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자기소개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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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가 되면 늘 떨리고 고민되는 자기소개.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어색함을 이겨내고 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비단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린이들에게는 ‘자기소개 시간에는 무엇을 말하면 좋을까?’는 고민이, 교사와 부모들에게는 ‘자기소개 시간에 어떤 내용을 말하도록 지도하면 좋을까?’라는 같은 듯 닮은 고민이 존재한다. 물론 이름, 나이, 특기, 취미, 장래희망 같은 전통적인 자기소개 주제들이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막상 아이들에게 이러한 내용들로 자기소개지를 작성하도록 하면 “저는 특기가 없는데요?”, “저는 잘하는게 없는게 뭘 써요?”, “저는 장래희망을 아직 못정했는데요?”라는 질문이 돌아오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주고 어떤 내용을 쓰도록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열두살 자기소개>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런 고민을 가진 양육자나 교사들에게 자기소개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특기’, ‘취미’, ‘장래희망’ 처럼 범위가 넓고 모호한 주제가 아니라, 누구든 스스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생각해낼 수 있는 자기소개 주제들이 가득 들어 있다.

게다가 각각의 주제별로 다른 친구들이 소개한 자기소개 예시글과 함께 박성우 시인님의 친절하고 다정한 마무리 편지를 읽으면 ‘나는 내가 좋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소개해도 괜찮아’라는 자신감이 절로 마음속에 몽글몽글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교사로서는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주제들이 자기소개 시간 뿐만 아니라 ‘나 탐색하기’ 글쓰기 주제로도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글쓰기 지도를 해나가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나도 매주 아이들에게 글쓰기 주제를 내주어 꾸준히 글쓰는 습관을 길러나가도록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매주 어떤 주제로 글쓰기를 하도록 하면 좋을지가 고민이었다. 여러 선생님들이 공유해주신 좋은 글쓰기 주제들을 참고해보기도 하지만, 딱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선별해서 내주곤 했다.
그런데 <열두살 자기소개> 차례를 가만히 살펴보니 이 책에 나온 30개의 주제들이 너무나 훌륭한 ‘나’ 글쓰기 주제인 것이다. 각각의 주제들이 흥미롭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아이들이 나 자신을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교사로서는 아이들을 더 잘 파악하고 개인 상담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주제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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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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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를 그려본 적이 있다. 시간차를 얼마 두지 않고 그린 두 번의 캐리커처는 나 자신마저도 낯설 만큼 너무나 달라서 놀랐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나’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두 작가가 펼쳐낸 작품은 그가 본 내 모습 중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도드라지게 표현하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캐리커처 작가의 실력이 천차만별이구나’ 정도의 불만섞인 푸념을 했었는데, 이 책 <캐리커처>를 읽고 나니 꼭 실력의 차이만은 아니었을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태어난 이상, 내가 바라보는 나와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일치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라는 건 그 상대의 수만큼 존재한다. 캐리커처를 그려준 화가가 서로 다른 나의 모습을 부각시켜자신만의 ‘나’를 그려주었던 것처럼. 아마 또 다른 캐리커처 샵에서 내 모습을 그려달라고 부탁한다면 아마 앞의 두 그림과는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이 도화지 위에 펼쳐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에게 그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 중 좋은 부분만을 취사선택해서 과장, 확대하여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정도일까. 


