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릭스 그림책향 31
오세나 지음 / 향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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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릭스 게임

START

게임이 시작되었다.


LEVEL 1 : GROW

가꾸기

가꾸기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평화롭고

식물과 동물들이 조화롭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한다.

푸른 숲과 파아란 호수,

각자의 영역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의 파괴자,

본인들이 이 게임의 지배자라고 믿고

제멋대로 게임의 룰을 바꾸어버린

인간이 등장하기 전까지.


LEVEL 2 : RAISE

기르기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동식물들은

오직 인간의 '쓸모'에 의해 분류되어

테트릭스 블록 속에 갇힌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좁은 공간에 더 많은 동물을

사육해야 하기 위해,

그리고 최대한 높이 쌓기 위해

치트키 블록을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테트릭스 블록 놀음을 하다보니

더이상 치트키도 듣지 않는다.

동물도,

식물도,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들이.

그렇게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모두가 저 아래로 파묻혀버렸다.


LEVEL 3 : BUILD

짓기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간들은 모든 생명을 앗아간 땅 위에

그들만의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모든 블록을 다시 규격화하고

게임의 룰과 추가 블록들은

모두 인간에 의해 재조정되어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쌓인다.

그렇게 더 이상

블록 하나도 더 들어갈 곳 없이

쌓고

쌓고

또 쌓은 끝에

짙고 어두운 회색빛 가득한

우울하고 음침한

그들만의 테트릭스 장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최고 점수를 획득한다.

PERFECT

이미 가득찰 대로 가득찬

진회색빛 게임 창 안에서

또다른 게임을 시작할 것인가?

WANT TO CONTINUE?

게임을 계속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LEVEL 4는?

.

.

.

.

.

우리가 이 게임을 계속한다면...

다음으로 테트릭스 속에 갇히게 되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지금 바로 바꾸지 않으면,

당장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더 이상 게임을 지속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두 눈 꼭 감고

그저 눈앞의 게임에 몰두할 것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이제라도 게임의 전원 버튼을

OFF

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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