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다! - 바깥 놀이 놀이깨비 그림책 4
이준선 그림, 우은선 글 / 걸음동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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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큰 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방학이 오기 전

눈이 펑펑 내려 운동장이 온통 하얗게 덮인 날,

반 아이들 궁둥이가 들썩들썩

선생님의 입에서 언제 나가자는 말이 나올지

초조하게 기다리며 살피는 눈망울들에

결국 이기지 못하고 다같이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오리를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눈 위에 글씨를 쓰면서

재잘재잘

시끌시끌

와글와글

함께 실컷 웃으면서

하이얀 눈밭을 신나게 뛰어 다녔습니다.

장갑을 안가져와서 울상이었던 아이들도

손 끝이 빨갛게 시려오는 것도 모르고

신나게 눈을 뭉치고 던지며

눈에 맞아도 뭐가 그리 좋은지

하하호호

꺄르르꺄르르

한참을 함께 웃어댑니다.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아이들은 그저 신나게 놀 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지저분하고 얼룩진 곳들도

가만가만 하얀 이불처럼 포근히 덮어주고,

마음 담아 꼭꼭 눌러 뭉쳐 굴리면

멋진 눈사람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그 위에 풀썩 하고 몸을 뉘여도

폭신하게 온 몸을 감싸주는 하얀 눈.

눈 오는 날은 세상이 온통 마법에 걸린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언젠가부터

눈이 오면 출퇴근길 걱정을 하기 시작했지만

입춘도 지나고 새봄의 어린 싹이 움틀거리는 요즘,

아쉬운듯 창밖을 바라보는 것은

이 겨울이 다 가기 전 펑펑 쏟아지는 눈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외치고 싶어서인 것 같습니다.

"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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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빛의 수수께끼 웅진책마을 117
김영주 지음, 해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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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핀 꽃

눈에 띌 듯

눈에 띄지 아니하며

중하지 않은 듯

중하다

조선시대 수라간 상궁들의 이야기는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조선시대 남자 요리사에 관한 이야기라니!

주인공 창이의 아버지인 '숙수'는

궁궐에서 임금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남자 요리사이다.

숙수라는 말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요리사라는 직업이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주목을 받는 일이지만,

아무리 손재주가 좋고 임금을 위해 일한다지만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남자 요리사로 살아가는 길이

남여가 유별하고 하는 일이 나누어져 있던 시대에

그들이 만들어 내는 맛 좋고 보기 좋은 음식들처럼

아름답고 편안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아버지의 일이 한편으로는 자랑스럽지만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는게 싫었던 창이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남들 눈치도 보여서

이어받아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다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직업에 대한 귀천과 편견이

어찌 조선시대 숙수에만 해당되는 일일까 싶기도 하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어떤 일이 가치있는 일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나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거나

또는 그저 성적에 맞는 진로를 정하는 일이

너무나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듯 하다.


창이의 아버지가 창이에게 낸 수수께끼를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낸다면 어떨까.


하나의 정답이 아닌 저마다의 정답을 찾아

다른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눈에 띌 듯 띄지 아니하고

중하지 않은 듯 중한

그런 자신만의 일을 찾아갈 수 있게 될까.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숙수'와도 같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멋진 어른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품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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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마드와 올리브 할아버지
한지혜.정이채 지음 / 문화온도 씨도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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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홉 살인 함마드는

여느 아이들처럼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

하지만 함마드가 학교로 가는

하나뿐인 그 길은 왜 이리도

멀고,

높고,

길고,

뿌옇고,

시끄럽고,

슬프고,

두렵기만 한 걸까요.

함마드가 살던 팔레스타인 지역은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어울려 살던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나크바"가 있기 전까지 말이죠.

(*나크바 : 아랍어로 대재앙이라는 뜻)

유대인들이 몰려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만들고

원래 그곳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기로 한 약속은 무참히 깨어져

팔레스타인 땅에는 지금도 커다란 분리장벽이 세워지고

정착촌과 철거가 끝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팔레스타인 인들을 점점 궁지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함마드가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세계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치 조각보처럼 여기저기로 흩어져

'점령당한 팔레스타인'으로 불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도,

그리고 전 세계 모든 나라들도 모두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지구라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데

어른들의 이기심과 정치 논리에 결국 희생되는 것은

왜 항상 죄없는 어린 아이들인 걸까요.

