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망아지
안토니오 그람시 지음, 비올라 니콜라이 그림, 이민 옮김 / 이유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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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감옥에 갇혀 가족들을 만날 수 없는 상태라면,

그래서 그들에게 편지로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나는 편지 속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을까?

<여우와 망아지> 그림책은 이탈리아 공산당을 설립하고

국회의원이 되어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에 저항했던 안토니오 그람시가

감옥에서 고통받는 중에도 가족들에게 남긴 에세이집

「감옥에서 보낸 편지」중 아들 델리오에게 보낸 편지를 담고 있다.

망아지가 태어날 때를 어미 말과 함께 기다리며

공격할 때를 호시탐탐 노리는 여우.

망아지가 태어나자 마자 연약한 꼬리와 귀를 쓱싹 먹어버려

사르데냐에는 꼬리와 귀가 없는 말이 가끔씩 눈에 띄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 돼지에게 먹일 도토리를 주우러 갔을 때

나무 아래 조용히 아름다운 꼬리를 깃발처럼 쳐들고 앉아있던 여우는

겁을 주어도 도망가지 않고 진짜 총소리가 들릴 때까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 도망가지 않고 있었다.

그람시는 아들에게 왜 이런 이야기를 편지로 남겼을까?

몇 번을 다시 읽어 보아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아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절대적인 선이나 악은 존재하지 않으며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자연 속에서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을까?

살면서 어떤 어려움이 닥칠 지라도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잃지 말라는,

세상에 태어난 어떤 존재도 모두 소중하다는

그만큼 그에게 델리오도 표현할 수 없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그런 뜻을 담고 있는 건 아닐까 짧게나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내가 딸에게 편지를 남긴다면

어떤 내용을 적게 될까, 또 적어야 할까.

가만히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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