에서 죽음을 경험한 순간 죽음과 삶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아진다.

그렇다면 '죽음이란 무엇인가?'라고 저자는 질문한다.

죽음이란 신체이 기능이 멈추는 것, 의식이 멈추는 것, 그리고 '삶이 기능이 돌이킬 수 없는 끝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뇌사와 심장정지 외에 세번째 정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여러 태도를 보여준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 중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주장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끔찍한 악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죽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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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그냥 그러려니 넘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고, 사고를 확장하고, 다양한 철학적 주장들 속에서 나의 생각을 찾아간다.

물론 다 읽은 지금 설명해 보라고 하면, 잘 설명할 자신은 없다.

그래도 많은 철학자들이 과거에 지독하게 고민하고 탐구해 온 결과물들을 현재의 우리가 자연스레 접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새삼 그분들이 존경스럽다.

 

여전히 철학은 쉽지 않은 주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이렇게 일상의 문제들에 대해 철학적 사고를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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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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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2)

선로에서 그 여자를 발견한 이후로 서서히, 께름칙한 무언가가 스미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때부터 어디서도 케이시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었다.

동생을 한 달 정도 못 보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건 그 애가 회복 중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켄징턴애비뉴에서 그 애가 모습을 감춘 시점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너무 오랫동안 퇴근하지 않던 그날처럼 차츰 불안해진다.​

 


-

필라델피아의 경찰관 미키 피츠패트릭은 켄징턴의 순찰을 담당하고 있다.

켄징턴애비뉴는 켄징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이 시작되고 끝이 나는 곳으로, 약물 중독자나 매춘부들이 거리에 그득하다.

 

이 곳에서 약물중독으로 죽은 시신이 발견될 때면, 미키는 동생 케이시가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케이시 역시 그 거리에서 일하는 마약에 중독된 매춘부였기 때문이다.

케이시는 한달 넘게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교살 흔적이 있는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뒤 같은 방법으로 살해된 여성이 2명 더 발견된다.

 

미키는 케이시의 친구 폴라가 한 달째 케이시를 거리에서 보지 못했고 아무도 케이시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라는 걸 듣게 된다.

미키는 케이시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녀의 페이스북을 뒤지고 케이시와 관련된 남자의 이름을 알아낸 후 그를 먼저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미키는 과거 자신의 파트너였던 트루먼에게 도움을 청하고 함께 케이시를 찾기 시작한다.​

 

미키는 케이시를 찾기 위해 다소 무모한 행동마저 해 버린다.

그리고 폴라에게서 살인사건과 관련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지만, 폴라는 경찰인 그녀에게 더 이상의 진술은 하지 않으려 한다.

 

케이시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종일 낮은 소리로 뎅뎅거리며 주의하라고 알리는 종소리를 무시하려고 나는 무진 애를 썼다.

듣지 않으려 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랐다.

거짓말보다 진실이 더 두려웠다.

진실은 내 삶의 모든 조건들을 바꿔버릴 테니까.

거짓말은 변함이 없었다.

거짓말은 평화로웠다.

나는 거짓말과 함께 행복했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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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그때(Then)과 지금(Now)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비록 지금은 마약중독자에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자로 살고 있지만, 케이시는 어린 시절 당당하고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다.

말이 없고 내성적인 미키가 친구들 사이에서 곤경에 처할 때면, 케이시가 구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엇나가기 시작한 케이시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다소 위험한 상황도 있고 미키에게 협조적인 사람들도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조금씩 케이시에게로 향해 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안타까운 사람은 케이시뿐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경찰이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미키 역시 안타까웠다.

세상에 나쁜 놈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미키와 케이시 모두 안타까웠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분명 솔직하지 못했던 어른, 그리고 불쌍한 아이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나쁜 어른으로 인해 자매의 삶이 더 피폐해지고 불행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범인에 대한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전마다 나는 속아 넘어갔다.

어떨 때는 그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역시 믿을 놈이 없구만,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꺼리는 마약중독자와 매춘부들이 득실거리는 거리에서 그들에게 나름의 정중함을 지키는 미키의 모습은 그들을 함부로 무시하고 깔보는 일부 경찰들의 모습과 대조되었다.

자연스레 부패한 경찰의 모습도 부각시켜 더 흥미로웠다.

