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인재, 대학의 미래 -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
권오현 외 지음 / 포르체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학생들을 고루한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도 모자라 대학에서까지도 과거와는 별다를 것 없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이라고야 해보았자 강의를 반드시 대면으로 하지 않아도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정도이죠. 심하게는 제가 대학을 다닐 때보다 퇴보한 면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교과서대로의 진도를 나가는 것에 급급하고, 고등학교 때의 수업에서 단계만 올라갔을 뿐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책상 두 개를 나란히 두고 있는 탓에 옆자리의 수업을 때때로 듣게 되는데, 교수님의 일방적인 강의에 끌려가는 학생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수님이 그런 식의 분위기를 유도한 것은 아니고요,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주입식에 익숙해져 있던 학생들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미라의 인재, 대학의 미래>에서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야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학생들 스스로도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는 단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고, 대학생은 단지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대학생은 스스로 연구를 수행해야 하며, 교수는 학생의 연구를 도와야 한다.

-p.143 (훔볼트 인용)

AI의 발전과 메타버스의 등장을 보며 신기해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차지해야 할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대학생의 상당수는 현재 존재하지 않은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며 기성 시대가 유망한 직종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들도 사라질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은 미래의 인재를 낳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여야 하며 학생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여 앞날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로서 20세기와는 다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는 괜찮았던 것이 오늘은 불안해지고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교육에서 핵심은 바로 다양성이다.

-p.101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씩 적응해가며 대비를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의 인재, 대학의 미래>에서는 삼성전자 권오현 전 회장과 KAIST 이광형 총장을 비롯한 유명 인사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각자의 시각에서 조언합니다.

21세기 대전환의 시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더 나은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래의 인재는 새로운 발전과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인재와 일해야 하는 기업과 사회에서도 과감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학교, 사회, 기업 모든 부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p.60

새 시대에서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지, 그리고 그런 사람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대학이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챕터별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전개에 따라 미네르바 대학이 자주 거론되는데요, 특정 전공에 대한 지식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15분 내외의 짧은 수업을 듣고 난 후 자신의 의견을 펴고 의문을 해결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활성화한다고 해서 캠퍼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캠퍼스를 필요에 따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이 이뤄졌던 교실을 그만큼 줄일 수 있고, 여유 공간에 창의적 학습 광간, 만남과 사색이 이뤄지는 '제3 공간', 창작과 창업을 위한 메이커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캠퍼스 공간 혁신은 교실로만 채워진 '공장형 대학'시대를 넘어, 창의적 학습과 활동이 이뤄지는 '미래 대학'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것이다.

-p.189

캠퍼스가 없는 대학, 온라인 대학으로 연구실조차 없습니다. 언뜻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버 대학 같은 건가 싶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전 세계 7개 도시에 있는 기숙사를 3~6개월마다 옮겨 다니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습니다. 열린 대학이란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곳입니다.

여기가 정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넓은 시야를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공은 하되 편협된 지식과 사고방식을 갖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에 관한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하나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등장할 인재들은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쓸모 있는 음악책 - 내 삶을 최적화하는 상황별 음악 사용법
마르쿠스 헨리크 지음, 강희진 옮김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이라는 건 참 신기한 힘이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냥 회색빛이던 거리가 이어폰을 꼈을 뿐인데 갑자기 다른 색으로 보이는 걸 보면요.


힘든 일이 있을 때에 위로가 되거나 일의 능률을 올려주기도 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이만한 게 없습니다.



이런 음악의 파워를 아는 사람들은 마케팅에 이용하기도 하고 연인과의 무드를 잡을 때도 심지어 전쟁에서도 사용합니다. 영화 감상할 때에도 적절한 음악이 삽입됨으로써 감독이 원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기도 하죠.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특별한 경우에만 음악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상황에 맞는 음악을 선택함으로써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거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마르쿠스 헨리크의 <쓸모 있는 음악 책>은 '내 삶을 최적화하는 상황별 음악 사용법'을 알려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가 좋아지려면 모차르트를 들으라거나 걸을 때에는 클래식한 행진곡이 도움 된다는 그런 이야기를 풀어놓지는 않습니다.



