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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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관忌館

-호러작가가 사는 집-

글쓴이 미쓰다 신조

옮긴이 김은모

한스미디어

 

 

이로써 한국에 출간된(=번역된)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는 총 3권째이다.

미쓰다 신조, 미쓰다 신조…… 그의 책에서 악평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소설로 만나기를 조금 어려운 작가라고나할까. 책의 제목도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기관-호러작가가 사는 집>과 같이 제목부터가 살벌하기도하고, 표지도 왠지 모르게 섬뜩하다. 

 

  표지부터가 책에 등장하는 ‘인형관’을 섬뜩하게 묘사를 잘한 듯싶다.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에 나무 목조로 된 실제보다 더 커보이는 건물, 꼭대기 층에는 푸른색으로 방 안을 밝게 비추고있다. 굳게 닫힌 창문들과 커텐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인간의 그림자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음산한 표지에 더욱 더 오소소하게 불안감이 올라온다. 정말 무섭다-! 아-! 호기심은 책을 펼치는 무서운 감정도 가라앉혔다. 이웃님들의 블로그에 심상찮게 보이는 <기관>의 서평은 무서워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책을 펼치게 해주었다. 여름에도 요괴+호러물을 보지 않았는데, 이 추운 날에 몰아서 다 보게 생겼다며 혼자 툴툴거렸다.

 

-표지 앞면의 날개페이지에 있는 작가 안내 中-

 

  특이하게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비슷하게 작가 본인이 화자로 등장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미묘하게, 정말 ‘미묘’하게 녹아져있다. 실제 미쓰다 신조 작가 본인의 경험을 소설의 요소에 잡아넣었다. 정말 소설가 자신이 본인이 있었던 일을 과거 회상하는 것처럼 서술하는 부분인데, 사실 앞에 예시로 적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경우 팩션같지만 이 소설(?)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흐트려놓았다.

 

 

   한순간에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 등 뒤가 무서웠다. 뒤쪽에 등을 돌리고 있기가 무서웠다. 그렇다고 해서 뒤를 보려니 더 무서웠다.

 그래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네 발로 기는 자세로 엎드려 돌 하우스를 위에서 덮을 듯한 몸짓을 취한 xxx가 얼굴만 들어 이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뒤돌아본 코토히토와 눈이 마주치자 히히히, 하고 웃었다.

-p.207-

 

  어디까지나 소설이라 생각하지만 글 속에서의 미쓰다 신조의 생각, 추리 소설에있어 매니악적인 그의 정보에 대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에도가와 란포에 대한 그의 이야기, 렌조 미키히코(회귀천 정사와 저녁싸리 정사를 읽어 그의 등장에 반가웠다)에 대한 그의 견해, 호러 영화, 호러 책에 대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특히 <흑사관 살인사건>을 읽고 있는 중이라, 그 책에 대한 언급도 흥미로웠다.) 그의 이야기는 이 정도면 개인적인 견해가아닌 정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가 말하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어떤지 궁금하다고?

 

글쎄.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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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트라우트의 차별화 마케팅 -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잭 트라우트 & 스티브 리브킨 지음, 이정은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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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마케팅

글쓴이 잭 트라우트, 스티브 리브킨

옮긴이 이정은

더난출판사

 

 

어떤 제품이든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고객이 모른다면 제품을 만든 이유가 있을까.

현대 사회에 와서는 왠만한 필요한 제품이라는 것은 다 구비되어있고, 비슷한 제품끼리의 성능은 오십보 백보이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

 

책에서는 ‘차별화’ 마케팅의, 즉 살아남아야되기 때문에 알아야하는 전략을 26가지로 나뉘어 기술하였다. 다행히 재미없게, 잠오게하지는 않았다. 350여페이지의 분량에 26가지의 주제가 들어있다는 것은, 하나 하나가 내포하는 양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것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요소일지도 모르나 그것을 세분화되게 나뉘었고, 그 주제 안에도 말하고자 하는 것을 추가적으로 더 나뉘었다. 마케팅에 대한 글이다보니 과거의 전례에 대해 적은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코카콜라. ‘Chapter 11장의 최초가 되어라’에서 업계 최초의 제품은 1등을 닮았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코카 콜라와 펩시 콜라를 비교한 점이 눈에 띄었다.

 

 최초가 1등인 이유

 

소비자들은 최초의 제품이 오리지널이며 그 나머지는 유사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리지널은 지식과 전문성 면에서 유사품보다 뛰어나다고 인식한다.

