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어떤 매체보다도 작가의 의도가 함축적으로 표현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설명을 통해 그 의도를 십분 깨달을 때마다 감탄하곤 했다. 함축성의 예술가들이 깨달은 것들을 모아놓았다니 기대가 컸다.
이 책은 토트 아포리즘 시리즈 (Thoth Aphorism Series)에 속하는 책으로서, ‘토트 아포리즘’은 문학과 철학, 예술 등 분야별 거장들의 명구를 담은 잠언집이다.
소개글을 빌리자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히포크라테스의 경구처럼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촌철살인의 기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아포리즘의 영감들이 여러분의 창의성을 불꽃처럼 빛나게 해줄 것입니다.... 란다.
다른 시리즈들이 그렇듯, 이 책도 딱딱하지 않게 사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경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한국 최고의 포토그래퍼 중 한 명이 담당한 책이어서인지 감성적으로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변. 나름 고심한 흔적이 관찰된다. 스르륵의 누군가는 사진을 '사각의 감옥'이라고 했단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프레임이 세상을 보는 틀이 되어준다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집을 사방의 벽으로 막힌 감옥으로 인식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듯. 그런 인식을 갖고 찍은 사진은 그리 행복한 느낌일 것 같지는 않다.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을 찍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진정 놀라운 힘이다.
발터 벤야민도 시각의 무의식을 제시하는 사진의 속성에 주목했다.
사진에 관심이 생긴 후 주워들은 작가 Avedon. 아베돈으로 읽어왔었다. 이 작가, 약력을 보니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을 듯한데 왜 아직 전시에선 못 만났을까? 이 사람 전시 열면 상당히 인기 많을 거다.
예술에도 진보가 없다며 경계를 넘나들었던 만레이. 그 작업 자체에 대해서는 그닥 느낀 점이 없지만 이 가치관은 인상적이다.
시리즈 중 사진 편이 마음에 드는 건 화자의 약력을 바로 제시해놨다는 것. 그나마 사진 쪽 인사들은 낯익은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병기해놓으니 말의 맛을 좀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말년에는 사진을 접었던 브레송. 한 쪽 눈을 감는 것을 심안을 뜨는 것과 연계시켰다. 그간 보던 세상과는 다른 관점이 되는 것은 확실한데
사진과 음악의 공통점 : 해석 없이 스스로를 전달한다. 이 말은 진실일까?
결국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수용자를 차치하더라도, 탄생의 순간부터 가치중립적인 무언가가 있을까? 전달 과정에서 언어가 개입되지 않는 것에 주목한 표현으로 이해해야겠다. 마음이야말로 사진가의 진정한 렌즈다. 사진가의 마음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 어느 것도 포착될 수 없다.
전적으로 동의.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낮은 진입장벽이다. 물론 매니악한 수준까지 파고들면 격차가 생기지만, 그 본질은 평등하다.
사진은 죽음까지도 되살린다. 항상 의심하라.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를 이곳에서 꺠달았다. 경험을 붙잡고 싶어서다.
내가 거기 있기에 가능한, 수많은 의문을 품은 단 한 순간
관찰하고 사랑하라.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라.
저자의 성향 때문일 수도,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사진과 관련해서는 기술과 도구적 측면에 주목한 일언이 많게 느껴졌다. 안 좋게 말하면 타 장르에 비해 철학적 깊이가 얕고, 좋게 말하면 허세없이 담백하고 성실하게 세상과 소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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