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최다미 내일의 숲 5
오동궁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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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는 그대로인데 몸만 사이보그로 바뀐다. 그러면 내가 맞는가? 가족을 포함한 나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금세 적응할 것이다. 외모는 달라도 사고와 행동, 말투는 그대로니까.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언뜻 테세우스의 배가 떠오르지만, 거기서 교체되는 것은 배의 모든 부분이라 했기에 이 책처럼 뇌가 그대로라면 다 바뀐 건 아니다. 한편 의문이 들기도 한다. 기존의 내 외양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산다면 나의 생각과 태도도 변하지 않을까. 나와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분명 달라질 것이므로.


골육종을 앓다가 신체 모두를 잃고 뇌만 살려 다른 몸(의체)으로 다시 태어난 고등학생 최다미는 자신에게 적응해 나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 되었다. 청소년 소설 <내가 아는 최다미>를 읽으며 내가 최다미라면 그 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상념에 빠질 틈을 주지 않고 숨가쁘게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수영이 전부였던 다미는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의 보급형 의체에는 큰 충전단자가 있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모든 걸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다미는 절친이었던 현지와도 서먹해진다. 다미와는 달리 금수저 은결은 유전자 맞춤형 고급 의체를 쓰고 있지만 너무나 수영이 하기 싫다. 그런 은결이 다미에게 의체 맞교환 제안을 한다. 수영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던 다미는 몇 시간만이라도 물속을 유영하고 싶었기에 그 제안을 수락한다.


이제 청소년 소설에도 SF장르가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이 소설의 소재가 먼 미래에나 일어날 것이므로 무한 상상력의 산물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루게릭병을 앓게 되면서 자신의 몸을 사이보그로 교체한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의 사례는 몇 년 전 현실에서 일어났다. 피터 스콧의 선례가 보여주듯 의학계와 공학계에서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접목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문학계에 SF는 이제 대세가 되었다. 소설가들이 발전하고 있는 과학계에서 소스를 얻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듯 과학계는 그 문학적 상상력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간 우리는 보아왔다. 소설에서 구현된 상황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내가 아는 최다미>는 정신과 신체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청소년들에게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주면서도 과학적 상상력을 북돋우고, 철학적 질문도 던지며 밸런스 게임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다미와 은결처럼 내 몸이 바뀐다면 어떨지, 다미처럼 의체 맞교환을 할 것인지, 은결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지 같은 다양한 질문들에 답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다. 그럼에도 한계는 분명한데 그것은 몸에 기인한다. 몸의 한계를 극복한 많은 이들의 사례를 자기계발로 연결하는 이들도 있고, 나답게 사는 것의 주체가 몸일까 정신일까에 천착한 이도 있었다. 피터 스콧은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는 절망과 공포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하루를 살아도 온전한 자신으로 살고 싶다고 했던 그는, 세상의 규칙을 파괴하고 운명에 맞서라고 설파했고 극한의 상황에서 행동했다.


<내가 아는 최다미>의 다미와 은결 역시 그러했다. 몸은 의체로 바뀌었으나 뇌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이 온전히 뇌라고만은 할 수 없다. 힘겨운 상황을 견뎌낸 데는 정신을 지탱시킬 몸이 어떤 형태로든 있어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성형수술로 극복 가능하고, 노화로 생기는 신체 기능 이상 역시 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소설처럼 의체로 완전히 몸을 바꿀 수 있는 때가 언제쯤일지는 모른다.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현재 자신의 몸을 아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그까짓 거 어떻게든 이겨내 보겠다!’는 마음도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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