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나라의 쪼마
김용철 지음 / 이야기꽃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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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꽃 출판사의 신간 그림책

<구름 나라의 쪼마>를 이야기꽃 응원단으로 만났다.

하늘색 면지에 커다랗게 쓰여있는 작가님의 친필싸인이

마치 티벳의 높고 푸른 하늘 위에 떠있는 구름들 같다.

티벳의 아름다운 꿈,

읽기 전부터 기대 가득이었다.

 

 

신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천상의 땅, 티벳

 

티벳 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풍겨오는 신령함

높고 하얀 히말라야를 품고 있으며

달라이 라마라는 위대한 지도자를 가진 나라.

그리고 이 아름다운 땅을 둘러싼 안타까운 갈등의 역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티벳은

눈부신 아름다움 만큼이나 슬픔도 느껴집니다.

 

이곳에 사는 양치는 아이 쪼마,

비도 잘 내리지 않고 풀도 거의 없지만

쪼마는 매일같이 양들을 몰고 풀을 찾아 다닙니다.

 

'하늘은 맑음, 내 마음은 흐림.'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쪼마의 마음을 흐리게 만든 건 무엇일지 궁금하던 차에

갓 태어난 새끼 양이 하얀 구름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말죠.

 

그리고 쪼마는 새끼 양을 찾기 위해

구름 나라 이곳저곳을 살피며

다양한 구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요.

그리고 구름이 품어주는 향긋한 꿈 속에서

아기 시절 쪼마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한참을 헤매다가 잠이 든 쪼마,

잠에서 깨자 온갖 구름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는

생일파티 잔칫상 한쪽에서 구름 채소와 구름 과일을

맛나게 먹고 있는 새끼 양을 발견해요.

 

구름나라에서 열린 생일파티는

누구를 축하해주기 위한 걸까요?

 

"우리 구름 나라는 날마다 생일이야!"

"우리는 매일 새로 태어나니까!"

"쪼마, 네 생일이기도 하지. 축하한다."

 

내가 태어난 날, 생일파티는

1년에 한 번만 할 수 있는 건줄 알았는데

구름 나라에서는 매일이 생일이고 새로 태어납니다.

 

매일 잠을 자고, 꿈을 꾸고,

다시 깨어나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내가 이 세상에서 다시금 생명을 얻어

새로 태어나는 기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힘들고, 무료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앞에 펼쳐질 새날들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기적같은 순간을 가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일 파티가 끝나면 구름은 땅으로 내려와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고,

마른 땅이 힘껏 그것을 빨아들여

다시금 초록풀을 피워낼 수 있게 해줍니다.

 

내가 살아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매일 새로 태어나며

다른 생명들을 품어 살릴 수 있는

가치있고 고귀한 여정이 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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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마을
신나군 지음 / 월천상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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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정보와 SNS, 메신저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

눈만 뜨면 새로운 소식과 정보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고, 사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의미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진짜 궁금한 것인지 궁금함을 강요당한지 모른 채

눈과 귀와 모든 감각을 빼앗겨버린 채로

핸드폰 속 또다른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림책 속 컵마을 사람들처럼

각자가 하나의 컵처럼 부유하는 세상.

나의 컵 세상 하나 지키기에도 벅차다고 느끼며

내 컵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도움이나 관심이 필요한 사람은 없었는지 둘러볼 겨를이 없다.

어쩌면 바로 옆에 살고 있었으면서

서로가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느날 산책하며 만난 쪼꼬에게 내민 손,

그리고 시선을 밖으로 돌려 바라보니

누군가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었던 수많은 강아지들과

용기가 없어서 미처 다가서지 못했던

컵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아주 작은 멈춤, 그리고 바라봄이 아닐까.

나의 컵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시선을

밖으로 잡아 끌어내어

컵 밖의 더 생기있고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세워져 있던 컵이 우연히 쓰러지며

모두가 컵을 옆으로 쓰러뜨려 사는 모습에서

세상을 바꾸는 건 아주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는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용기있는 누군가가 나서주길 기다리기보다

내가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작가의 아름다운 시선과 메시지에 감사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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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탈출 웅진 모두의 그림책 51
김소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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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감옥의 쇠창살을 연상시키는

그림책 덧표지 속을 살펴보니

여러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덧표지를 벗겨내고 나면

탈출한 동물을 잡기 위해 출동한 사람들이 보인다.

