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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책입니다.
우리 주변을 슬쩍 둘러보면 빨래방이 많이 있어요,
세탁기와 건조기가 즐비되어 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계안에서 물소리만 가득하죠,
그 곳엔 각자의 빨래를 돌리고 건조한 후 세탁물을 챙겨서 바로 문을 빠져 나오게 되지요,
무미건조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빨래방에서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니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무미건조한 장소에서 색다른 느낌을 가져다줍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세탁물의 지저분함과 묵은 때를 씻어주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서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에서 전해지는 내용은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럼 이곳으로 입장해 볼까요,
연남동에 살고 있는 장영감님은 약사였어요, 주변의 집이 상가로 개조해서 세를 주고 떠났지만 아내와 함께 추억이 있는 집을 떠나기 싫었던거죠, 삶을 함께 하는 진돌이도 단독주택이 아닌 다른 곳에서 키우기 싫었던거죠,
어느날, 똑똑한 진돌이가 밖에서 해결하던 배변활동을 할아버지가 잠든 사이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이불에 실수를 하고 말았네요, 장영감님은 이불을 빨기 위해 동네에 있는 빙굴빙굴 빨래방을 방문하게 됩니다.
미라는 잘 나가던 면세점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고 있어요, 빠듯한 살림에 살고 있는 집까지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마음이 복잡했던거죠, 딸 나희는 밤에 오줌을 가리지 못해 이불에 가끔 실수를 했어요, 그날도 나희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이불에 지도를 그리며 빨래방을 찾던 날이였죠,
돈에 육아에 살기 힘들다고 적어둔 연두색 다이어리에 장영감님은 답장을 하죠,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는 답장에 저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네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연남동 빨래방의 인연이 되어 서로의 마음에 위안을 받게 됩니다.
장영감님의 아들 장대주는 의과대학교수에요,
잘나가는 강남에서 집을 얻고 아들은 캘리포니아로 유학을 보내죠,
자식을 조금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불법인줄 알면서 다른 병원을 출근하고, 배달일까지 가장의 무게를 몸소 느끼게 됩니다.
누구나 자식에게 아끼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싶어합니다.
대주가 그렇듯이 아마도 장영감님도 그러했겠죠,
대주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 무렵 빙굴빙굴빨래방에서 아버지가 쓰신 다이어리의 멘트에 저는 가슴이 무너집니다.
p358.그래도 지금 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우리가 만들어놓은 추억입니다.
(중간생략)
다시는 만날 수 없어 사무치게 그립기만 그 기억이 있어 홀로 지내는 이 노인네는 외롭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시 많은 고집쟁이가 되어 이 집을 지켜야겠습니다
보조작가 한여름은 결벽증이 있는 인기 작가의 보조를 5년 동안이나 하고 있어요, 결벽증이 있는 작가로 빨래방에 가게된 여름은 버스킹하고 있는 하준을 만나게 됩니다. 선곡요정을 자처하며 연두색 다이어리에 답글을 달아주고, 하준은 여름의 선곡 덕분에 유명한 싱어송라이터가 됩니다. 서로를 눈치채기 전까지 시간을 돌아 만나게 되는 두 연인을 보며 달콤함도 느낄 수 있어요,
연우와 새끼 고양이 메아리의 이야기
유열이와 재열이의 보이스 피싱 그리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재열이이의 형제들의 이야기
유열은 노량진에서 경찰 공무원 공부를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으나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힘들게 모아둔 돈을 날리게 됩니다. 재열이의 눈 앞에서 생을 마감한 유열이를 생각하며 보이스피싱을 파헤치게 됩니다.
빨래방 안에 모인 세웅, 하준, 장영감님, 재열, 미라의 협심으로 범인을 잡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경험이였지만 서로에게 의지를 하며 재열이에게 힘을 주네요,
내가 직접 긴장한 것처럼 손에 땀이 쥐어집니다.
다섯가지의 저마다 다른 고민의 이야기 그리고 서로에게 낼 수 있는 사람냄새를 만나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가까운 우리 이웃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신나게 미소를 머금고 때론 눈물을 슬쩍 훔쳐가며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집어든 순간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네요,
연두색 다이어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적힐지, 그리고 이야기에 어떠한 위로의 답이 적힐지 기대가 되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따뜻함이 가득한 연남동의 빙굴빙굴 빨래방,
본인들의 고민들이 뽀송뽀송한 방금 꺼낸 건조된 따뜻한 빨래감처럼 뽀송뽀송해졌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이웃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정겨운 공간이 많이 없어진 듯해요,
다들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대신하며 작가의 보내주는 주인공의 마음으로 대신 위로받으며 따뜻하게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마음이 건조하다고 느낀다면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에 세탁물을 가지고 방문해 보시길 바래요
[팩토리나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고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