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원하는 바를 슬며시 꺼내보았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는 참 신기한 에세이입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쩐지 거기에 내 인생이 묻어 나옵니다. 20대 초반에 좋아했던 음악 이야기가 나오니 엉뚱하게도 - 사실은 요즘도 가끔 듣고 있는 - 劉德華의 誰人이 떠오르질 않나, 텅 빈 엄마의 냉장고 이야기를 하니 우리 엄마는 뭐 드시고 계시려나 하는 염려도 기어올라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신기하다고 하는 겁니다. 이야기를 자연스레 털어놓는데도 그 장면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그려져, 나도 모르게 포장마차에 앉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잔치국수를 맛있게 호로록호로록 먹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진한 멸치 육수 향이 여기까지 따라오는 것 만 같습니다. 글 솜씨에 이런 묘한 매력이 있기에 브런치 북에서 누적 200만 뷰를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한 게 아닐까 합니다.
2019년 수오서재를 통해 책으로 만들어진 후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 최근에 리커버로 새 단장하여 나왔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새로운 표지로 만나보게 되었는데요, 부드러우면서도 텍스처가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손맛이 있어서 착 달라붙습니다.
표지 속 멀리 둥실 떠있는 구름을 보면서 내가 살던 고시원에서도 저런 한 조각 솜사탕이 있었더라면 약을 먹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살아서 드넓은 하늘에 제멋대로 떠다니는 것들을 실컷 보고 있으니 앞으로도 오래오래 살면서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아니 참, 그러니까 이 책이 참 이상하다는 겁니다. 분명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다시 제 이야기로 버린 걸까요? 그건 아마도 소소한 순간들을 보듬으며 진솔하게 서술했기에 친한 친구에게 그래그래 나는 이랬어하면서 이야기를 건네는 기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