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 SNS부터 보고서까지 이 공식 하나면 끝, 개정증보판
송숙희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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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 말하기야 입이 있는 누구나 가능하다. 시도 때도 없이 가능하다. 글도 어디서나 쓸 수 있다. 다만 글은 말하기와 다르게 휘발되지 않는다. 또, 글은 축적되면 논문, 칼럼, 책 등으로 남기도 한다. 같은 표현하기지만 글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글을 읽는다. 메신저 대화부터 소셜미디어, 포털의 기사, 업무적 자료까지. 계속해서 읽을 거리를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눈에 띄는 매력적인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책 한 권 뚝딱 따라 쓰기의 기적> 등의 책을 내고, 글쓰기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송숙희는 하버드 대학교의 비법을 가져온다. 책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SNS부터 보고서까지 이 공식 하나면 끝)>에서다.


하버드, 다른 이들을 설득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막강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치다.

하버드 교육의 핵심을 ‘글쓰기’라고 저자 송숙희는 말한다. 하버드는 왜 글쓰기를 가르칠까? ‘프로페셔널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이 일하게 만든다‘는 것이기 때문’(p.28)이라고 한다. 즉, 문서든, 인트라넷 게시판 글이든, 메신저든,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글은 일을 한 것’이라고. 누군가를 움직이는 동력으로서의 글, 그래, 글쓰기에 목마른 이유다. 업무 메일로 타 부서의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 인스타의 글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게 하기 등.


그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오레오 공식을 설명한다. 오레오(O.R.E.O)는 Opinion(의견주장하기), Reason(이유 대기), Example(사례 들기), Opinion(의견 강조하기)다. 이것은 하버드에서 가르치는 논리적 글쓰기의 방법으로, 저자는 모든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적 같은 공식이 라고 말한다. 각 단계별 세부사항도 있다. 이를테면, 첫 번째 단계, 의견주장하기에서는 ‘주장 위주’(p.87)로 문장을 만들기 위해 <(1)~한다면 (2)~하라. (3)왜냐하면 ~하기 때문이다>의 구조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또, 두 번째 단계, ‘이유 대기’에서는 이유와 근거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 맥킨지에서 신입 컨설턴트에게 설명하는 포맷을 빌려온다. 바로 ‘우산, 비, 하늘’ 포맷이다. 우산은 결론, 비는 이유, 하늘은 근거를 뜻한다. (p.101)


책은 글쓰기를 점진적으로 접근한다. 「하버드 졸업생들의 실력 - 그 바탕이 되는 글쓰기 - 글쓰기의 공식 오레오」 가 기본이다. 여기에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란 어떤 것인지, 글쓰기가 삶의 무기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오레오가 너무 동떨어지게 느끼는 독자라면 <6강, 어떻게 글쓰기 실력을 키울까?>에서 숨통이 트일 수도 있겠다. 여기서는 글쓰기에 필요한 여러 ‘틀’이 소개되기 떄문이다. 수학 문제의 정답같다고 할까? 글쓰기를 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여기 소개된 방법들을 하나씩 적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글쓰기. 늘 관심 갖지만, 쉽지 않은 영역이다. 정복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잘 쓰고 싶다. 어쩌다 한 번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두고 연신 내 블로그를 새로고침한다. 내 글을 보고 또 보며, 누군가의 반응을 기다린다. 지지부진하고 틀에 박힌 듯했던 글쓰기에 새로운 자양분을 뿌릴 수 있을 것 같다. 송숙희 저자의 책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의 내용들을 하나씩 적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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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생각들 - 변화할 줄 아는 삶을 위한 3개의 조언
바바라 오클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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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고 싶습니까?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소수일 터. 나이가 많아서, 직장을 그만둘 수 없어서, 가족이 반대해서와 같은 ‘변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책 <인생을 바꾸는 생각들>은 인생을 재부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방법을 알려준다.

어릴 때 수학과 과학을 지독하게 싫어했던 한 사람이 있다. 별다른 재능이나 특별한 능력도 없는 듯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스페인어를 어려워하자 아버지는 ‘진짜 문제는 어쩌면 너에게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외국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통역사, 작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공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바로 책의 저자, 바버라 오클리의 이야기다.

바버라는 “인생의 경로는 절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삶의 방향은 개인의 의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p.29)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인드 시프트’를 통해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인드 시프트(Mind-Shift)란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능력, 즉 유연한 사고"(p.11)를 말한다.

