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무엇이 있을까요? 아티비티 (Art + Activity)
클라이브 기퍼드 지음, 케이트 매클렐런드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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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출판사 아티비티 시리즈의 매력은 아이들과 어른이 모두 볼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점인데요.



<위에 무엇이 있을까요?> 그림책도 읽는 내내 눈호강할 수 있는 그림책이었어요!



이 그림책은 위, 아래 시리즈로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래에 무엇이 있을까요?>도 곧 구매할 예정이에요. :)



이 그림책은 상승적인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팝업북인데요. 그래서 한 장 한 장 펼 때마다 그림들이 위로 슉슉 펴져 올라가요!



바로 이런 식으로요! 큽, 너무 예뻐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아.

팝업북의 매력은 책을 펼쳤을 때, 마치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밋밋했던 그림들이 3차원으로 살아난다는 거죠.


그림 밑에는 독자를 팝업북의 세계로 초대하는 문구들이 쓰여 있어요.

그림의 배경이 되는 공간들이 바다, 도시, 히말라야 산맥, 우주 등올 나뉘어져 있어서 테마가 다양해요!


도시는 빌딩의 각진 면을 부각해서 숲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죠. 도시이더라도 다양한 색감을 사용하고 있어서 밋밋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빌딩 위에 매트를 펴고 요가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ㅋㅋㅋ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이 너무 귀여워요.


한 장을 넘기면 다른 세계로 넘어온 기분이 들어요. 여긴 히말라야 산맥입니다. 곰과 산양과 물소들이 살고 있는 곳이죠.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자연 공부도 시켜줄 수 있네요!


마지막은 우주 속 지구 모형이 나타납니다. 종이들이 절묘하게 조립되어 있어서 이 지구 모형이 너무 신기했어요. 반짝이는 별들과 푸른 지구의 색 조화도 예뻤고요.



"땅에서 멀리멀리 떨어진 높디높은 곳에 우주정거장이 있어요. 우주 비행사 여섯 명이 그곳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우주의 신비를 밝혀 줄 실험을 하면서요."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를 바라보는 시점을 담고 있네요. :) 여러 장소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을 담고 있어서 물건들의 윗부분을 직접 그려보는 놀이를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책장을 넘기면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에 눈이 즐거운 팝업북입니다. '그림책의 진수를 담고 있는 건 바로 팝업북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오로지 그림만으로 독자를 감탄하게 만드니까요!


날씨 좋은 날, 아이들 혹은 친구들과 함께 그림책을 넘겨보시는 건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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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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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는 중세 시대가 배경이 되는 소설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오만과 편견>은 책으로도, 영화로도 여러 번 재탕했을 정도죠. 발까지 길게 내려오는 치마와 촛불과 촛농, 질척한 흙길 등이 주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재밌게 읽게 되었어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의 원제는 'THE LIE TREE'인데요. 책을 읽기 전에는 왜 거짓말을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어요. '번역을 잘못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ㅋㅋㅋ 하지만 중간까지만 읽으면 왜 제목이 <거짓말을 먹는 나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이니만큼 먼저 간단히 스토리를 설명해드리자면, 주인공인 '페이스'가 아버지의 죽인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먹는 나무로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자연과학자인 페이스의 아버지가 소중히 키웠던 희귀한 나무인데요. 나무에게 거짓말을 얘기하고, 그 거짓말을 사람들에게 퍼트리면 나무에 열매가 맺히게 됩니다. 그 열매를 먹으면 환각상태를 통해 그 거짓말에 관련된 진실을 알 수 있게 돼요. 엄청난 거짓말일수록, 많은 사람들을 속일수록 열매의 위력은 강력해집니다.



이 소설의 장르는 스릴러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소녀인 '페이스'예요. 그래서 이 작품은 보통의 스릴러 소설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됩니다. 아이가 주인공이고,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페이스는 어린들의 말과 시대가 요구하는 관점에 매여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페이스의 제한된 시점으로만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죠. 그래서 페이스가 집에서 몰래 빠져나올 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행동할 때 마치 페이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일반적인 스릴러 소설에서는 사건의 잔인함이나 해결에 집중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페이스의 변화와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성장 소설의 특징도 보이고 있어요.



"페이스는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한 손으로 누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해변의 햇살이 죽어가고 있었다.