하지만 오늘도 함마드는 힘을 내서 씩씩하게 학교에 갑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부러진 올리브 가지를 운동장에 심어주며

평화롭게 학교에 갈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올리브 할아버지가 나누어 주실

깊은 뿌리와 굳센 등걸의 힘을 믿으면서요.

함마드의 등굣길이 더 이상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가득하지 않고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런 평화로운 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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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릭스 그림책향 31
오세나 지음 / 향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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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릭스 게임

START

게임이 시작되었다.


LEVEL 1 : GROW

가꾸기

가꾸기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평화롭고

식물과 동물들이 조화롭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한다.

푸른 숲과 파아란 호수,

각자의 영역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의 파괴자,

본인들이 이 게임의 지배자라고 믿고

제멋대로 게임의 룰을 바꾸어버린

인간이 등장하기 전까지.


LEVEL 2 : RAISE

기르기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동식물들은

오직 인간의 '쓸모'에 의해 분류되어

테트릭스 블록 속에 갇힌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좁은 공간에 더 많은 동물을

사육해야 하기 위해,

그리고 최대한 높이 쌓기 위해

치트키 블록을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테트릭스 블록 놀음을 하다보니

더이상 치트키도 듣지 않는다.

동물도,

식물도,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들이.

그렇게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모두가 저 아래로 파묻혀버렸다.


LEVEL 3 : BUILD

짓기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간들은 모든 생명을 앗아간 땅 위에

그들만의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모든 블록을 다시 규격화하고

게임의 룰과 추가 블록들은

모두 인간에 의해 재조정되어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쌓인다.

그렇게 더 이상

블록 하나도 더 들어갈 곳 없이

쌓고

쌓고

또 쌓은 끝에

짙고 어두운 회색빛 가득한

우울하고 음침한

그들만의 테트릭스 장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최고 점수를 획득한다.

PERFECT

이미 가득찰 대로 가득찬

진회색빛 게임 창 안에서

또다른 게임을 시작할 것인가?

WANT TO CONTINUE?

게임을 계속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LEVEL 4는?

.

.

.

.

.

우리가 이 게임을 계속한다면...

다음으로 테트릭스 속에 갇히게 되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지금 바로 바꾸지 않으면,

당장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더 이상 게임을 지속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두 눈 꼭 감고

그저 눈앞의 게임에 몰두할 것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이제라도 게임의 전원 버튼을

OFF

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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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망아지
안토니오 그람시 지음, 비올라 니콜라이 그림, 이민 옮김 / 이유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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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감옥에 갇혀 가족들을 만날 수 없는 상태라면,

그래서 그들에게 편지로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나는 편지 속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을까?

<여우와 망아지> 그림책은 이탈리아 공산당을 설립하고

국회의원이 되어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에 저항했던 안토니오 그람시가

감옥에서 고통받는 중에도 가족들에게 남긴 에세이집

「감옥에서 보낸 편지」중 아들 델리오에게 보낸 편지를 담고 있다.

망아지가 태어날 때를 어미 말과 함께 기다리며

공격할 때를 호시탐탐 노리는 여우.

망아지가 태어나자 마자 연약한 꼬리와 귀를 쓱싹 먹어버려

사르데냐에는 꼬리와 귀가 없는 말이 가끔씩 눈에 띄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 돼지에게 먹일 도토리를 주우러 갔을 때

나무 아래 조용히 아름다운 꼬리를 깃발처럼 쳐들고 앉아있던 여우는

겁을 주어도 도망가지 않고 진짜 총소리가 들릴 때까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 도망가지 않고 있었다.

그람시는 아들에게 왜 이런 이야기를 편지로 남겼을까?

몇 번을 다시 읽어 보아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아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절대적인 선이나 악은 존재하지 않으며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자연 속에서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을까?

살면서 어떤 어려움이 닥칠 지라도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잃지 말라는,

세상에 태어난 어떤 존재도 모두 소중하다는

그만큼 그에게 델리오도 표현할 수 없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그런 뜻을 담고 있는 건 아닐까 짧게나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내가 딸에게 편지를 남긴다면

어떤 내용을 적게 될까, 또 적어야 할까.

가만히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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