운동? 그게 특별한 방법이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책에는 ‘운동’으로 변화의 실마리를 찾은 사례들을 소개한다. 인간의 해마에서는 매일 새 뉴런이 약 1400여개씩 생성된다. 이 뉴런들은 경험을 통해 신경 네트워크를 만들고 인간의 ‘기억’과 ‘기능’이 가능토록 만든다. 또 새 뉴런은 ‘오래된 괴로운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상황을 피하게 해주는 능력’(p.83)을 갖고 있어 정신건강에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운동은 뉴런 생성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며, 이는 정신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클로디아의 정신과 전문의는 “운동은 내가 처방할 수 있는 그 어떤 의약품보다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p.123)고 말했다. 클로디아는 댄스라는 운동을 통해 몸과 정신의 건강을 모두 돌보게 된 것이다.

책은 세계 각지에서 변화를 만들어 인생을 바꾼 사람들을 소개한다. 여러 과학적 통계와 분석을 기반으로 해서다. 다소 뻔한 사례집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변화가 '갈급'한 누군가에게는 해법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또 인생의 '제2의 기회'를 찾는 누군가에게 라면. 인생의 경로는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게임에 빠져있던 문제아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으로 발전하고, 학교를 중퇴한 문제아가 대학 학장이 되었다. 지금 계획 중인 길이나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곧 ‘미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버라 오클리는 말한다. ‘인생의 전환을 이루고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라’(p.29)고. 그 시작은 관점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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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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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영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글쓰기, 독서지도, 역사, 철학, 그림, 요가... 내 시간을 채웠던 취미들이다. '인간이란 자고로 죽을 때까지 배우는 존재'라는 말에 따라, 꽤 많은 시간을 배움에 할애했다. 직업없이 독서만 한다고해도 쏟아지는 신간들을 모두 읽을 수 없는 안타까움처럼, 하루 종일 배우기만 한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것을 한번씩 해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틈틈이 배우려고 애썼다.



감히 '배우려고 애썼다'고 말할 수 없는 '고수'를 만났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의 저자 심혜경이다. 책은 도서관 사서(현재는 은퇴함)이자 번역가인 저자가 온갖 공부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매일매일 공부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는 공부 생활자'로 소개한다. 책과 영화를 좋아하면서 기회가 닿는대로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바이올린, 뜨개질 등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특징은 출발에 겁이 없으며, '안되면 말고'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 저자가 일본 드라마 제목을 인용한 문장에서 그 정신의 본질을 알 수 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p.27)고. 중도 포기의 효용을 이처럼 확실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가야 할 길이 아니라면 아무리 멀리, 아무리 많이 걸어갔다 해도 미련 두지 말고 냅다 돌아 나오는 게 좋다' (p.24)

그 정신 때문일까? 저자의 선택은 다채롭다. 지인이 직접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하기에 함께 1인출판 과정을 듣기도 하고, 책 얘기를 나누기 위해 친구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또, 여행지에서 현지인처럼 지내고 싶어 - 간판을 읽고,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 해당 지역 언어를 공부한다. 육퇴 후 야간 출입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오자 방송대에 등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의 공부가 늘어지고 지지부진 해 보일 게 틀림없다.'(p.68)고 말한다. 하지만 방송대에서 외국어를 공부한 덕에 '다른 언어로 된 책을 읽는 재미가 늘었'으며 '번역되지 않은 재미난 책을 발견해서 국내에 소개하고 싶어 직접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이것이 바로 '밑지지 않는 거래'(p.69)라고 말한다. 그 말에 공감하기 어려운 독자는 없을 테다.

'배운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일체의 행위가 '공부'다. (p.11)

저자의 궤적을 함께 해온 다양한 공부들을 소개한 이 책은 결국 '책'으로 귀결된다. "독서는 책을 읽으려는 행위를 넘어서 인생을 배우려는 마음 그 자체"(p.171)라고 말하는 저자는 독서가 배우려는 마음을 북돋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독서를 통해 정보처리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자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고 파스칼이 말했던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책 속의 여러 목소리와 만나 깨지고 부숴지고 엉겨붙고 어그러지다 보면 가치관이라는 게 정립되고 삶의 방향이 설정된다는 맥락일테다. '(독서는) 기존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을 붕괴시키고 자신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p.172)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과 닿아있다.

