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잠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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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었다. 그는 소설가이면서 박학다식하다. 책 주제를 선정하고, 심층 분석한 내용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제목을 보면 알듯이 이 책의 주제는 잠이다. 
모험가인 프랑시스 클라인과 수면 분야 전문가인 카롤린 클라인의 아들인 자크 클라인의 인생이 이 책의 스토리이다. 자크 클라인의 인생은 카롤린 클라인이 연구 중인 수면 6단계의 비밀을 밝혀서 현재의 내가 꾸는 꿈에 미래의 내가 등장할 수 있는 개념을 만들기 위한 여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게 뭔 말인가 할 수 있는데 책을 읽어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잠과 꿈의 소중함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자크와 만나는 3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우리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3명의 여성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의도가 이것인지는 모른다. 주관적인 생각이다. 

자크는 낮잠 카페에서 우연히 샤를로트 델가도를 만난다. 촬영 기사를 꿈꾸는 학생인 그녀는 안정적 삶을 추구한다. 얜 라사압소라는 티베트산 장모종 개를 키우는데, 일부러 눈을 가리는 털을 안 깎아서 얌전한 개로 키우고 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 실종 후 방황하는 자크를 위로하지만, 자크는 구속이 싫다고 해서 떠나간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이해 안 갔다. 그녀 옆에서 안정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자신의 삶을 버리고 떠나 버리다니. 하지만, 이후 보람된 인생을 찾으면서 더 나은 성장을 하는 자크를 보면서 인생의 도전을 위해서 안정된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도 들었다.  

두 번째로 만나는 쥐스틴은 전형적인 쾌락의 아이콘이다. 불면증 환자 모임에서 그녀를 만난 자크는 모든 현실의 문제와 어려움을 멀리한 채 당장의 쾌락에 빠져든다. 그들은 마약, 술, 섹스 등에 탐닉하며 침대 밖을 안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꿈에 등장하는 미래의 자크 도움을 받아서 힘든 여정의 길을 떠난다. 

어머니를 찾아서 말레이시아로 떠난 자크는 힘든 여행 끝에 세노이족을 찾고, 장님이면서 해몽 술사인 샴바야를 만난다. 그녀는 자크의 성장을 도와주며 끝까지 그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어찌 보면, 힘든 여정 끝에 도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안정, 쾌락, 도전과 성장. 이것이 우리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그리고, 이런 태도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고, 인생을 살면서 거치는 과정이 아닐까? 

앞서 잠과 꿈에 대한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수면 5단계 역설수면이다.  이때의 뇌파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극도로 집중한 순간에 나타나는 감마파와 동일하다. 몸이 극도로 이완되고, 바깥소리는 전혀 듣지 못한다. 심장 박동도 느려지고, 체온 저하도 발생한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깨어나면, 꿈을 그대로 기억한다고 한다. 또한, 뇌가 가장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멋지고, 환상적인 꿈을 꾼다고 한다. 
나는 꿈을 꾸면 너무 현실적으로 꾼다. 어디를 가도 차나 버스를 타고 간다.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꿔본 기억은 어렸을 때밖에 없다. 그때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외딴섬에 있는 왕국의 공주를 구했던 기억도 난다. 현실에 파묻혀 꿈도 변한건인가. 역설수면 단계에서 멋진 꿈을 꾸다가 깨어나 꿈을 그대로 메모하고 싶은데, 수면 5단계까지 내려가지 못하는 거 같다. 자각몽을 배우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한데, 왠지 제대로 자각몽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을 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옥같은 문장을 얻을 수 있었다. 책에 나와 있는 페이지를 미처 메모해 놓지 못했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사람은 정작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마흔일곱은 자신의 삶을 틀에 끼워 맞추기보다 주어진 운명의 야릇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이다.

삶에 실패라는 건 없어. 성공 아니면 교훈이 있을 뿐이지.


마지막으로 자크가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겪은 것을 서술하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새끼 원숭이의 뇌를 산 채로 먹고, 개 입을 막고, 산 채로 가마솥에 넣어 버리고, 아편 소굴에서 살아가는 말레이시아인들을 묘사한다. 공권력과 결탁하여 숲을 모두 벌목하고, 숲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을 폭력으로 내쫓기 위해 용병을 고용하여 원주민들을 살해한다. 말레이시아인들이 보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저자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사와 현실을 직시할수록 그 나라는 발전한다고 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1987' 영화가 실제 현실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작가가 잠과 관련이 없는 말레이시아 여행 과정을 자세하게 써놓은 이유가 뭘까? 자크를 도와주는 프랑키 샤라스를 만나는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다. 

한마디로 이 책을 평가한다면 '개미'의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자크의 여정이 재미있고, 잠, 꿈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이제 인생의 3분의 1을 소비하는 잠을 소중하게 여긴다. 꿈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8.02.11 Ex. Libris. HJK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사람은 정작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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