페이스의 자존감은 애정과 정면충돌했다. 그 충돌은 원래 일방통행으로 일어난다. 사랑은 공정한 싸움을 하지 않는다. 그 순간 그녀의 자부심, 자신이 옳다는 걸 알고 있는 마음, 심지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생각마저도 앞으로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할 가능성에 직면하자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서 페이스의 배경은 베인 섬마을과 가족들인데요. 둘 다 폐쇄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서 페이스를 옥죄는 기능을 하고 있어요. 특히 자연과학자인 '에라스무스 선더리(페이스의 아버지)'는 페이스에게 다방면으로 영향을 끼치는데요. 페이스가 자연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연과학을 공부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죽는 중반부 이전까지는 고구마 투성이에요 ㅋㅋㅋ 아버지가 죽고,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의 국면이 바뀌고 페이스가 변화하기 시작해서 흥미로워집니다! 중반부까지 지겹더라도 참아주세요!



이 작품은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끊임없이 페이스를 제재하던 폐쇄적인 요소들이 많이 강조됐던 것은 결말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남성중심으로 흘러가던 시대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읽다 보면 독자들도 이야기 속 여자 캐릭터들을 점차 망각하기 시작합니다. 여자는 기능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전제에서부터 이야기가 출발했다면, 어쩌면 이 작품의 반전은 밋밋해졌을 것 같아요.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꼭 끝까지 읽으시길. :)



"언뜻 봐도 나무가 지난번보다 훨씬 더 큰 걸 볼 수 있었다. 검은 잎 무더기에 가려서 화분은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돌 선반을 향해 뻗어가던 갈라진 덩굴손은 이제 선반을 가릴듯이 자라서 창백한 돌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다가 발이 뭔가에 걸렸다. 아래를 내려다본 페이스는 마치 다리가 여러 개인 거대한 거미가 바닥에 철퍼덕 내려앉은 것처럼 검게 얼기설기 꼬인 덩굴들이 밖을 향해 펼쳐져 있는 걸 발견했다.

페이스는 덩굴들 사이의 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면서 잘못해서 열매를 밟게 될까봐 불안해하며 나무에 다가갔다. 또다시 그녀 주위의 허공에서 작은 숨결들의 불협화음, 녹아내린 말들, 고삐 풀린 소리들이 들렸다.

"왜 내 거짓말에 이렇게 커버린 거지? 우리 아버지의 거짓말이 더 중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믿었는데." 페이스가 큰 소리로 물었다.

아마도 나무가 날 좋아해서 그럴 거야.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어쩐지 마음속에서 그 생각을 몰아낼 수 없었다. 아니면 내가 나무를 좋아해서 그렇거나."


'거짓말을 먹는 나무' 자체가 판타지적인 소재입니다. 페이스와 거짓말을 먹는 나무의 관계가 페이스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비현실적인 소재를 등장시킴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더 끌 수 있었고, 전형적인 스릴러 소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스릴러적인 요소는 사실 별로 없어요. 주인공도 어린아이고, 정적인 나무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심지어 판타지적이기까지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작품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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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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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윤태호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미생>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어요. 솔직히 <미생>을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취준생의 입장에서 읽어버려서 회사 안의 그 치열한 경쟁 구도를 주인공과 함께 버텨가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의 삶에 대해 많은 고찰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윤태호 작가님의 신작, <오리진>이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 반가운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



<오리진>은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ORIGIN이란, '기원, 근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죠. 그래서 처음 제목을 봤을 땐 굉장히 거대한 이야기가 이 책 안에 들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제가 책을 쓴다면 '오리진'이라는 제목을 택할 때까지 많은 고민이 들 것 같았거든요! 거대하지만 추상적인 개념을 의미하고 있는 단어니까요.

이 책의 장르는 '교양만화'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되지 않은 장르라고 생각해요. 만화책이라고 하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내용만 들어있다고 생각하시는 부들이 많으실 텐데, 이 <오리진>이라는 작품은 그런 편견을 깨부수고 있습니다. 꼼꼼하고 천천히 읽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요. 하지만 중간중간 재치 있는 대사나 재미있는 표정 묘사를 통해 웃음을 주기도 해요. 특히 주인공인 인공지능 로봇 '봉투'가 넘나 귀엽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윤태호 작가님만의 독자적인 장르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관련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도 내게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작품의 연재가 끝나면 사라지는 지식들. 다시 무식한 나로 돌아왔다. <미생>에 쓴 대사처럼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알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흔히 말하는 '교양'이라는 것을 파고들어 알기 쉽게 서사와 연결하고, 드라마의 힘을 결합한 정보로 기억에 강하게 남는 책을 원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다루려는 주제는 '교양'입니다. 교양이란,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교양이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우리 삶을 성장시킬 수 있는 품위와 지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교양을 다루는 교양만화라니.


