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 세상 끝에서 경이로운 생명들을 만나 열린 나의 세계
나이라 데 그라시아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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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물이다. 뭍에서 뒤뚱거리며 걷는 귀여운 모습에 반해 물 속에서는 노련하게 유영한다. 이런 모습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보여진 것들이고, 동물원에 가면 직접 만날 수도 있다. 그들의 귀여움을 극대화시킨 펭귄쇼라는 상품으로. 펭귄을 실제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음에도 그들이 인간에게 친근한 이유는 그 외모만큼이나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동물을 소재로 다루는 영상이나 책을 즐겨본다. 그래서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한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의 서평단에 신청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예상한 내용은 펭귄들의 생태를 밀착 취재한 보고서였다. 그런데 저자 나이라 데 그라시아는 남극의 일상을 일기처럼 썼으며 펭귄을 포함한 다른 남극 생명들의 생태 전반을 기술했다. 박수용의 <꼬리>처럼 시베리아 호랑이 하나에 집중하는 글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


목차를 봄, 여름, 늦여름, 가을로 구분하여 펭귄이 알을 낳고 키우는 생애 주기에 초점을 맞춰 관찰 연구한 것을 기본으로 하여 물개나 물범을 연구하는 다른 팀원들의 보고, 그 외 갈매기나 크릴 같은 생명들에 대한 보고, 남극 탐험의 역사까지 다룬다. 여기에 연구자들 개인의 생활 모습은 물론 저자의 일기 같은 글이 이어져 하나에 깊이 집중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책으로 남극 생태계 전반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남극 탐험의 역사에서 스콧과 아문센의 대결 아닌 대결은 이 책으로 처음 접했고 아주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남극에 기지를 세웠고 그곳에서 연구하는 이들의 책이 몇 권 나와 있는데 이 책은 남극 입문서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남극에 관심이 있거나 그곳에 사는 생명들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저자처럼 색다른 일을 하는 사람의 고민과 생각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일을 하는 곳이 특별한 장소이기에 그 결이 차이도 분명하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아등바등 사는 현실이 괴롭고 내가 처한 고민이 우주에서 제일 큰 것처럼 느끼는 이들에게 더욱 이 책을 권한다.


p.259


내게 남극은 인간과 동떨어진 자연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가진 인간의 특징을 사방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인간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물질이 유기적으로 조직되는 공통 법칙일 뿐임을 깨달았다. 나는 생각보다 나방이나 크릴, 펭귄과 비슷한 면이 아주 많고, 내 다리와 내가 딛고선 짙고 축축한 흙의 경계는 흐릿하며, 그런 경계가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가 사실상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p.349


남극은 정말 독특한 땅으로 다가왔다. 오두막에 쌓여있던 책들을 통해 이 대륙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한 경험을 개념화하면서 남극 대륙은 문화적으로 어떤 곳인지를 자주 생각했다. 고딕 소설들과 회화 작품들에서 남극이 어떤 곳으로 살아 숨 쉬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남극이 인간의 모든 정신을 떠받치고 있는 중심점으로 여겨지거나 머나먼 땅, 인간과 무관한 모든 것을 대표하는 땅으로 묘사되는 방식에 관해서도 생각했다. 남극을 맨 처음 찾아온 탐험가들이 인간이 생각하는 세상의 개념에 이 대륙을 어떻게 끼워 넣었는지도 생각했다. 남극 탐험 이야기와 칠흑같이 어두운 풍경이 담긴 그림들, 인간의 총체적 정신을 상징하는 풍경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이 멀고 낯선 땅에 관해 축적된 이야기들, 예술이 대화를 끌어내는 방식이 문화와 정체성이 되고, 그것이 가치와 정치적 의지, 정책, 보호로 이어진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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