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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올 해 가장 인상적인 책이 되지 않을까 싶은 '배움의 발견'. 읽을수록 믿겨지지 않은 이야기, 이런 일이 실존했고 겪어내고 이겨냈다니 며칠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밤마다 수많은 생각에 잠겨 침묵하는 나를 보게 됩니다. 어떻게 저자는 이런 가족을 끝까지 사랑으로 지켜내려고 하는지 쉼없이 반복되는 파도의 움직임처럼 가족에 대한 (비뚤어졌더라도) 애정에 '이제 그만!'이라고 외쳐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부모님과 비슷한 세대의 부모 밑에서 뚜렷한 부르심이 있다는 종교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가족은 무엇이 특별할까요? 상상할 수 없는 사고와 죽음을 오가는 사건 속에서 대처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뿐입니다. 산속 집에 방공호 같은 방에 종말에 대비한 비상식량들을 잔뜩 채우고 폭력과 일방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아버지의 강압 속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아보지도 못한채 살아온 타라의 형제 자매들의 이야기들도 무척이나 충격적입니다. 특히 타라와 숀 오빠와의 관계에서는 어린 타라가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픔을 각오하며 다시 그 관계를 이어가려고 하는 반복적인 노력에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열악한 환경과 가족관계 속에서도 독립을 선택해 가정밖으로 나간 오빠들과 타라의 분리된 상황은 이 책의 결말 부분에서도 확실한 단절을 느끼게 해주지 못합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아픔과 고통속에서 살게한 가족에 대한 분노보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저자의 상황 가운데 들어가며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린 소녀의 마음과 세상에 대한 배움-가족을 통해, 특히 아버지, 배웠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부터 출발한-의 욕구가 충돌하며 괴로움과 외로움의 늪에서 한발한발 내딛기도 힘든 상황들은 우리는 쉽게 포기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정도의 가정환경이라면, 이런 가족 관계라면 빨리 끊고 나오는게 상책!이라는 정답까지 정해져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가족의 관계에 대해 늘 신중했고 애정했으며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의 것들까지 다 담는 대범함까지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이 가족에 대한 특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울증, 정신병에 가까운 아버지와 언제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반발을 보이면 정도를 넘어서는 폭력적인 숀 오빠,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어머니의 사랑을 전해주지 못하는 어머니, 자신의 편에 서겠다는 언니의 배신과 단절... 평범한 것을 찾을 수가 없었던 이 가족은 남이 아닌 저자에게는 '자신의 가족'이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시절, 깊은 이해, 공부하기로 결정했던 그 순간부터 벌어진 간격과 갈등속에서의 고민이 그녀에게는 매우 소중했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자의 이력에 박수하고 이런 환경속에서도 훌륭한 성과에 놀라워하겠지만 그 과정을 지나온 저자는 배움의 결과보다는 그 시간속에서 드러난 자신의 연약함과 자존감의 문제를 극복하고 성장한 것에 더욱 기뻐할것 같습니다. 배움이란 이러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말하는 이유가 지식의 성장보다 자아의 성장에 목적을 두라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 되어줄것같아요.
바람을 받으며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람을 받으며 서 있는 것에 관해 생각하지 않아서예요.
바람은 그냥 바람일 뿐이에요. 지상에서 이 정도 바람을 맞고 쓰러지지 않는다면 공중에서도 이 정도 바람에 쓰러지지 않아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유일한 차이는 머릿속에 있을 뿐이지요.
저는 그냥 서 있을 뿐이에요.
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뭔가를 벌충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높이 때문에 겁이 나니까 몸을 낮추고 있잖아요. 하지만 몸을 웅크리거나 옆으로 걷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킬 뿐이에요. 두려움만 통제할 수 있으면 이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_372
그날 밤 나는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떠난 것이다. 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_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