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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승산의 대칭 시리즈 4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안기연 옮김 / 승산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수학과 수학자에 관한 책은 처음이다. 수학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숫자와 끝없이 씨름을 해야 하는 것 밖에 없다. 중학교 때인가 음의 정수, 양의 정수, 유리수의 혼합셈 문제를 풀 때 늘 부호를 빼먹어서 답이 틀렸던 기억, 어찌어찌 풀기는 했는데 답이 0이었을 때의 그 허무함, 소금물의 농도도 먹어보고 구하는 것이 빠를 듯싶었고 시간과 거리, 속도 등을 배울 때는 내 지능이 두 자리 수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도형은 특히 싫었다. 점대칭 선대칭이 내가 아는 대칭의 전부다. 중학교 때부터 싫어진 수학에 오답을 제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이런 수학을 아름답게 여기고 여기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있다. 책은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내가 만약 저렇게 오답만을 제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수학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으니 책이 주인을 잘못 만난 셈이다.

책 속에는 자연에 숨겨진 모든 대칭의 패턴을 목록화하겠다는 야심에 가득한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주사위, 불가사리, 에셔의 그림, 알람브라 궁전의 17가지 대칭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얼마전 플르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읽으며 루비콘 강에 이르렀던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한 말을 마주쳤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 깜짝 놀랐었다. 주사위가 이미 기원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주사위 게임은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를 포위 공격하는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팔라메데스가 고안했다고 한다. 로마 군인들은 주사위게임을 너무나 즐긴 나머지 그 전쟁중에도 무거운 주사위판을 등에 짊어지고 다녔다고 한다. 알고보니 주사위의 모양도 아주 다양하다. 그러나 완벽한 대칭 다면체는 다섯 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알람브라 궁전에 있는 17개의 패턴을 찾아나선 작가를 따라다니는 일은 흥미진진했다. 선회대칭이니 반사대칭이니 미끄럼대칭이니 하는 전문 용어는 몰라도 좋았다. 60도를 돌리든, 120도를 돌리든, 90도를 돌리든 점을 중심으로 하든 회전축을 중심으로 하든 아무상관없이도 재미있을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보르헤스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었다. 그는 보르헤스를 수학자들의 작가라고 한다. '그의 단편 소설들은 마치 수학 증명처럼 무리없이 엮어진 아이디어들로 정교하게 구성된다. 각각의 단계는 정밀함과 빈틈없는 논리를 갖추면서도, 놀라운 반전과 풍자로 가득하다'니...믿을 수 없다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왜 보르헤스의 책이 잘 안 읽히는지 여기에 해답이 있는 듯하다.  

이 책 중에 아마도 내가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소수를 가지고 하는 수학적 농담이었던 것 같다. 증류소 방문을 마치고 미니어쳐 술병을 주자 알콜도수가 30퍼센트에 불과하고 게다가 소수도 아니라는 사실이 수치스럽다는 말을 농담으로 하는 수학자나 그말을 듣자  술병들을 홱 치워버리고는 한참 있다가 새로운 병들을 가지고 나타나서는 '43퍼센트입니다. 제 생각에는 소수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주인이나 못말리는 수학에 미친자이지만 한편 귀여운 구석이 있다. 

우리의 생활에 퍼져있는 다양한 수학적 요소들을 찾아낸 설명을 듣노라면 수학을 떠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파리 라빌레트 공원의 라제오드, 신 개선문 등의 건축 뿐만 아니라 일본의 가부키, 쇤베르크와 바흐, 모짜르트의 음악, 현대무용 등 그 범위를 제한 할 수 없다. 이런 재미와는 별개로 5차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논문을 과학원에 제출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26세에 요절한 닐스 아벨, 그의 뒤를 이어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한 감옥에서 5차 방정식에서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고 자신의 논문을 완성했지만 복잡한 사랑게임의 논리와 규칙을 파악하지 못해 가슴에 총을 맞고 죽은 갈루아의 이야기는 가슴아팠다. '스무살에 죽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용기가 필요하지'라고 했던 그의 말에 가슴이 뻐근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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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28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은 영국 수학자 하디의 <어느 수학자의 변명>이 떠오르네요. 어릴 때 교회에 가면 너무 지겨워 성가대가 부르는 찬송가의 음의 길이를 숫자화해서 인수분해하는 놀이를 즐겼다는 대목이 나오거든요. 그러면서 신동 소리깨나 들었던 수학자들은 대부분 어릴 때 그런 놀이를 즐겼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일반인과는 뇌구조가 다른 것 같아요^^

반딧불이 2011-03-28 01:15   좋아요 0 | URL
후와님께서는 수학관련 책을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혹시 후와님도 음의 길이를 숫자화하거나 자연에 숨겨진 대칭을 찾느라 거리를 헤매시는 건 아니에요?

비로그인 2011-03-28 01:19   좋아요 0 | URL
제게 맘 상한 일이 있으시다면 차라리 욕을 하세요. 그런 숭악한 말씀은 마시고요 ㅋㅋ^^

반딧불이 2011-03-28 01:26   좋아요 0 | URL
아유. 깜짝이야. 내일쯤에나 오실줄 알았더니.... 욕은 그만두고 한 대 때려주고 싶은데욧! ㅋㅋ

양철나무꾼 2011-03-28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신간평가단 도서인줄 알고...님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 신간평가단이랑 상관없이 이 책을 가지고 있는데...무려 읽기도 했는데,
난해하고 넘 어려웠어요~ㅠ.ㅠ

제 자신이 문과적 성향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실은 이과였거든요.
그래서 수학 잘하는 친구들 종종 봤거든요.
그런 외려 그 친구들 정신세계 유니크 하더라구요~
독특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고~^^

반딧불이 2011-03-28 09:37   좋아요 0 | URL
저라고 안어려웠겠습니까? 다만 가끔 난해한 문제를 가지고 씨름을 해야하느니..하면서 이차방정식도 풀어보고 대칭축도 찾아보고 했죠. 머.

저 역시 문과적 성향이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는데 아무래도 아닌듯 싶습니다. 그동안 제가 알던 수학과는 달리 추상적인 것을 구상으로 풀어내려는 수학자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cyrus 2011-03-28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서 그나마 재미있게 읽은게 알함브라 궁전 이야기에요, 나머지 내용들은
수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것들이라서,, 그냥 대충 읽었어요,, ^^;;

반딧불이 2011-03-28 09:39   좋아요 0 | URL
서평이 마감날짜가 지났는데도 절반이 안올라오는걸 보면 누구라도 그러셨을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