 

며칠 전이었나, 청소년 마약 문제가 공익 광고로 나오길래 깜짝 놀라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이 소설 속 켄징턴 애비뉴가 우리와 상관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시급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은 두렵기도 하다.

 

-

​이 소설, 뭔가 어두우면서도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슬프면서도 마지막은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 진짜 다행이었다.

미키와 케이시에게 앞으로 따뜻한 일들만 있기를,

더이상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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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 언택트 미술관 여행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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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극장에서 5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듯 하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화가들이라 그들의 인생이 탄탄대로였으리라 예상했지만, 그들은 결코 녹록치 않은 현실을 이겨내고 결국은 후세에 이름을 떨친 화가들이 되었다.

도슨트 정우철이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는 고통과 인내, 슬픔과 기쁨이 공존해 있기에 더욱 애틋하고 감동적이었다.

 

+ '키스'로 유명한 황금빛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클림트의 유명한 그림들을 떠올리면 황금빛 '키스'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래서 그런 느낌의 그림들만 그린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역시 처음에는 당시 사회에서 요구하던 사실적인(사진같은)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그렇게 명성을 얻은 뒤 슬럼프가 찾아왔고 사랑하는 가족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는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빈 분리파를 만든다.

당연히 사회에서는 반발이 거셌고, 그럼에도 그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 나간다.

 

+ 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툴루즈로트레크'

사실 '툴루즈로트레크'라는 화가의 이름은 처음 들었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딱 5명이 소개되는 이 책에 등장했을까 궁금했다.

 

 

병약하게 태어나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귀족 사회에서도 약간 내쳐진 로트레크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고, 아버지와는 달리 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어머니 덕분에 그림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파리에서 생활하던 때 방문한 몽마르트르에서 자신을 특별하게 이상하다고 보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용기를 내게 된 그는 그곳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가 그린 포스터들은 현재 봐도 촌스럽거나 이상해보이지 않을만큼 세련되고 개성적이다.

오늘날에도 포스터에 많이 활용되는 기법들이 그에게서 시작된 것들이라니, 대단하고 놀랍다.

 

 

 

 

+ 성실의 아이콘, 프라하의 별이 된 '알폰스 무하'

'알폰소 무하'의 그림을 처음 본 게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그 뒤 첫 유럽여행 때 방문한 프라하에서 무하의 박물관을 우연찮게 방문했고, 아는 그림이고 예쁜 그림이라 기념품을 왕창 사 왔던 기억이 난다.

무하 역시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고 그림선과 그림 자체가 아름다워 창작의 고통 외에 생활고나 무명 시절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귀족의 후원으로 파리로 가지만, 그 귀족은 실적을 내지 못하는 그에 대한 후원을 끊어 버린다.

그러나 그는 인쇄소에 취직해 서브 아티스트로 일하며 언제나 그랬듯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그림을 그렸고, 서른 넷의 그에게 영화같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난다.

 

지금 봐도, 나처럼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무하의 그림은 아름다고 독특하고 신비롭다.

거기다 그는 자신의 거머쥔 행복 안에서도 나태해지지 않고 늘 성실하게 그림을 그렸고, 자신의 그림을 특정 사람들이 아닌 여러 일반 사람들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 독특한 개성의 인물화를 그린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이름은 조금 낯설지만, 그림을 보니 확실히 아는 그림이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그림들은 아마 누가 보더라도 그의 그림임을 알아챌 정도로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세상이 반대하는 사랑을 했고, 모딜리아니가 사망한 뒤 그의 아내 잔마저 그를 따라 자살했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평소 잔을 그린 초상화에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던 모딜리아니는 죽기 전 잔의 눈을 그렸다.

 

생전에 인정받는 화가였다면 그나 그녀의 상황이 조금이나마 달라지고 나아졌을텐데... 안타까웠다.

 

+ '인상파, '수련'하면 떠오로는 '클로드 모네'

모네 관련 책은 이전에도 많이 읽어서 그의 그림들은 익숙하지만, 그의 그림들은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어 다시 보고 또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다.

'인상파'라는 명칭은 누군가의 비난과 조소로 시작되었지만, 그 단어만큼 모네를 포함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설명할 만한 단어는 없는 듯 하다.

 

자신의 시력이 다하는 마지막까지 작품에 매진한 그의 모습이 경건해보인다.

