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전염병들
브린 바너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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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가장 무서운 질병이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
요즈음은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인 HIV가 더 무서운 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HIV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인간의 면역체계를 파괴하고 결핵처럼
다른 기생충들에게 감염의 문을 열어버린다.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1981년 에이즈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 2억가량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이처럼 질병이 역사를 바꿀만큼 인명을 살상한 경우들은 많다.
흑사병 혹은 페스트라고 불리는 병은 1346년 유럽에서 발병하여 4년도 채 안된 기간동안 당시의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유럽 식민지가 시작될무렵 천연두는 원주민들을 몰살시키면서
침략자들이 차지할 땅을 비워놓았다. 때문에 정복자와 피정복자들 모두 신이 유럽인들 편이라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반면 황열병(오늘날의 풍토병)은 노동력을 찾아 몰려든 식민지 개척자들과 탐험가들을 공격했다.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황열병은 플라비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 이 플라비바이러스는 나무에 사는 원숭이들과 이들에게 붙어사는 기생충이 살아가는 신세계 열대지방이 거주지이다. 인간들보다 훨씬 높은  천공에서 바이러스는 곤충과 동물들 사이에서 순회하고 있는 것이다. 숲이 방해받지 않는 한 황열병은 수년 혹은 수 십년까지도 조용히 지낸다. 그러나 거주지나 농지를 위해 땅을 개간하려고 나무가 베어질 때마다 황열병은 인간의 사슬 속에 다시 들어갈 준비를 하고 땅으로 돌진해 내려오는 것이다. 백인들에겐 치명적이었지만 아프리카인들에겐 동맹자였던 바이러스였다.
아프리카 학교 아이들 사이에는 "모기만이 아프리카를 구할 수 있네. 말라리아 만이 아프리카를 구할수 있네. 황열병만이 아프리카를 구할 수 있네."라는 노랫말이 있단다.

 
문학에서 결핵은 아름다운 병, 한번쯤 걸려보고 싶은 병으로 읽히는 경향이 많다.
핏기 없는 피부, 홍조 띤 뺨, 하얀 손수건에 묻어나는 각혈의 흔적. 등이 비련의 주인공을 만드는 표시로 사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결핵에 걸린 낭만주의적 수척함이 상류층의 표상이 된적도 있고, 일본에서는 상사병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질병이 이처럼 아름답게 묘사되는 경우는 드문 듯 하다. 결핵에 대한 글은 롤랑바르트에게서도, 가라타니 고진의 글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중 <병이라는 의미>에서 심도있게 다루어진다.

 
스페인 숙녀라고 불리는 독감은 독감이 스페인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처음에 스페인 신문에서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500만명에 이른다. 스페인 독감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로 인해 의학계에서는 최초의 항생물질 '페니실린'이 발견되었다. 

 
지구상에 존재해야하는 생명체의 최대량은 얼마나 되는걸까?
자연 - 스스로 그러함 - 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은 세균의 진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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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불륜의 사회학 :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 살림지식총서 167
황혜진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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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1950년대 정비석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자유부인>을 시작으로 <애마부인>,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정사>, <해피엔드>, <주노명 베이커리>, <바람난 가족>등의 영화를 대상으로 여성의 성이 사회적 변화와 함께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살피고 있다. 밝은 햇살 속에서의 성 담론이 아닌 가정이라는 틀을 가진 유부녀를 대상으로, 혼외 정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지만 적나라하다.
영화의 제목 앞에 있는 수식어들을 살펴보자.

