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된 집에 머물다>라는 책은 제주도의 100년 된 집에 겨우 30살 남짓한 신혼부부가 사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새 집, 새 건물, 새 물건만을 부르짖는 현대에 반향하는, 손때 묻고, 오래되어 낡았지만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명 '똥손'인 저는 엄두도 내보지 못할 자신의 집을 만드는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집을 새로 리모델링하고, 인테리어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 자체가 작가님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볕이 좋은 날, 앞마당에 펼쳐놓은 돗자리 위에서 작가님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듣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책 자체가 '나만의 집'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보니 사진도 많고, 각 장들이 2쪽에서 3쪽 정도의 분량이라 집중하면 3시간 정도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어요. 작은 글씨로 꼭꼭 지면을 채워넣기 보다는 책의 중간중간에 여백을 남겨둔 게,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새삼스럽지만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우리가 살 집을 우리가 만든다는' 거였어요. 못질 한 번 해본 적 없는 작가님과 목수 삼촌 밑에서 2달간 일해본 것이 전부인 J, 이 신혼부부가 집을 만든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선명히 보여서 더 놀라웠습니다.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것보단 확실히 돈은 적게 들겠지만, 집에 쏟아부어야만 하는 정성과 시간을 생각해보면 선뜻 시작할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부부가 자신이 살 집을 직접 리모델링한다는 게 '낭만적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낭만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현실적으로 견뎌야만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책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PART 1의 끝자락에서 BEFORE & AFTER 사진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아, 이 집을 떠나지 못하겠구나'였어요. 벽, 문, 창문, 가구, 지붕 등 모든 곳에 추억과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요. 제 3자인 제가 AFTER 사진을 보면서도, '이 장식은 감나무 가지로 만들었다고 했지', '이 벽의 페인트는 이렇게 칠했다고 했지', '이 가구를 만들 땐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머릿속에서 수많은 책의 기억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런 느낌을 받는데, 그 집에 사는 작가님 부부는 추억과 함께 살고 있으실 것 같아요.

 

 

책의 PART 1에서는 오래된 집을 고치고, 꾸미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면, PART 2에서는 그 집에 머물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오래된 집을 고치는 작가님의 글을 보고 집을 방문하신 분들이 많아서, 다들 집과 닮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만남을 공유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라는 장소의 맛과 멋이 물씬 풍깁니다. '활엽수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손님들과 채식 파티도 하고, 인디 밴드의 공연도 하는 시간 동안 그 오래된 집에서는 방문객들의 기억도 점차 쌓이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에 사는 작가님의 일상을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지금 텃밭에서는 어떤 채소가 자라고 있을지, 오늘은 어디로 산책을 나갈지, 어떤 느릿느릿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제주에 여행을 가면 100년동안 서있었던 그 오래된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하루간 그 집의 기억이 되고 싶네요.

 

 "우린 서로 편애해서 서로의 편에 서 온 사이잖아요. 우리인 게 참 편해서 점점 더 편애하는 사이잖아요. 그대는 내 편에 서고 난 그대 편에 서는 우리잖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