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을 읽는가 -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독서를 위하여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이루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 독서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읽고 있다. 도서관에 가서 5권 정도 독서에 대한 책을 대여했는데, 여러 작가들이 생각하는 독서를 서로 비교해 보는 것이 나름 재미가 있다. 

도서관에 가서 찾으면, 생각보다 독서에 관한 책이 많다. 아마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책으로 만들 정도로 쌓여서 책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워낙 책과 독서를 좋아해서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경험과 사고의 토대로 한 권의 책을 썼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이 문학이나 자기계발,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책을 쓰는 것보다 비교적 쓰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출판할 수 있는 종류의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쓰고 싶지만, 아직까지 이 모양인 것을 보면, 어떤 내용이라도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 책의 저자 샤를 단치는 프랑스에서 여러 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한다. 솔직하게 프랑스 저자의 책을 읽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가장 기억나는 책은 에밀 아자르(본명은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이라는 책이다. 
샤를 단치가 이 책에서 시종일관 추천하는 책도 프랑스 소설인데, 바로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책 전반에 걸쳐서 너무나 추천을 많이 하기 때문에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6권까지 출판되었는데, 아직 모두 출판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소설이기에 6권으로도 부족할 것일까? 

샤를 단치는 책과 독서에 대해서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하지 않았다. 독자나 저자를 질타할 때도 있고, 다소 추상적으로 책 그 자체의 존재를 따지기도 한다. 저자가 읽은 책에 관해 칭찬도 하고, 비판도 하는데, 그 책 중에 별로 아는 책이 없다. 나의 짧은 독서 이력과 좁은 시야 때문일 것이라 판단한다.

책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책의 존재 의미를 잘못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은 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저자를 위한 것도 아니다. 책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책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P.30)

독서의 폐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독서는 현실을 망각하게 하고, 책을 읽는 순간 실제의 삶과 유리된다고 한다. 책을 읽기 위해 고립되어야 하고, 고독해져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어려운 책이라고 독서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도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새 신발을 고르는 일과 같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신어봐야 가장 잘 어울리는 신발을 고를 수 있다. 이 책은 어려워서 내가 소화하기에 힘들 거야! 이런 말은 적절하지 않다. 세상에는 독자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책들도 아주 많다.(P.123)

내 꿈 중의 하나(꼭 꿈이 하나일 이유는 없다.)가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른다.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이런 나에게 들려주는 다음의 문장이 가슴속에 새겨진다. 

유년기에 광적으로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은 필경 작가가 될 운명이다. 만일 그 꿈이 실현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 위대한 독자가 작가의 꿈을 접은 것이다. 그는 결국 꿈을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독서광으로 남을 것이다. 그가 슬퍼하지만 않는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작가가 되지 못해 씁쓸해하는 위대한 독자들보다는 자신의 글이 읽히지 않아 슬퍼하는 고만고만한 작가들이 훨씬 많다.(P.217)

독서의 방법에 대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가 마치 내 옆에서 다리를 꼬은 채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듯하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지성과 교양이 아주 높을 뿐 아니라 매우 해박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글을 쓸 때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참 난감하다. 그가 글을 쓸 줄 모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독서할 줄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는 소설을 읽을 때는 테마를 보고, 시에서는 형태를 읽으며, 희곡에서는 대사를 읽는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피상적인 세계만 읽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표면적인 세계뿐 아니라 진짜 주제와 진짜 현실도 읽어야 한다. 인물의 정신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사 뒤에 감추어진 소네트와 송가는 물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과 그다지 믿을 수 없는 화자의 진술 등 그 문장을 구성하는 내적인 동기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무만이 춤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P.219)

이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정말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온전히 그 안에 숨겨진 모든 것을 다 읽기 위한 처절함이 필요하겠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우리 모두 이것만은 명심하자.

정보화된 미래는 권력자들에게 더 충실히 봉사할 것이고, 그럴수록 인류의 정신은 더욱 조그만 상자 안에 갇힌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필요한 더 많은 도서관들은 태블릿 PC속에 다 들어갈 것이고 스크린 위 아주 작은 아이콘 하나로 축소될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소멸하리라!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으면, 인류는 자연으로 되돌아가 짐승들과 함께 살 것이다. 그리고, 미개하고 착하고 순한 독재자가 곳곳에 설치된 총천연색 화면들 속에서 미소를 지으리라. (P.261)

2018.03.1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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