장르를 넘나들면서 음악이 가까이 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상당히 지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있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습니다. 지나치게 무거운 책을 소화하기에는 머리가 상당히 복잡했기에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즐겁고 행복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신기한 책이었습니다. 음악이 사회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위트 있는 말투로 이끌어가는 일종의 가이드와 같았습니다.


저자 마르쿠스 헨리크는 음악을 통해서 삶의 모든 부분을 최적화하고자 노력하는 음악 전문가입니다. 처음에는 독일인이니 그 나라 음악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클래식부터 팝까지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전하는데 제가 팝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클래식 연주보다는 팝 쪽으로 더 끌렸습니다. (그렇지만 리스트가 연주 중에 피아노를 부쉈다는 것만은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모았던 과학 연구 결과와 함께 다년간 정리해왔던 음악 활용법을 전달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독창적이고 유쾌한 뮤직 테라피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고 했던 브리야 사바랭처럼 '어떤 음악을 듣는지가 우리를 결정한다'라고 말하는 마르쿠스 헨리크는 이 책을 정리하며 파트별로 재미있고 알짜배기 정보를 담아두었습니다.





♬ 진화와 음악과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 음악이 어떻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도 다룹니다.


♬ 나를 변화시키는 음악, 천연 호르몬 치료제인 음악을 듣는 것이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지도 이야기합니다.


♬ 정치, 철학, 마케팅에도 활용되는 음악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습니다.


♬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도 알려주고요.




이 모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가사를 잊어버렸거나 후크 된 부분만 알고 있으면 어떠냐 싶은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읽어나갑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가사를 잊어버렸거나 후크 된 부분만 알고 있으면 어떠냐 싶은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읽어나갑니다.




운동, 청소 등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을 해야 할 때는 해당 행위를 할 때의 심박수보다 살짝 더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듣는 게 좋다. 이를테면 조깅을 할 때에는 130~140bpm 정도가 적당하다.


쉬고 싶을 때, 눈을 감고 양손을 가슴에 모은 채 명상에 빠지고 싶을 때에는 60~80bpm 정도가 좋다.


-p.41



물론 자장가를 부른다고 해서 잠이 드는 건 아니지만, 욕실에서 샤워하면서 노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오래전처럼 삶에 음악을 가득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두어 달 전부터 네이버 바이브를 통해서 음악을 쭉 들어왔습니다. 최근 오디오라는 카테고리가 생기면서 새로운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아침에는 10분 동안 브레인 마사지를 통해서 긍정적인 자세를 만들고 잠깐 휘파람새 소리를 듣습니다. 한때 황폐했던 멘탈에 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습니다. 제주에서 매일 아침 들었던 소리와 동일하다는 걸 알고서 기분 좋은 시간을 약 5분 정도 느낍니다. 그러고 나서는 '덜 깼을 때'라는 DJ 프로그램을 들으면 신나는 음악이 저와 함께합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M. 그린버그 교수는 2박자나 4박자 계열에 100~130bpm 정도의 노래가 잠에서 깰 때 듣기에 딱 좋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팝송 중 절반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콜드 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


-p.75



그리고 낮에는 '최애 믹스테잎'을 들으며 일합니다. 예전에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연주곡을 들었었는데, 몇 달 동안 같은 곡을 들으니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는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 중에서 바이브에서 골라준 100곡을 듣고 있습니다. 심장 비트가 빠른 편이어서 그에 걸맞은 비트를 좋아하나 봅니다.



자기 전에는 다시 오디오로 들어가 슬립 가이드를 틀고 타이머를 정하고서 잠이 듭니다. 끝까지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쓸모 있는 음악책>은 진화, 지능, 심리와 관계, 전략, 소통, 건강 그리고 성취.


사회, 철학, 경제, 생태 그리고 인간과 낭만에 음악이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합니다.