바람난 사모님의 원조 <자유부인>
자아를 찾는 실패한 여성 <애마부인>
애매한 양다리 걸치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우울한, 그러나 참을 수 없이 유혹적인 <정사>
마녀 사냥, 거세된 남성의 좌절에 대한 처방 <해피엔드>
이혼 연습, 커플 바꿔보기 <주노명 베이커리>
정직한 올가즘은 무죄이자 우리의 희망 <바람난 가족>

불과 5.60년 사이에 성에 대한 여성의 시각은 물리적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화의 일꾼으로 남편을 내몰고 자식과 살림에 올인했던 여성은 점차 주체의 욕망을 향해 꿋꿋하게 행군해 가고 있다. 물론 이 지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자아의 해방과 성적 자유를 동일시 하는 전도된 풍토일 것이다. 또 영화속 주인공들이 가진 경제적 배경을 놓고 볼 때 성을 상품화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일정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확보되어 있을때 불륜도 가능하다는 점 역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섹스가 단순한 성기의 공유가 아니라 소통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점은 그만큼 현대사회에서의 소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아닐까. 100쪽도 안되는 짧은 글과 크기도 작은 책을 읽으면서 나의 나르시시즘과 사소하지만 물질적 욕망을 만족시켜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황혜진의 글쓰기는 매력있다. 사회현상을 진단하는 칼날은 예리하다.
철학자나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의 인용이 그 인용속에 함몰되지 않고 황혜진의 글을 돋보이게 만든다. 대중영화를 텍스트로 삼아 큰 부담이 없다.

단순한 우스개로 그칠수도 있지만 은폐된 현실을 폭로하는 면이 있는 농담도 적어두기로하자. "유부녀에게 연하의 애인이 있다면 그것은 금메달 감이고 또래의 애인이 있다면 은메달, 연상의 애인으로 만족해야 한다면 동메달이며, 그마저도 없다면 '목메달'(목을 맬 정도로 절망적인!)이라고 한다."그렇다면 연하의 애인도 있고 또래의 애인도 있고 연상의 애인도 있는 유부녀는 뭐라고 불러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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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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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하고 위험요인의 하나로 사랑을 든다.  사랑을 현대사회의 위험요소로 진단하는 것은 어쩌면 형용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이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진 책에서 환경호르몬, 질병, 건물 붕괴, 가스폭발, 핵폐기물 등보다도 사랑이 더 위험요인이라는 그의 진단은 설득력을 지닌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포괄적이고 얼마나 많은 층위를 갖는지를 알기란 불가능한 일인듯 싶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잎싹은 알을 얻기 위해 기르는 난용종 암탉이다. 알을 품고 병아리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이 잎싹의 소망이다. 그러나 잎싹은 알을 품기는 커녕 발끝으로 만져볼 수 조차 없다. 이런 잎싹이 덤불 속의 알을 품고 부화시킨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과는 생김새도, 울음소리도, 생활습관도 다른 청둥오리의 새끼이다. 마당의 닭과 오리의 무리에게서 외면당하고 굶주린 족제비로 부터 새끼(초록머리)와 자신을 지키려는 잎싹의 삶은 고달프다. 새끼가 점점 자라면서 자신과는 다른 청둥오리의 모습을 보면서도 잎싹의 사랑은 변치 않는다.

작가는 잎싹의 입을 빌려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건 아니란다. 중요한건 서로를 이해 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라는 사랑관을 펼친다. 겨울을 나고 이동하는 청둥오리의 무리를 따라 이동해가는 초록머리와 이별하고, 새끼를 낳아 굶주린 족제비의 먹이가 되는 잎싹. 알을 품어보고 새끼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꿈이었던 잎싹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 알이 닭의 알이 아니라 청둥오리의 알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로 인해 잎싹의 사랑은 단순한 종족 보존의 본능을 넘는 효과를 낸다. 잎싹의 사랑이 자신의 결핍을 보상받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한 사랑이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마당에 있는 닭의 우두머리인 수탉은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읽힌다. 병아리 여섯 마리를 거느린 암탉이 중시하는 질서 역시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청둥오리를 자신과 한 족속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무리로 끌어오려는 오리 우두머리의 주장 또한 울리히 벡이 주장하는 현대 사회의 위험요인인 사랑의 한 방식이다. 타자의 사랑을 보면서 왈가왈부하는 나는 과연 제대로 사랑을 해보기나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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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 살림지식총서 282
변광배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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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결혼이라는 말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기간 같이 사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전에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이혼에 이를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들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불행을 미리 막는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한 예비단계인지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한 수단인지 모호해지려고 한다.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1929년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각각 수석과 차석으로 합격하면서 같은해 11월 부터 계약결혼에 접어든다. 처음 그들은 2년간의 계약 결혼을 약속했지만, 그 계약은 그들이 죽을 때까지 50여년이 넘도록 유지된다. 계약결혼의 내용은 경제적으로 서로 독립한다,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고 관계를 지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서로 허락한다 등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단순히 계약내용은 지키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계약결혼은 그들의 사유를 실행하는 과정이었고, 사유와 경험을 작품을 통해 형상화해 내었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 아무런 까닭없이 내던져진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르트르는 인간을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첫째는 자기 자신을 사물같은 존재로 여기는 유형, 두번 째 유형은 인간 스스로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로 사르트르는 이러한 형태를 자기기만의 형태로 취급하면서 통렬하게 비판한다.  세번째는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관심을 돌리는 유형으로 여기에서 타자의 존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타자는 나의 존재 이유를 담고 있는 자이다.