코크가 ‘원조 콜라’를 주장하여 큰 효과를 보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이 아이디어는 절대 버리지 말아야한다.

대개의 경우 시장에 제일 먼저 진입한 제품이 나중에 합류한 제품에 비해 비중 있고 안정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

따라서 뒤늦게 들어온 후발 업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포지셔닝 전략을 찾아나서야한다.

대표적인 예가 ‘새로운 세대의 선택’을 내세웠던 펩시콜라다.

코크가 원조라면 분명 옛날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졌을 것이다.

펩시는 기존의 콜라에 설탕을 약간 추가해 젊은이들을 공략했다.

이것은 목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차별화 아이디어였다. 펩시 역시 이 아이디어를 버리지 말아야 했다.

-p.144-145-

 

  하지만 그에 따른 최초에게 주어지는 자리 유지의 어려움, 그들 모두가 선두에 유지하지 않은 예까지 상세히 적은 부분도 빠트릴 수 없다.

 

차별화를 유지하는 것과 무엇이든지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것까지 여러 가지 과거의 일을 예로 들어가며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부분도 눈에 띈다. 이는 차별화 마케팅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 과거의 일을 예로 들어 실패한 사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까지 “차별화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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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로라 리프먼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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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어디있는지 알고있다.

글쓴이 로라 리프먼

옮긴이 홍현숙

레드박스

 

 

내 이름은 엘리자다. 엘리자베스가 아닌 엘리자.

비록 23년 전 연쇄 살인범과 40일동안 같이 지내다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비록 홀리라는 아주 매력적인 여자아이가 나와 같이 있다가 그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고 연쇄살인범의 손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였었다.

 

 

 

글의 줄거리가 시선을 잡아끈다. 연쇄 살인범의 손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엘리자에게 범인이 23년이나 지나서야 편지를 보낸다. 물론 엘리자는 이전의 이름과 주소를 바꾼지 옛날이다. 사형편결은 났지만 20년동안 살아있는 월터, 기어이 그의 죽음 날짜가 정해지니 살기위해 마지막 몸부림인 격이다. 몇 명이 되는지도 모르는 많은 소녀들을 죽인 연쇄 살인범과 그는 잘못을 뉘우칠만큼 뉘우쳤으니 그런 그에게 협조하라며 그렇지 않다면 그녀의 두 자식들에게 과거를 밝히겠다고 협박까지하는 일명 인권 운동가라는 바버라 라포투니도있다. 기존에 읽은 스릴러와는 그 기준이 틀렸다. 범인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닌, 이미 범죄자는 감옥 안에 있다. 감옥 안에 꼼짝못하는 상태에서 엘리자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종하려고하는 것이다. 책은 중반까지는 가독성이 뛰어났다. 초반의 시점 변화가 현재 엘리자에서 과거의 월트가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으로 전환되어 묘사된다. 월트가 왜 소녀를 죽이게 되는 것인지, 범인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스릴러적 요소는 떨어지기때문에 가독성이 오래가는 부분은 아니었다.

 

월터가 사형을 면하기위해 자신이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그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피해자인 엘리자를 법적 증인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월터는 엘리자를 증인으로 내세워 사형을 면하기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고한다. 인권 운동가라는 바버라까지 그녀를 협박한다.

 

 

 

만약 그를 돕지않으면,

만약 나를 돕지 않는다면

그녀의 23년 전 과거를 지금 주위 사람들에게 폭로할 거라고.

 

 

 