♬노래 부르는 행위의 효능


출처 입력


1. 면역체계 강화


2. 코골이 완화


3. 자세 교정


4. 폐활량 증가


5. 노래 테라피


6. 사회적 교류의 기회


7. 긴장감 완화


8. 정신 건강 증진


그 외. 통증 억제 등


-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궁금하시다면 <쓸모 있는 음악책> 144~150페이지 언저리를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TPO에 맞는 음악을 제대로 갖추어 듣기만 하면 어떤 문제든지 해결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글은 마치 페이지 터너와 같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뮤지코필리아'가 뇌과학과 결부하여 풀어나간 음악 도서라면 이 책은 심리와 더불어서 실용성을 갖춘 음악 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원래 음악을 좋아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즐길 예정입니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되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뒤죽박죽 읽어도 무방하다.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를 실제로 찾아 듣고 따라 부른다면 더더욱 좋다.


직접 듣거나 부르는 게 이성과 감성을 더 끈끈하게 결합시키기 때문이다!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건희 컬렉션 TOP 30 : 명화 편
이윤정 지음 / 센시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2021년 7월 21일부터 시작된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무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앞으로 일주일 밖에 안 남았는데요, 다행히 우리는 <이건희 컬렉션 TOP30> 명화편을 통해서 국내 화가는 물론 해외 화가의 명작들까지 감상이 가능합니다.


물론 직접 관람하며 느끼는 감동에는 못 미치겠지만 훌륭한 큐레이션이 함께하기에 또 다른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창원 해양신도시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하니 완공되는 날까지 이러한 도슨트 북을 통해서 아쉬움을 달래어도 좋겠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 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 작품 1369점과 국외 작품 119점이라고 합니다.(총 23000여 점) 회화 412, 판화 371, 한국화 296, 드로잉 161, 공예 136, 조각 104점이라니 상당한 규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중 1930년 이전 출생한 근대작가의 작품이 860여 점으로 우리가 잘 아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까미유 피사로,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 등의 명작 등이 이에 속합니다.


이번에 만난 <이건희 컬렉션 TOP30>에는 이중 16명의 화가의 명화 30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을 중심으로 화가의 대표작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총 87점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증품들 중 상당수가 근현대작이므로 이 책 또한 그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외와 국내로 파트를 나누고 화가에 따른 큐레이션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작가의 대표작은 무엇이며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지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거나 지식 등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가 처해있던 경제적이나 심리적 상황들도 묘사해 주니 그림을 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상당히 익숙한 그림부터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까지 다루고 있으므로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세상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주기도 합니다. 국내 근현대 작가 작품들은 미술 교과서에도 등장할 만큼 잘 알려진 그림이나 화풍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몰랐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화가에 대한 이해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연대기 순이나 어떤 사조별로 엮지 않고 그저 작가에게 중심을 두고 구성되었습니다. 시대적 배경과 사회 그리고 예술 개념으로 풀어나갔습니다. 따라서 독자 입장으로는 화가 한 명 한 명을 만나는 여정 자체가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 또한 행복했습니다.​

공부하기 위해서 읽는 게 아니기에 꼼꼼히 외우거나 학습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늘 즐겨 듣는 음악 - 분위기 있는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음악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천천히 읽어나가는 느낌 자체가 좋았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구성된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를 훌륭한 큐레이터와 함께 감상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이 책은 표지 디자인부터 내지까지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회화 도서의 경우 간혹 고급스러움을 주기 위해서 반사가 심한 용지를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 빛에 따라서 불편감을 느끼기도 했었기에 딱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종이를 쓴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다채로운 컬러를 이용하여 수록된 작품들의 느낌을 제대로 잘 살려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그림들을 포함하기 위해서 분명 저작료가 만만치 않게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지와 컬러 그리고 그림 수와 분량을 고려해 보면 도서 가격이 무척 착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런 책을 정성껏 만들어서 독자에게 선보인 출판사의 마음까지 받아서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 상편 - 교과서보다 쉽고 흥미진진한 물리학 교실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천아이펑 지음, 정주은 옮김, 송미란 감수 / 미디어숲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에 물리라는 과목은 딴짓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과반이었건만 물리 선생님도 개의치 않았는데요, 학생들의 90%가 잠들어도 꿋꿋하게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저는 예의상 듣는 척하면서 한 손으로는 캐릭터를 그리고 놀고 있었어요. 말풍선까지 그려가면서 공식을 집어넣곤 했는데... 어휴 그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아니 그래도 물리는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 알고 보면 물리라는 과목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아우르기에 제가 좋아하는 화학하고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에도 저는 '물리'라는 과목명 자체가 물려서 싫었습니다. 화학은 생물하고 친한 게 아니냐며, 대학에 가서 생화학을 배울 때에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었죠.