몇일 전 읽은 칼럼(경향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에서 올해 독서계획을 세웠으나 아직 시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책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를 권했다. 책으로 성장하고 확장되는 삶을 경험한 이야기가 '올해는 책을 꼭 읽자'는 계획을 세운 누군가에게 독서로의 걸음을 내딛을 수 있고, 또 그 걸음이 보다 더 선명해질 것이란다. 나는 이 책 덕분에 올해 첫 글을 쓰게 되었다. 몇달을 묵혀두었던 서평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는 순간이다. 또,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한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순간에 다다른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p.10)는 말에도 저격당했다. 지금 나는 인생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한번도 쉬지 않았던 직장생활을 잠깐 벗어나, 내 자신과 맞닿은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내 발걸음도 이 책 덕분에 꽤 선명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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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진심입니다 - 150cm, 88kg의 여자가 44kg을 덜어내고 얻은 것들
이지애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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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중이다. 목표는 '리즈시절 몸무게' 만들기. 결혼 후 양가 부모님이 지어주신 두 마리의 흑염소를 먹고 8kg를 얻었다. 후덕해졌고, 이전에 예쁘게 입었던 옷들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아무도 뭐라 말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위축된다. 그래서 시작했다. 다.이.어.트.


다이어트는 곧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아닐까. 거창하게 무슨 인생까지 들먹이냐 싶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업무를 할 때 보통 목표설정을 한다. (리즈시절 몸무게 달성) 목표를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다. (공복운동 30분, 근력운동 30분) 목표 달성을 함께할 동료를 찾는다. (온라인PT 메이트, 가끔 함께 러닝을 하는 남편) 중간중간 성취 단계를 확인한다. (매일 아침 동일한 시간에 재는 몸무게 또는 눈바디) 목표달성 여부를 파악한다. (목표수치) 성공했다면 기쁨! 실패했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나간다. 목표-기획-진행-검토-성과, 다이어트 안에 녹아 있는 이 과정들은 직장에서의 시간과도 퍽 닮았다.

저자 이지애도 책에서 삶의 모습을 닮은 다이어트 과정을 짚어낸다. 책 <다이어트에 진심입니다>에서 저자는 '슬럼프'를 대하는 자세를 언급한다. 저자는 '다이어트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거나 살다보면 슬럼프는 오기 마련'(p.59)이라며, 이럴 때면 '슬러프님'을 잘 맞이할 방법을 찾아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업무의 집중도나 강도를 높이거나, 제안서나 기획안을 처음부터 다시 구성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거나, 취향이나 직업군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 나가는 등'(p.60)의 변화를 준다는 것. 다이어트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업무에서도, 나의 다양한 취미생활 중에도 맞닦드리게 되는 여러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비법 아닐까.

책 <다이어트에 진심입니다>는 '보통 체중'을 갈망했던 150cm, 88kg의 저자 이지애가 아이 엄마가 된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해왔던 다이어트에 대한 회고록이다. 예쁘고 말잘하는 친구 덕분에 면접에서 낙방하고, 오래 볼 사이도 아닌 동료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려 폭식을 하고, 그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 요가를 하고, 삶의 시기에 찾아오는 고민들을 해결해보려 서점, 도서관, 강의 등으로 멘토를 찾아다닌다. 한 마디로 책은 다이어트를 중심으로 그려낸 이지애 저자의 에세이이자 성장기인 셈이다. 특히 저자는 책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녀는 '애덤 스미스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타인의 사랑과 관심, 인정 등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라며 '나를 향한 타인의 시선과 관심을 갈망하는 내 모습이 어리속고 속물같아 보이긴해도, 스미스의 문장 하나에 허락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p.72-73)고 말한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용기있는 모습인가. 또,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감정과 욕망에 대해서는 '순간적인 감정은 어린아이 같아서 어르고 달래야 한다.'(p.129)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생길 때 '멈춰'라는 명령 대신 '10초 뒤에 하기'로 바꿔서 생각한다(p.130)는 걸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한다.

"낳을 땐 같았으나 습관에 의해 달라진다."

저자는 '섭취 열량은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기본 원칙을 준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건강하고 탁월하게 다져가기 위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고. '다이어트에 진심'이라는 제목이 와닿아 선택하게 되었다. 나도 진심이니까. 또,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었다. 다이어트라는 가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가는지 그 기록을 보는 재미가 탁월했다. 저자는 여전히 매일의 운동을 챙기며 '섭취 열량은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삶을 추구한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곧 그녀의 '원칙'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원칙을 세우면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의 흔들림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불필요한 고민에 빠지지 않게 되고, 삶이 깔끔해진다. 하루가 아무리 지치고, 힘들더라도 내 원칙만 잘 지켜낸다면 그 하루는 반질반질 잘 빚어진 도자기처럼 윤택해진다."(p.221)고 강조한다. 다이어트는 살을 뺀다는 의미도 있지만, 잘 관리된 몸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하며, 이것은 곧 잘 정돈된 삶을 이어간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것이 곧 저자가 말하는 '도자기처럼 윤택해진' 삶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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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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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롬증후군(Stockholm Syndrom)'은 1973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롬에서 4명의 무장강도가 은행에 침입해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6일 동안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인질들은 처음에는 인질범들을 무서워했으나 점차 그들을 옹호하거나 사랑하게 되고 결국 경찰에 대항하기에 이른다. 즉, 스톡홀롬증후군은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심리현상을 일컫는다.