"우주는 귀하다. 지구와 생명도 귀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귀한 것은 우리 자신이다. 인류가 없다면 우주는 찬란하지도 아름답지도 못하며, 자기 나이가 138억 살이라는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없었다면 그 어떤 동물과 식물도 이름을 가져보지 못했을 것이며, 그 어떤 꽃도 예쁘지 못했다. … 이처럼 귀한 우리 호모 사피엔스 역시 생명이다. 생명은 열이 있는 곳에서 기원했으며, 열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열은 생명의 기원이자 조건이다. 열을 지키는 보온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오리진> 시리즈는 10권에 걸쳐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 중 1권에서는 '보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는 책의 첫 출발이 왜 보온에 대한 이야기인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서울시립과학관장이신 이정모 관장님의 말씀처럼 사람들이 생명을 연장하는 데에 체온 유지는 필수적입니다. 36.5도라는 이 미묘한 온도에서 1도 낮아지거나 높아져도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보온'이라는 개념은 누군가의 도움을 의미합니다. 누구도 혼자 살아남을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요. 윤태호 작가님께서 보온을 첫 이야기의 주제로 삼은 것은 사람들과 로봇 '봉투'의 만남에서도 중요한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영원히 살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자 오히려 사람들은 훨씬 어린 나이에 목숨을 끊는 일들이 빈번해집니다.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고, 먹으려 하지 않고, 살려 하지 않게 된 것이죠. 사람들은 스스로를 멸종의 길로 몰고 가기 시작합니다. 그 때 한 과학자가 그런 인류를 돕기 위해 삶의 에너지가 가장 뜨거웠던 21세기로 로봇을 보내 그 원인을 학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미래에서 보내진 인공지능 로봇은 과거에서 답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해야만 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인 드림로봇 회사의 과학자 일행들은 이 로봇에게 '교양'과 그 '기원'을 가르쳐야만 한다는 사명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드림로봇 회사는 이미 파산한 상태고, 빚쟁이들이 남은 모든 것을 가져간 후입니다.


과학자 일행과 로봇은 한 빚쟁이의 동정으로 그의 집에서 지내게 되고, 여기서 로봇은 인간의 항상성에 대해 학습하게 됩니다. 빚쟁이 가족들이 감기로 고열에 시달리자 자신의 체온을 내려서 열을 낮춰주기도 해요! <오리진> 1권에서는 '동정심'이라는 감정선이 굉장히 많이 드러나는데요. 보온이라는 테마와 함께 타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우리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감정선이 아닐까 싶네요.