그러나 나이를 먹고 내 아이가 물리를 선택해서 수능을 치르는 걸 보기도 하고, 때로는 대학 온라인 강의를 숨죽여서 도강 아니 청강하고 있다 보면 그렇게 괴롭기만 한 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아.. 공식만은 제발.



그런데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상>을 읽다 보니 문득 그때에도 이와 같은 도서가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으니 분명 흥미를 가지고 만나보았을 거 같은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 과학에 좀 눈을 뜨려고 하는 중학생에게는 어떨까, 이 책이 물리와 가까워지는 계기를 주지는 않을까 싶었어요.



공식과 기호가 가득한 물리라는 과목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스포츠 속에서 그리고 동화 속에서 알고 보면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왜 그렇지?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말이죠.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상>은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존재하는 과학 원리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리학의 기초를 익히게 되고 개념을 확립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방법이라니. 무척 즐겁습니다.



저자는 베이징시 제8중학 영재교육센터 물리 연구반 책임자이자 베이징시 시청구 학과목 리더 겸 우수 교사라고 책 소개에 나와있습니다. 물리와 함께하는 삶을 사랑하며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분이지만 수백 명의 제자가 명문 베이징 대학, 칭화대학에 진학했다고 하는군요.


이 책은 물리의 기본 개념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느낌이 딱 오는데요, '운동', '힘과 뉴턴의 운동법칙', '일, 에너지와 운동량','열현상' 이것만 알아도  물리의 기본기는 갖추었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물론 깊게 들어가느냐 맛만 보느냐의 차이인데요, 중학생부터 고등학교 1학년 정도 수준까지는 모두 커버가 된다고 봐도 좋습니다.



사실 물리는 세상 만물의 돌아가는 이치임에도 각종 공식으로 시작한다고 여겨져서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바로 저처럼요. 미적분을 싫어하는 이과생이었으니 물리하고 친하게 지낼 수는 없었던 거죠. 그러나 기본 개념을 챙기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다 보니 미리 좀 알고 지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도서는 재미있는 그림과 예를 통해서 천천히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이 참 좋은 책입니다. 중간에 공식이 상당히 나옴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만일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을 만나보시길 슬며시 권하는 바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리커버)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할 수도 없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아마 상상의 나래를 펴는 그 자체가 좋아서,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하지 못했기에 나름 놀이처럼 읽어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책을 만나고 주니어들이나 읽음직한 글 밥 많은 소설들까지 읽으니 어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죠.

'15소년 표류기'를 읽었던 게 7살 때의 일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렇지만 그 뒤로 불어닥친 - 열 살이 되기 전에도 상당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 수많은 우여곡절 때문에 더욱더 책을 통해 많은 걸 배워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건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롤 모델이 되어줄 만한 대상이 없었기에 책을 통해 남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며 살아남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 고개를 드는 억울함과 슬픔을 약간 다크함이 섞인 시트콤처럼 만들며 살아가는 재주도 익혔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는 고통스러워하는 어린아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겨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면 지금은 그 역시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삶을 살아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글이 참 아팠다. 그렇게도 아프게 글을 쓴 이유, 가시 돋친 나를 드러냈던 이유는 '살고 싶어서'였다. 나는 내 모습으로 나답게 제대로 살고 싶었다.