다시 덧표지를 씌우면

시치미를 떼고 있는 얼룩말 무늬 속에

마치 감옥처럼 갇혀있는 건

동물을 잡기 위한 사람들이다.

인류의 역사가 발전해 오면서

동물들의 힘이 필요했던 인간들은

동물을 사육하는 것에서 나아가

계급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희귀한 동물들을 모아 가두어 놓고 키우며

지금의 '동물원'과 같은 곳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겨난 멸종위기동물들을

야생(인간)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동물원이 이용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동물원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상시에 잘 볼 수 없는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하고

즐거움을 얻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책이나 영상으로 보는 동물의 모습보다

생생하게 동물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자신들을 보호해준다며 가두어 놓고,

하루종일 피할 수 없는 시선들 속에 던져놓고,

마음껏 달리지도, 자유롭게 지낼 수도 없게 만든 인간들이

과연 고마운 존재일까? 원망스러운 존재일까?

그리하여 동물들은 탈출을 감행한다.

인간들의 추격과 감시망을 피해서.

동물들은 동물원을 탈출해서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그리고 동물원 밖으로 나간 동물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도시를 지나도 또 도시가 이어지는

인간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놓은 이 세상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곳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그래도 한줄기 희망을 가져 본다.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그리고 긴긴밤 속 펭귄이,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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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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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모두 사라진 세계는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일까요?"

아이들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유토피아라고 답하지 않을까?

성인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2022년에 나온 문체부*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53%나 된다고 하니.

인터넷 뉴스가 범람하고

유튜브와 각종 SNS만 열어도

쉴새없이 정보들이 쏟아져들어오는 시대에

굳이 책을 펼쳐볼 필요를 못 느끼는 게 아닐까.

빅스가 사는 세계는

지금의 현실을 조금은 과장한듯 하지만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스마트폰처럼 생긴) 기계를 들고 다니며

모두가 똑같은 것을 보고, 듣고, 공부한다.

그리고 '눈'이라는 존재가 있다.

그들은 빅스와 사람들을 도와주는듯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감시도 진행한다.

마치 우리가 어떤 뉴스 기사를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알고리즘의 기사들만 주르륵 나오거나

인터넷 상 나의 활동들이 모두 기록되어

나라는 사람을 정의내리고

광고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정인관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독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선택하는 방식이지만,

인터넷으로 접하는 정보는 휘발성이 강하고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확증편향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빅스가 자유를 원했던 것처럼,

금지된 지하 도시에서 책을 발견하고 나서

그것을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읽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결국

모두를 '눈들'로부터 자유롭게 한 것처럼,

독서는

나의 삶에 대해 능동적이고 진실되게

사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며

내 생각이 중요한 것처럼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며

다양성의 관점에서 사고를 확장시켜줄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책이 사라진 세상이

유토피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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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꽃이 될 수 있었던 건 미운오리 그림동화 7
히도 반 헤네흐텐 지음, 김여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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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꽃 속에서 함박웃음 짓는다

랄프 왈도 에머슨

새빨가안 양귀비 꽃이

따스한 햇살과 바람을 맞고

조금씩 조금씩 기지개를 켜다가

활짝 피어납니다.

그동안은 볼 수 없었던

엄마, 아빠의 얼굴도 보고

언니, 오빠들과도 만나서 인사를 나누어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무지갯빛으로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수많은 꽃 친구들이 있었어요.

데이지, 꼬리풀, 물망초, 패랭이꽃,

수레국화, 제비꽃, 매발톱꽃.....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마음에

행복이 퐁퐁퐁 솟아오를 것 같은 풍경입니다.

이 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마음속에 분노와 불만이 가득찬 누구라도

각자의 색과 향기를 뽐내는

아름다운 꽃이 잔뜩 피어있는 모습을 본다면

잠시 멈춰 서서 마음속 화를 어느새 잊고

그 풍경에 완전히 빠져들어 버릴 거예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을 주는 꽃,

꿀벌과 나비와도,

그리고 뿌리를 단단히 잡아주는 흙과

비와 바람과 구름도

둘러싼 모든 세계가 꽃과 상호작용하며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세상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어울리며

서로에게 필요하고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 라는 의문보다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다짐으로

그렇게 내 주변부터 차근차근 밝혀 나가면서

나로 인해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와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감사히 주어진 내 앞의 생을

그저 충실히 하루하루 살아 나가야지요.

오늘도,

그렇게 살아 나갑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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