처음엔 로봇을 낯설게 여기던 가족들도 로봇의 도움을 받게 되자 천천히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여기서 로봇의 이름도 '봉투'라고 지어지게 되는데요. 로봇의 정신연령대가 5~6살이라 아들인 봉원이와 정신적 유대를 많이 쌓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봉투는 1권에서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36.5도로 맞춰 인간의 항상성 모드로 변환하는데요. 그래서 사람처럼 추운 곳에 오래 나가 있으면 순간적으로 기절도 하더라고요! 봉투가 자신의 체온을 36.5도로 맞춰놓는 데에는 온도를 통해 조금이나마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런 점이 기존의 인공지능 로봇 캐릭터와는 다른, 학습하는 로봇인 '봉투'의 캐릭터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뒷 부분에는 '보온'에 대한 과학적·역사적 사실들까지 덧붙여 놓아서 재미뿐만 아니라 논리성도 확보하고 있어요. 정말 완벽한 교양 만화 아닌가요?ㅋㅋㅋ 아이들이 이해하긴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딱딱하게 배우는 지식들을 만화책을 재밌게 접근시킬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다 보니 전체적인 스토리가 확실히 파악되기 보다는 복선을 많이 깔아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다음 편이 더더더더 궁금해진달까요!!! 특히 봉투가 사람처럼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보니, 봉투의 학습과 성장을 통해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가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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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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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에 머물다>라는 책은 제주도의 100년 된 집에 겨우 30살 남짓한 신혼부부가 사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새 집, 새 건물, 새 물건만을 부르짖는 현대에 반향하는, 손때 묻고, 오래되어 낡았지만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명 '똥손'인 저는 엄두도 내보지 못할 자신의 집을 만드는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집을 새로 리모델링하고, 인테리어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 자체가 작가님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볕이 좋은 날, 앞마당에 펼쳐놓은 돗자리 위에서 작가님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듣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책 자체가 '나만의 집'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보니 사진도 많고, 각 장들이 2쪽에서 3쪽 정도의 분량이라 집중하면 3시간 정도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어요. 작은 글씨로 꼭꼭 지면을 채워넣기 보다는 책의 중간중간에 여백을 남겨둔 게,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새삼스럽지만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우리가 살 집을 우리가 만든다는' 거였어요. 못질 한 번 해본 적 없는 작가님과 목수 삼촌 밑에서 2달간 일해본 것이 전부인 J, 이 신혼부부가 집을 만든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선명히 보여서 더 놀라웠습니다.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것보단 확실히 돈은 적게 들겠지만, 집에 쏟아부어야만 하는 정성과 시간을 생각해보면 선뜻 시작할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부부가 자신이 살 집을 직접 리모델링한다는 게 '낭만적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낭만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현실적으로 견뎌야만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책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PART 1의 끝자락에서 BEFORE & AFTER 사진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아, 이 집을 떠나지 못하겠구나'였어요. 벽, 문, 창문, 가구, 지붕 등 모든 곳에 추억과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요. 제 3자인 제가 AFTER 사진을 보면서도, '이 장식은 감나무 가지로 만들었다고 했지', '이 벽의 페인트는 이렇게 칠했다고 했지', '이 가구를 만들 땐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머릿속에서 수많은 책의 기억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런 느낌을 받는데, 그 집에 사는 작가님 부부는 추억과 함께 살고 있으실 것 같아요.

 

 

책의 PART 1에서는 오래된 집을 고치고, 꾸미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면, PART 2에서는 그 집에 머물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오래된 집을 고치는 작가님의 글을 보고 집을 방문하신 분들이 많아서, 다들 집과 닮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만남을 공유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라는 장소의 맛과 멋이 물씬 풍깁니다. '활엽수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손님들과 채식 파티도 하고, 인디 밴드의 공연도 하는 시간 동안 그 오래된 집에서는 방문객들의 기억도 점차 쌓이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에 사는 작가님의 일상을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지금 텃밭에서는 어떤 채소가 자라고 있을지, 오늘은 어디로 산책을 나갈지, 어떤 느릿느릿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제주에 여행을 가면 100년동안 서있었던 그 오래된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하루간 그 집의 기억이 되고 싶네요.

 

 "우린 서로 편애해서 서로의 편에 서 온 사이잖아요. 우리인 게 참 편해서 점점 더 편애하는 사이잖아요. 그대는 내 편에 서고 난 그대 편에 서는 우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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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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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많이 읽지만, 로맨스 소설은 그다지 읽지 않게 되었어요. 로맨스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4월이 되면 그녀는>은 로맨스 소설이라기 보다는 '연애 소설'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싶네요. 로맨스란,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나 '연애 사건'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소설 중 대부분의 내용은 사랑에 대한 회의감으로 가득 차있거든요. 물론 그래서 결말이 더 와닿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린 시절 여름날 해질녘, 베란다에 앉아 거세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던 나는 비가 그치기 몇 분 전에 미리 예감했죠. 아, 이제 곧 비가 그치겠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나 비는 그쳤고, 황금색 빛이 하늘에서 내리쬐었죠. 나는 그런 예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당신과의 사랑의 시작이 내게는 그런 거였어요.
그때의 내게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었죠. 당신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일이 분명 잘 풀릴 거라고 믿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내 안에서는 그 4월이 아직도 어렴풋한 윤곽을 유지하며 계속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어렴풋하게,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이 소설의 시작은 9년 만에 도착한 첫사랑의 편지로 시작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9년 만에 첫사랑에게 편지를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왜 지금 연락한 거지?'하면서 괜히 화나기도 할 것 같고, 그 시절과 많이 변해버린 지금을 생각하면 조금 슬플 것 같기도 해요.