사르트르의 사유체계 안에서 인간은 항상 주체성을 유지해야하며 사랑 역시 타자와 내가 모두 주체성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맺는 관계여야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언어는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인간은 타자를 사랑하거나 타자의 사랑을 구하는 과정에서 언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한다. 그리고 이때의 언어는 '말' 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 생산해 내는 모든 기호를 사르트르는 언어에 포함시킨다.  

이러한 사유를 토대로 살펴볼 때  그들의 계약 결혼은 육체와 정신을 좀 더 알기위한 단순한 결합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사유를 기초로 한 삶을 살았고, 그들 자신의 삶을 통해 인간관계의 이상을 세우려하였다. 작고 못생긴데다 사팔뜨기인 사르트르는 지적 반려자 없이는 살 수 없었고, 말과 글을 더 없이 사랑했던 보부아르에게 그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였던 사르트르는 그가 가진 육체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작용했을지 모른다.  

한동안 오자가 눈에 띄지 않아 편안했었는데  또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도 세 근데서 오자를 발견했는데, 오늘 문득 든 생각에 의하면 오자가 발견되는 책들이 철학적 사유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는 몇개의 오자때문에 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심하게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오타를 치기도 하고 시간에 쫓기다보면 다시 읽을 여유도 없이 그대로 활자화시키기도 하면서, 더구나  잘못된 글자들을 충분히 교정하여 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렇게 유난스레 민감하게 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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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2018-11-1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탈자가 나오면 책의 번역이나 내용을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독자로서 당연한 것이지요.
특히 번역서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반딧불이 2018-11-14 19: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사랑님도 그러시군요.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서록 범우 한국 문예 신서 13
이태준 지음 / 범우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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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序錄. 순서가 없는 책이라는 뜻인가 싶다. 차례에 따르지 않고 펼쳐든 곳 아무 곳이나 읽어도 좋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처음 한두 편을 읽고 나면 작자의 의도를 외면한 채 혹시라도 빠트릴세라 아껴 읽게 되는 책이다.

재치와 화려한 수사로 어필하지 않는다. 난해하거나 미망을 앓을 철학적 개념어도 없다. 그의 시선은 높은 곳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그의 눈은 낮은 자리에 있으며 마음은 더 깊은 자리에 가 있다. 그의 언어들은 창덕궁 후원에서 홀로 농익은 앵두 같다. 그의 문장을 읽다보면 마른 기왓장에 성긴 빗방울 듣듯 아득하게 번져와 그윽하게 채색된다. 행간 행간에서는 향기가 베어난다. 늦가을 얼개를 펼치는 햇살에 투명하게 살아나는 창호지의 실핏줄처럼 고운 피가 심장을 뛰게 한다.

무엇보다도 내게는 새벽 빈 하늘을 밟고 고요히 내려온 서리꽃 같다. 그 차고도 은은한 빛의 결정체. 태양의 가장 여린 숨결에도 형체를 잃어버리지만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미지만 남은 서리꽃 말이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어떤 현란한 수사도 그에게는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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