언젠가는 그의 작품들을 실제로 볼 기회가 있을까?

그 거대한 아름다움에 압도되는 그 느낌을 경험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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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을 통해 인상적으로 느낀 화가는 로트레크와 무하였다.

로트레크와 무하의 포스터와 그림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봐도 세련되고 눈에 확 띄인다.

또 로트레크가 소외된 사람들을 그렸다는 점, 큰 부와 명성을 갖게 된 무하가 조국으로 돌아와 민족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그림들을 그렸다는 점도 존경스러웠다.

 

도슨트 정우철 님에게 듣는 화가들의 삶과 현실은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항상 노력했고 때로는 투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미술 극장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인공들은 누가 될지도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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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1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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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고전문학'의 분류에 속하는 작품들을 거의 읽은 적이 없었다.

대부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읽었고, 셜록 홈즈나 엘러리 퀸 등의 고전 추리문학을 조금 읽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너무나도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읽은 이 소설 <위대한 유산>도 이번에 처음 접했다.

 

아직은 1권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라는 아쉬움과 이제는 읽었다라는 만족감이 함께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

핍의 문장을 통해 보는 그 시대의 모습,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서 감동과 재치, 유머, 풍자까지 모두 느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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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은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누나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날 핍은 부모님이 묻힌 교회 묘지에 갔다가 탈옥수를 만나게 되고, 그의 협박으로 다음날 아침 빵과 파이 등을 갖다 주게 된다.

어린 핍은 주방에서 몰래 음식을 가져왔다는 걸 누나에게 언제 들켜 야단을 맞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그 후 핍은 럼플추크 숙부의 소개로 읍내 윗동네에 사는 '미스 해비셤'의 저택에 가게 되었다.

미스 해비셤은 은둔생활중이라 엄청난 부자에다 무서운 부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핍은 그 뒤 한동안 미스 해비셤의 저택으로 가 그녀가 시키는 놀이를 했고, 그녀의 양딸인 아름답고 도도하고 거만한 에스텔라를 사모하게 된다.

 

핍은 매형인 조의 도제가 되어 대장간에서 일하게 되는데, 4년이 지난 어느날 런던의 한 변호사가 찾아와 핍이 엄청난 유산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유산을 물려주는 이가 누군지 알려고 해서는 안 되고, 런던으로 가서 신사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에스텔라를 좋아하게 된 후로 자신의 처지나 모습이 부끄럽고 마음에 들지 않았었던 핍은, 드디어 초라한 현재를 벗어나 자신이 원하던 출세의 길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뻐한다.

 

 

 

 

-

처음에 핍을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어린 핍을 얼마나 막 대하는지 읽는 내내 깜짝 놀랐다.

그런 어른들만 있었다면 너무 안타까웠을텐데, 다행히 핍에게는 매형 조가 있었다.

 

조는 배움이 짧고 누나에게 꼼짝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어린 친구 핍에게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갖고 있었다.

핍이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걸 알고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핍을 축복하고 축하할 뿐이었다.

 

그것에 비해 어린 핍은, 말 그대로 어렸다.

분명 똑똑한 것은 틀림없겠지만, 생각은 어렸다.

에스텔라를 만나고 난 후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면서 조 역시 부끄럽게 여긴다.

 

런던에서 교육을 받으면서도 조를 포함한 과거의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은 여전하다.

조를 좋아하면서도 런던에서 만난 특정 친구들에게는 보여주기 싫은 이중적인 마음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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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권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조였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그지만, 가정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과분한 욕심 따위는 부리지도 않고, 현재 자신의 모습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살아가려는 사람이었다.

 

그에 반해 너무도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인 누나와 숙부, 정신이 조금 평범하지 않은(물론 재산도 평범하지 않지만^^) 미스 해비셤, 자신은 심장이 없다는 까칠하고 도도한 에스텔라, 고압적인 분위기를 마구 뿜어내는 변호사 재거스, 귀족적 망상에 젖어 사는 허버트의 어머니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매력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무섭기까지 했다.

특히 미스 해비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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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많은 성장과 지혜가 필요해 보이는 핍,

막대한 유산과 에스텔라에 대한 사랑, 이런 것들이 핍에게 어떤 사건과 경험과 아픔을 줄지, 그래서 핍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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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치훈.강효진 지음 / 책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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