-p. 244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저자 고수리가 '살고 싶어서' 글을 썼다면 저는 같은 이유에서 책을 읽어왔습니다. 고통스러운 순간,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의심되는 순간 독서를 통해서 꿈을 꾸기도 했고, 어떤 판단을 내리기 위한 기준을 알아내기도 했으니까요. 때때로 지금처럼 타인이 남긴 삶의 흔적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과거에 대한 괴로움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아니면 도로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각자 재미있는, 혹은 슬픈 스토리들을 담고 있습니다. 밋밋하거나 평범하게 산다는 거.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이들에게도 드라마가 몇 편씩 쌓여있을 텐데 세상의 고통은 혼자 다 짊어진 것처럼 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죠. 그렇다고 남의 고통을 보고서 행복을 느끼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게 좋다는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에서 작가는 늘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고통스러운 시간도 있었고 후회막심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스토리들이 쌓여가며 현재의 자신을 만든다는 거. 그런 걸 빠르게 깨달은 사람이라는 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잘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하지만 나는 매일 자라고 있다. 하루, 한 달, 한 해가 지나면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자라 있을 것이다. 그때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처럼이 아닌 고유한 나로 살아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언제까지나, 나는 자라 내가 되고 싶다.

-p.237

작가의 말대로 저도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커서 뭐가 되는 게 좋을까 하고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직업적인 면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요, 이를테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고 싶다거나 마블 월드를 정복해버리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원하는 대로 몰랑이 피겨를 사 모으겠다는 포부를 가질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무슨 그런 희망 사항을 적느냐고 한다면 투덜대겠지만 어린 시절 저처럼 자란 사람이 영 어덜트가 될 확률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하니, 주저하지 않고 '이다음에는 사고 싶은 피겨도 세트로 사고 소고기 먹고 싶은 날에는 장바구니에 턱턱 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건 곤란할까요?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늦었다고 생각한 꿈을 다시 꺼내고 당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길. 이름 모를 당신의 인생은 어떤 책일까. 그 첫 페이지가 궁금하다.

-p. 155

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원하는 바를 슬며시 꺼내보았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는 참 신기한 에세이입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쩐지 거기에 내 인생이 묻어 나옵니다. 20대 초반에 좋아했던 음악 이야기가 나오니 엉뚱하게도 - 사실은 요즘도 가끔 듣고 있는 - 劉德華의 誰人이 떠오르질 않나, 텅 빈 엄마의 냉장고 이야기를 하니 우리 엄마는 뭐 드시고 계시려나 하는 염려도 기어올라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신기하다고 하는 겁니다. 이야기를 자연스레 털어놓는데도 그 장면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그려져, 나도 모르게 포장마차에 앉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잔치국수를 맛있게 호로록호로록 먹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진한 멸치 육수 향이 여기까지 따라오는 것 만 같습니다. 글 솜씨에 이런 묘한 매력이 있기에 브런치 북에서 누적 200만 뷰를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한 게 아닐까 합니다.

2019년 수오서재를 통해 책으로 만들어진 후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 최근에 리커버로 새 단장하여 나왔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새로운 표지로 만나보게 되었는데요, 부드러우면서도 텍스처가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손맛이 있어서 착 달라붙습니다.

표지 속 멀리 둥실 떠있는 구름을 보면서 내가 살던 고시원에서도 저런 한 조각 솜사탕이 있었더라면 약을 먹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살아서 드넓은 하늘에 제멋대로 떠다니는 것들을 실컷 보고 있으니 앞으로도 오래오래 살면서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아니 참, 그러니까 이 책이 참 이상하다는 겁니다. 분명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다시 제 이야기로 버린 걸까요? 그건 아마도 소소한 순간들을 보듬으며 진솔하게 서술했기에 친한 친구에게 그래그래 나는 이랬어하면서 이야기를 건네는 기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잠들 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서로를 지켜줄 거야."

언젠가 이 밤들도 사람들도 사라질 것을 안다. 알지만 조금만 천천히, 오래, 우리가 이 밤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잠들기도 잠들지 않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곁에.

-p.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