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타니까 고생이지. 못 타는 사람은 자기 자전거만 책임지면 되지만 잘 타는 사람은 못 타는 사람들까지 챙겨야 되거든.
단체 여행은 그런 거야. 가장 느린 사람 속도가 그 단체의 속도가 되는 거다." - P80

울산을 향해 달리면서 속도가 느려질 때마다 만석이 형이 소리를 질렀다.
"삼겹살이 기다린다!"
"삼겹살! 삼겹살! 삼겹살!"
우리는 입을 모아 외치며 페달을 굴렀다. 길옆 이정표에 나오는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삼겹살 이십오 킬로, 삼겹살 십팔 킬로, 삼겹살 십삼 킬로, 우리 머릿속에서 울산은 사라졌다.
우리는 삼겹살 광역시를 향해 달렸다. - P115

다들 싸우고 있었다. 나도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싸움 사대가 가지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알 수 있었다.
산은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몸이 편하려면 집에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집을 떠났고, 온 힘을 다해 산을 오르고 있다. 이 산을 넘으면 대구가 나온다. 어떤 곳인지,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산을 넘으면 알 수 있다. - P130

"아빠!"
"왜?"
"엄마가 삼겹살 먹고 싶대."
"뭐?"
"엄마가 삼겹살 먹고 싶다니까 좀 사 줘."
"내가 왜 네 엄마 삼겹살을 사주냐? 회사 잘린 거 알면 날말려 죽이려고 들 텐데."
"마지막으로 한 번 사 줘."
"마지막은 슬픈 거다. 마지막삼겹살도 슬프구나. 내 인생의황금기를 도둑맞은 나도 슬프다." - P177

‘난 뭘 잘하지?"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마음이 급하지는 않았다. 집을떠난 뒤로 여유가 생겼다. 아직 모를 뿐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아직 찾지못했을뿐이다. 내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아직 모른다. 공부를 못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아는 엄마와 엄마와 같은 생각이지만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인 아빠가 떠올랐다. 하지만 난 공부가 싫다. 억지로 시키는 건 더 싫다. 그래서공부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온몸으로 부딪쳐 땀 흘릴 수있는 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개 속 같던 머릿속에 어렴풋이 불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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