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그렇겠지! 선자야 여자의 일생은 일이 끊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삶이데이 고통스럽고 또 고통스러운 게 여자의 인생 아이겠나. 나도 각오하는 게 좋을 끼다 인자 니도 여자가 되었으니까네 이건 꼭 알아둬야 한데이 여자의 인생은 남편한테 달려 있다. 이 말이라. 좋은 남자를 만나면 근사한 삶을 살게 되고, 나쁜 남자를 만나면저주받은 인생이 시작되는 거레이. 그래도 우야든 여자의 인생이고통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아이가 항상 일을 해야 한데이. 가난한여자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이가 기댈 건 우리 자신뿐이다이기라."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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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걱정하지 마라. 하느님은 이런 아이들도 다 쓸모가 있어서 이 세상에 내보내신 거란다. 장애인이라고왜 쓸모 없는 사람이겠니. 사람으로, 생명으로 태어난이상 다 소중한 거란다. 그 뜻을 잘 펼 수 있게 돕고싶구나." - P30

"종식아,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십자가가 있단다.
저 들판의 작은 들풀과 꽃, 하늘에 맴도는 하루살이벌레도 다 이 세상에 나온 의미가 있단다. 종식이의장애는 종식이의 십자가야.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는거란다. 이왕 지는 십자가 기쁜 마음으로 지겠니. 슬픈 마음으로 지겠니?" - P36

사실 그랬습니다. 종민이는 아버지, 어머니가 지켜 주는 집안의 울타리가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새삼스럽게느꼈습니다. 집 안에 있는 작은 것들까지도 아주 소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침대도고마웠고 자기가 책을 펼쳐서 읽을 수 있는 책상도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고종식이 형까지도 이제는 조금씩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 P88

그 때 문득 종민이는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매일매일보고 구경하며 하찮게 여기는 것일지라도 형에게는 신기하기 짝이 없는 물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복을 잘 모르고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이거리를 지나다니지만 종민이는 한 번도 이 길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형은 이 길에서 기뻐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사소한 일도 아주 큰 행복이 될 수 있음을 깨닫자갑자기 종민이는 숙연해졌습니다. - P99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것인가 봐. 이상은 자기보다 높은위를 봐야 되고 현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는 거야.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본다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지. 하지만 자기 발전을 위해서는 나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들을 목표로 노력을 해야 해,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란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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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2 - 마지막 여행 창비아동문고 299
김남중 지음, 문인혜 그림 / 창비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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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도 때론 아이에게 배우고 위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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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내가 꼭 지키는 규칙이 있어."
그런 이야기는 미리 좀 해주지!
치연 누나는 고등학교 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아파트 옥상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누군가배달시킨 치킨 냄새가 가득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럴 뻔했다.
치연 누나는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울면서 먹은 그 치킨 덕분에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늦은 밤에, 배고플 때 혼자 내리는 결정이야말로 인생 최악의 결정이라고 했다.
"너 지금 배고프지?"
생각해 보니 엄마 아빠를 기다리느라 점심도 먹지 않았다.
만석이 형이 헤어지기 전에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지만 밥이 목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아서 혼자 보냈다. 아침밥을먹고 오후 4시가 넘을 때까지 굶었다는 걸 깨닫자 갑자기 어지러웠다. 나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조건이 두 가지나 있었다.
"그럼 좋은 결정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치연 누나가 방법을 알려 주었다. 역시 일단은 치킨이었다. - P19

언제부터 엄마와 내가 서로 아픈 말을 주고받게 되었는지모르겠다. 말이 먼저 변한 건지, 마음이 먼저 변한 건지 엄마가 내게 화를 낼수록 엄마가 미웠고 미운 만큼 나도 엄마를 아프게 하고 싶었다. 그러고보니 지난 한 달 동안은 전처럼 엄마와 싸우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면 다시 싸우게 될까? - P82

