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0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직접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경험하지 않더라도 대상이나 장소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을 갖춘다면 얼마든지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하는 책입니다. 단순한 기록 이상의 가치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더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하고, 그러한 노력을 통해 본질을 파악하는 총체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는 거겠죠.

하지만 모든 글, 모든 상황에 이런 관점을 적용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은 끝까지 남아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은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지 않았고요. 창작자에게는 중요한 사고방식일 수도 있지만 독자(혹은 청자)의 입장에서는 픽션과 논픽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좋다'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글이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런 식으로 뒤끝이 남는(?)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는 걸까요?

팟빵>> http://m.podbbang.com/ch/14942

오디오 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860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odcast_singa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끼전 재미있다! 우리 고전 1
이혜숙 지음, 김성민 그림 / 창비 / 200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뻔히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토끼전>은 거의 백여 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한 버전으로 존재한다고 해요. 연대 미상, 작자 미상의 이 이야기를 옮겨 적은 사람들이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에 따라 조금씩 수정을 하면서 세부적인 내용, 결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달라졌죠. 그래서 <수궁가>, <별주부전>, <자라전> 등등 여러 제목으로 불리는 거죠.

이 이야기를 꼼꼼하게 읽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섬세한 묘사와 해학적인 문체, 그리고 때로는 <어린 왕자> 이상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장면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즐겁게 읽었죠. 어른이 된 후로는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베스트셀러, 내 취향인 책들에만 관심을 주곤 했는데, 뻔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 고전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팟빵>> http://m.podbbang.com/ch/14942

오디오 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860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odcast_singa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반전이 있는 소설은 다시 읽을 경우, 즉 결말을 다 알고 나서 보면 아무래도 이전만큼 몰입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파이 이야기>는 세 번째 읽는 이번에야말로 조금은 제대로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전만이 중요한 작품이었다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겠죠.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이나 배경, 에피소드 등등 이전에는 깊이 생각해본 적 없던 것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면서 단순히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읽은 책 다시 읽기'의 재미는 이런 거겠죠.)

여러 신을 믿는다는 건, 절대적인 어떠한 것도 믿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요? 경험과 지식을 냉정하게 활용하고(때로는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며), 잘 될 거라는 '믿음'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파이를 보면 절대성이 없었기에, 이성과 감정, 주관과 객관 어느 한쪽에 치우쳐지지 않고, 많은 걸 순수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캐릭터였기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팟빵>> http://m.podbbang.com/ch/14942

오디오 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860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odcast_singa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 사는 이야기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느낌표>라는 TV프로그램을 기억하시나요? (기억하신다면 당신은 적어도 30대…) 이 프로그램에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SNS가 유행하지 않았을 때라 공중파 TV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훨씬 컸고, 프로그램 자체의 인기도 대단해서 이 코너에 소개된 책들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곤 했죠. 이번 주에 함께할 추억의 책도 여기에 소개된 적이 있었어요. 작년에는 출간 25주년 기념판이 나오기도 했답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는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저자가 지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을 엮은 책이에요. 저자는 제초제라는 일시적 처방에 기대지 않고 잡초들을 일일이 제거하면서 “사람의 됨됨이는 일을 하는 과정들이 쌓이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억센 곡식이 잡초와 대결할 수 있듯이, 사람도 착함을 지킬 억세고 독한 외피를 걸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소박해 보이는 농사 일에 빗대어 세상을 바라 본 저자의 시선이 가득 담겨 있죠.

현학적이지 않은 쉬운 글과 이야기로 많은 생각거리들을 남겨주는 책이었습니다.

팟빵>> http://m.podbbang.com/ch/14942

오디오 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860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odcast_singa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군 생활 중에 헤르만 헤세와 법정 스님의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이분들의 글에서 느껴지는 구도와 같은 삶의 자세에 대한 동경도 있었던 것 같고, 군대라는 곳이 워낙 그런 곳(?)이다 보니 정신머리를 붙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기에 더 글에 몰입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속세에 흔들리지 않는 삶의 자세를 동경하던 20대 청년은 조금씩 닳고 닳아가고 있지만(ㅠㅠ), 오랜만에 법정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여전히 마음을 설레게 하는 지점들을 찾을 수 있었기에 아직 타락하진 않았구나 하고 홀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수려한 표현보다 간결하고 쉬운 말을 쓰면서도 독자의 마음에 와닿고, 글을 쓴 저자의 성정까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게 좋은 산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약간의 변주를 가할 뿐, 1970년대에 발표한 이 글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책과 글이 여전히 많다는 생각에 잠시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본성(그게 아니라면 집단의 속성)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나를 지키기 위해선 세상과의 접촉을 줄여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왜 난초에 대한 마음은 집착이고, 장미에 대한 마음은 애착인가요? 가르침을 주시옵소서.

팟빵>> http://m.podbbang.com/ch/14942

오디오 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860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odcast_singa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