'하루'의 편지를 받았을 때, '후지시로'는 '야요이'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둘은 이미 동거도 하고 있고 결혼도 별다른 문제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상하게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마치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 같은 평화가 후지시로와 야요이를 감싸고 있습니다. 하루의 편지로 뭔가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였어요.


"저는 비 냄새나 거리의 열기, 슬픈 음악이나 기쁜 듯한 목소리,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걸 찍고 싶어요."

하루와 후지시로는 대학 시절 카메라 동아리에서 처음 만납니다. 그래서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소재로 등장해요. 특히 이 소설에서 다른 인물들을 변화시키는 '하루'라는 인물은 커다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요. DSLR에 익숙해진 요즘, 솔직히 '필름 카메라'라는 단어를 들은 것도 오랜만이었어요. 

하루와 후지시로는 사진을 찍고 함께 동아리 방의 암실에서 인화를 해요. 필름 카메라는 찍고 나면, 내가 무엇을 찍었는지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기다림'을 거쳐야만 결과물을 볼 수 있죠. 그리고 필름이 한정되어 잇기 때문에 자신이 정말 찍고 싶은 것만을 찍게 돼요.

아날로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런 감정선들이 이 작품 곳곳에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


"어두운 하늘에 뜬 오렌지색 구름. 눈부신 모래밭에 짙게 드리워진 사람 그림자. 아무도 없는 오락실. 울면서 웃는 아이. 비 내리는 교차로에 쏟아지는 태양 빛. 사람도 사물도 시간도 색도 소리도. 하루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겹치는 순간'을 옅은 색의 세계 속에 가두어갔다."

책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겹치는 순간'을 강조하고 잇어요. 하루가 촬영하는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들이죠. 옅은 색들이 섞여있는 사진들이에요. 어쩌면 이 책의 표지도 그렇게 정해졌을지 모르겠네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겹쳐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랑'을 빗댄 이미지 같아요. 그래서 <4월이 되면 그녀는>을 읽고 나서, 사랑이란 분홍색으로 표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글오글) 하루가 찍고 싶었다던 '두 가지가 겹쳐지는 순간'이란 보이지 않는 사랑을 순간이나마 볼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었을까요!


"콘크리트와 쇠로 에워싸인 우리 속 동물들은 연극 소품처럼 꼼짝도 않고, 눈동자만 굴리며 지나가는 인간들을 좇고 있었다. 후지시로가 보기에는 그 눈에서는 하나 같이 의지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습관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작품에는 하루, 후지시로, 야요이, 나나, 태스크, 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가장 특징적이었던 부분은 이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이나 연애관이 각자 다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이 중에서 무조건적으로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대부분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상의 권태로운 사랑만을 습관처럼 하고 있었거든요.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규칙을 어기지 않기 위해 사랑한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래서 태스크나 나나 같은 캐릭터들은 그에 대한 반향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부정하고 있기도 하고요.

실제로 제 주위에서도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이 부분이 가장 공감 됐어요. 자신의 생활이 중요해서 타인을 인생에 끼워넣고 싶지 안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저 결혼을 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을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요즘 트렌드는 혼자 사는 삶을 강조하고 있지만, 또 다른 대답을 얻고 싶은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사랑했을 때 비로소 사랑 받았다. 그것은 흡사 일식 같았어요.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진 건 지극히 짧은 한 순간의 찰나."

<이터널 선샤인>, <HER> 등의 영화를 후지시로와 야요이가 함께 보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이 영화들 또한 모두 사랑 영화이면서, 각기 다른 형태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들이에요. 작가는 각기 다른 사랑의 형태들을 이야기하고, 인정하면서 열정적인 사랑에 대한 향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연애소설을 쓰려고 보니, 주변에 열렬한 연애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싱글들은 좋아하는 상대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결혼한 부부는 사랑이란 정으로 변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연애가 사라진 세계'에서 사랑을 찾으려 발버둥 치는 남녀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희미한 '빛'과 함께 마지막 장면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사랑에 대해 알고 싶었던 해답의 조각이 보인 것 같았습니다."

작가가 책 끝 부분에 쓴 부분을 따왔습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이 책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크게 바라보면, 요즘 시대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사랑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오히려 사랑과 연애를 강조하는, 트렌드에 반향하는 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싱글, 오랫동안 연애 중인 커플, 결혼한 부부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하니?'하고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보다 이따금 그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중요할 것 같네요!

<4월이 되면 그녀는>을 읽으며,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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