"도와주세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엄마 아빠가 오기 전에 죽는다면? 경찰에 신고해서 나를 찾았는데 내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면 엄마 아빠의 마음이 어떨까? 더 이상 나를 볼 수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거다. 엄마 아빠를 못본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기 싫은 엄마 아빠였는데지금은 아니었다.
보기 싫다는 건 그냥 잠깐 안 보고 싶다는 거지,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 엄마 아빠와 영원히 헤어질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이 뜨거워졌다.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자꾸 후회가 됐다. 이렇게 헤어질 줄 알았으면 말이라도 다정하게 할 걸 그랬다. 손이라도 한번 잡아 볼걸 그랬다. - P118

혼자 가야 하는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을 포기하고 자전거에서 내리면 엄마나 아빠 옆에 남아야 한다. 지금까지는엄마 아빠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은 뭐든지 잘하고 다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달려 보니 엄마 아빠도 나이만많을 뿐 속은 나랑 별로 다르지 않았다. 힘들고 아픈 건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았다. 아이들은 그때그때 아프다고 말하지만 어른들은 병이 날 때까지 꾹 참는 게 다를 뿐이었다. - P143

"엄마, 왜? 어디 아파?"
아직 두 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아프다니 큰일이었다.
"어디 아픈데? 자전거 못 타겠어?"
엄마가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엄마의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넘쳤다. 엄마가 뭐라고 말을 했다. 나한테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잘 들어 보니 혼잣말이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는데………. 서로 도와주고, 칭찬하고, 예쁘다고 하고…………. 손잡고 함께 늙고 싶었는데………. 나도…………. 나도…………!"
엄마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빠와나를 쳐다봤다. 꼭 우리가 엄마를 울린 범인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범인인데 억울했다.
엄마는 몇 년을 참은 것처럼 펑펑 눈물을 흘렸다. 눈물뿐 아니라 콧물까지 코끝에서 길게 늘어졌다. 울다가 한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기도 했다.
"여기가 아파 너무 아파."
"약사다줄까? 무슨 약사와?"
엄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잠깐 나를 쳐다보고는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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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타니까 고생이지. 못 타는 사람은 자기 자전거만 책임지면 되지만 잘 타는 사람은 못 타는 사람들까지 챙겨야 되거든.
단체 여행은 그런 거야. 가장 느린 사람 속도가 그 단체의 속도가 되는 거다." - P80

울산을 향해 달리면서 속도가 느려질 때마다 만석이 형이 소리를 질렀다.
"삼겹살이 기다린다!"
"삼겹살! 삼겹살! 삼겹살!"
우리는 입을 모아 외치며 페달을 굴렀다. 길옆 이정표에 나오는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삼겹살 이십오 킬로, 삼겹살 십팔 킬로, 삼겹살 십삼 킬로, 우리 머릿속에서 울산은 사라졌다.
우리는 삼겹살 광역시를 향해 달렸다. - P115

다들 싸우고 있었다. 나도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싸움 사대가 가지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알 수 있었다.
산은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몸이 편하려면 집에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집을 떠났고, 온 힘을 다해 산을 오르고 있다. 이 산을 넘으면 대구가 나온다. 어떤 곳인지,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산을 넘으면 알 수 있다. - P130

"아빠!"
"왜?"
"엄마가 삼겹살 먹고 싶대."
"뭐?"
"엄마가 삼겹살 먹고 싶다니까 좀 사 줘."
"내가 왜 네 엄마 삼겹살을 사주냐? 회사 잘린 거 알면 날말려 죽이려고 들 텐데."
"마지막으로 한 번 사 줘."
"마지막은 슬픈 거다. 마지막삼겹살도 슬프구나. 내 인생의황금기를 도둑맞은 나도 슬프다." - P177

‘난 뭘 잘하지?"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마음이 급하지는 않았다. 집을떠난 뒤로 여유가 생겼다. 아직 모를 뿐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아직 찾지못했을뿐이다. 내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아직 모른다. 공부를 못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아는 엄마와 엄마와 같은 생각이지만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인 아빠가 떠올랐다. 하지만 난 공부가 싫다. 억지로 시키는 건 더 싫다. 그래서공부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온몸으로 부딪쳐 땀 흘릴 수있는 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개 속 같던 머릿속에 어렴풋이 불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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