그러므로 모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건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일이다. 성별, 출신지, 나이, 국적, 성적, 재산, 사회적 지위, 외모, 능력, 신체적 조건 등… 셀 수 없이 많은 변수들 곱하기 나와의 관계라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형성되고 그 결과값에 따라 우리는 어떤 한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여 어떤 관계를 맺을지를 결정한다. 이렇게 기울어진 세상 위에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천만 년처럼 느껴졌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텅 비었던 하루도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어 그렇게 끝난다. 공평하고 단호하게, 기쁘고 또 슬프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는 무언가 절실한 열망 하나가 내 안에서 끝나 간다는 걸 알았고, 그게 어떤 모습으로인가 다시 시작되리라는 것을 알았다.-139쪽”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그저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며 끊임없이 변화해나가는 내 캐리커처를 스스로의 힘으로 조금씩 완성해 가려고 노력하는 것에 불과하다. 어쩌면 그렸던 모습을 모두 다 지우고 처음부터 새로 그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벅차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캐리커처>소설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잠시 미소지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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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라를 회복할 것입니다 - 독립운동가 45인의 말
김구 외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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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우리 민족에 다시금 환한 빛이 내려앉은지 벌써 강산이 여덟 번 바뀔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오늘의 찬란한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혹독한 일제 치하에서도 끊임없이 주권 회복을 위해 용기내어 외치고, 말과 글로써 교육하고, 애써준 독립운동가 분들 덕분이다.

이 책에 실린 45인의 대표 독립운동가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로 온 생을 걸어낸 수많은 분들의 고귀한 신념과 용기를 이어받아 더욱 아름답고, 살기좋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각자의 책임을 다하며 용기있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흔들리고 의심이 들 때마다45인의 독립운동가 분들이 묵직히 건네주시는 글들을 읽고 필사하며 다시금 올바른 삶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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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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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에 서 있는 것과 같다.”

누군가는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인간은 본래 고독한 존재라고 한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은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고독함을 느끼고 때로는 그 속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사람 인(人) 이라는 한자는 두 사람이 어깨를 기대어 서있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혼자서 두 다리로 곧게 서있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책 속 주인공인 지안처럼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을 때만이 나의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고, 온전히 나 자신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보고 싶다고 하는 그녀를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주는 현주 언니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부족하고 실수 투성인 나의 무인도를 진정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갈 용기를 낼 수 있다.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고 파도가 높아져도 바다 속 깊이 들어가면 잔잔하고 고요한 침묵만이 가득할 뿐이다.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도, 계속 피할 수도 없지만 바다 속으로 들어가볼 수는 있다. 그것이 아마도 세상이 만들어내는 소란한 소음들에서 벗어나 그저 나 자신의 마음속 풍경을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숨이 차서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지면 잠시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다시금 크게 숨을 불어넣어 주면 그뿐이다.반복되어 익숙해질수록 마치 바다와 내가 한 몸이 된 것처럼 분명 나는 더욱 커지고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 보이는 풍경은 이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각자의 무인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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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숲 The 그림책 4
조수경 지음 / 한솔수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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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숲이 있다면

지금 내 마음 속에는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어떤 꽃이 피어나고

어떤 새들이 지저귀고 있을까요.

어떤 날은 내 마음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지금 어디에 와있는지

지도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막막하기만 합니다.

어떤 날은 마치 비밀의 화원처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내 마음숲을 꽁꽁 숨겨놓고

마치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가면 속에 진짜 얼굴을 감춘 채

마치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살아가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살아내느라

가면은 점점

더 두터워지고

갯수를 더욱 늘려가며

때로는

가면이 나인지, 내가 가면인지

혼란스러워집니다.

혼자 남겨진 시간 속

외딴 방을 가득 채운 수많은 얼굴들 중

잃어버린 내 얼굴이 어떤 것인지

지금 내 모습은 진짜 내가 맞는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마음숲을 헤매다 보면 찾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발버둥쳐보아도

두려움으로 꽁꽁 묶인 채

그저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힘껏 용기내어 고개를 들어봅니다.

아련한 기억의 바람과 함께 다가온 누군가가 보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아무런 걱정없이

그저 깔깔대며 즐겁게 뛰놀았던 시절로 돌아가

나의 마음숲 속 호수를

걱정없이, 편안하게 들여다봅니다.

드디어 나를 만났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아닐까요.

더 늦기 전에,

주변이 모두 무채색으로 물들어버리기 전에,

푸르렀던 내 마음숲 속으로

저벅저벅, 풍덩

들어가보아야겠습니다.

같이 가요,

나와 함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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