패트리샤 캠벨 허스트(Patricia Campbell Hearst)는 미국 신문 재벌의 상속녀이자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인 배우이기도 하다. 그녀가 19살이던 1974년 2월 어느 날, 좌파 무장단체인 SLA가 허스트가 약혼자와 함께 지내는 아파트에 침입해 그녀를 납치한다. SLA는 방송국을 통해 그녀의 몸값을 요구한다. 하지만 납치 후 두달이 지난 4월 15일, 그녀는 '타니아'로 개명을 하고 SLA와 함께 은행을 습격해 강도 행각을 벌인다. 이후 1974년 5월 FBI가 SLA의 아지트를 급습하며 패크리샤는 도망치기에 이른다. 그리고 6월 패트리샤는 타니아라는 이름으로 방송국을 통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국가적 심볼이 되기에 이르고, 이후 경찰과 FBI를 피해다니다가 1975년 9월 FBI에게 체포된다.

롤라 라퐁의 2017년 작품인 <17일>은 패트리샤 허스트 사건을 다룬다. 책에는 세 인물이 등장한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조사해 보고서를 쓰는 30대 미국인 '진 네베바 교수', 그녀의 조수로 일하는 10대 프랑스인 '비올렌', 그리고 진 교수를 '당신'이라고 부르는 화자 '나'다. 책은 패트리샤의 재판을 앞두고 있던 1975년 10월로 시작한다.

책에서 패트리샤의 주장은 두 가지로 나뉜다. 타니아의 이름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하던 그녀는 재판 중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가짜로 SLA에 가입한 것"이라고 말한다. 패트리샤의 변호인단은 그녀의 범죄 행위가 세뇌 - 스톡홀롬 증후군 - 에 의한 것이라며 패트리샤에게 유리하게 적용할 보고서를 '17일'간 작성해 줄 것을 진 네베바 교수에게 의뢰한다. 이 일을 위해 진 교수는 비올렌을 고용한다. 진과 비올렌은 패트리샤의 행적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읽고 들으며 그녀의 심리를 따라간다.

1970년대의 SLA는 미국에서 활동한 좌익 서양의 집단으로 "삶이란 총을 똑바로 쏘는 것이다"와 같은 말을 남겼다. 이들의 패트리샤 납치 목적은 체포되어 수감중인 SLA 단원과의 인질교환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후 이들은 허스트가에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라 요구했다. 흥미로운 건 세간의 반응이다. 당시 십대들은 '타니아'와 기존의 인종차별주의, 자본주의, 파시즘 등에 대항하는 SLA에 열광했다고 한다. 그 근거는 패트리샤의 말에서도 등장한다. 비올렌은 진에게 "심문 중에 패트리샤가 왜 기회가 있었는데도 도망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고 계세요? '제가 도망쳐서 어디로 간단 말이예요?'"라며 "이것은 어른들은 귀 기울이지 않는 대답이었습니다. (p.276)"라고 말한다. 아마도 SLA에 대한 추종이 곧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정도의 의미로 해석되었던 것 아닐까.

"단순히 어떤 사람의 선택이 우리에게 부자연스럽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유롭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자유로운'의 반대는 '얽매임'인가?" (P.112)

소설 <17일>은 겹겹의 층위를 가진 작품이다. 패트리샤의 행동과 목소리 위헤 진 네베바와 비올렌의 시선이 각각 존재한다. 그 위에는 비올렌에게 영향받는 화자 '나'가 있다. 패트리샤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1970년대의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발과 빈부격차, 여성에 대한 편협함 등이 강한 시대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납치를 빌미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패트리샤는 SLA가 아니었더라도 당시 여성이나 젊은이들에게 '자유의지' 혹은 '해방'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스스로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작품은 많지만 실화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그 와중에 패트리샤의 행적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35년형의 재판을 받은 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로널드 레이건이 석방 탄원서를 제출해 징역이 7년형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투옥된지 22개월만에 1977년 지미카터 대통령 체제에서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패트리샤가 재벌가의 상속녀가 아니었어도 특별사면이 될 수 있었을까? 책에서는 답을 주지 않는다. 과연 패트리샤의 선택은 선택이었을까, SLA의 세뇌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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