여러 가정의 평화를 송두리째 없애버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엘리자조차 23년이 지나도 트라우마는 없어지지않는다. 이 모든 것은 연쇄살인범 월터 이 한 사람 때문인 것이다. 작가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묘사를 진행하는데, 여러 사람들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만든다. 10대 소녀 여러명을 죽였으나 사형 당하기 싫어 엘리자를 이용하려는 월터, 과거는 모두 잊고 평범하게 살고싶은 엘리자, 자칭 인권 운동가로 월터의 사형을 면하게 물심양면 도와주는 바버라, 그리고 홀터의 어머니 등 관계는 실처럼 촘촘히 엮어져있으며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엘리자조차 자신의 부모님과 남편, 아이들이 없다면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부모님은 엘리자를 위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했으며, 그녀를 이해하려했다. 남편은 월터의 편지를 받고 겁을 먹은 아내를 위해 눈에 띄지않게 배려하려한다. 그리고 잠을 잘때 아무리 덥더라도 창문을 열지않는다. 작가는 "사형제도", 즉 "인권"에 대해 말하려고하는 듯했다. 스릴러적 요소로 덮었지만 그녀가 말하려고한 것은 "인권"이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지만, 시간이 흘러 본인의 범죄를 뉘우치는 자에겐 사형을 하지 않아도되는가. 석방없는 종신형으로 그의 죄를 덮어도 될까? 독자들에게 묻는 듯했다. 난 이렇게 결론을 지었지만,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하냐고. 물론 사람이 사는 환경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있을 수도있다. 하지만 같은 인간을 죽일 수가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듯했다. 창문을 열고 닫는 것, 이런 지나친다면 덧없이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작가는 하나 하나 집어내며 소설로 묘사했다. 음. 소설로서는 극적인 부분이 없어 이 부분에서는 다소 약하나,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부분은 흥미있게 봤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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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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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이클 코넬리

김승욱

랜덤하우스 코리아

 

 

  주말동안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을 했다. 이웃님께 받은 책을 읽을까, 혹은 최근작이지만 책장에 고이 잠들어있는 스릴러 소설을 읽을까,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미스터리류를 읽을까. 그러다 고른 책이 <시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책, 많은 수식어가 있는 책 <시인>. 사실 이 책을 읽는 걸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을 소설이 아닌 동화책으로 치부할 것 같은 그러한 두려움. 여태까지 재밌다고 생각한게 다 뒤집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대단한 소설이다. 픽션이 아닌 사실같은 소설. 이제서야 이 책을 펼쳐든 나에게 원망을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총 페이지 수가 600페이지에 달한다. 기승전결과 반전, 그리고 스릴러적 요소까지 무엇하나 놓치는 것이 없다. 글은 로키 마운틴 뉴스의 사회부 소속이자 살인사건 기획기사 전문기자인 잭 매커보이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잭은 쌍둥이 형 션의 자살 소식을 듣고 경찰관 자살에 관한 기획 기사를 준비하다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게된다. 그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부분이라 그가 의심하는 것, 인간 관계 등 모든 것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묘사하고 하나 하나 모든 것을 의심한다. 모든 것 하나 믿을 수가 없어 빙글 빙글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말로 <시인>을 읽은 느낌을 적어야할지 솔직히 말하자면 모르겠다. 글의 반전도 반전이지만 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글에 감탄만 나올 뿐이다.

 

 

표지 뒷면의 스티븐 킹의 추천서와 5개의 유명 매거진의 글 모두 동의를 한다. 여태까진 뒷면의 추천글을 보면 책을 읽은뒤 부정적 생각을 더 했었지만 이건 그렇지가 않다. 특히 공감이 간 부분은 선데이 타임스의 "만약 당신이 크라임 스릴러 작가를 꿈꾼다면 이 작품의 표현과 테크닉부터 배울 것."이다. 혼란스럽지않은 강렬한 캐릭터들의 개성, 이야기의 전개, 이후의 결과에 미칠 복선, 인물의 감정변화 모두 허투루 버릴 것이 아니다. 이전에 재밌다고 읽었던 책과 이 책을 비교하니 책 읽기 전의 걱정이 딱 맞아떨어져 어떻게 생각해야될지 모르겠다. 이제서야 재밌는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분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겠지만, 아직은 읽은 책이 얼마되지않아 입 밖에 내기가 부끄럽다. 스티븐 킹의 "나는 '고전'이라는 말을 가벼이 사용하는 편이 아닌데, <시인>이야말로 고전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 말 그대로다. 놀라운 작품이다. 600여페이지에 기가 눌러지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몰입되어버린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 책을 시작으로 스릴러에 입문한다면 조금 걱정된다. 여타의 스릴러 작품이 다 이러한 책 같지 않다는 걸 명심하고 봤으면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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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귀족 탐정 피터 윔지 1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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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글쓴이 도로시 L. 세이어즈

옮긴이 박현주

시공사

 

  이번에 셜록 홈즈를 영화로 보고나니 그 시대에 지어진(배경이 아닌) 추리 소설이 읽고싶어졌다. 어떤 책을 읽을지 여러모로 찾고있는데, 눈에 띈 것은 최근에 그 세 번째 시리즈가 출간된 ‘귀족 탐정 피터 윔지경’ 시리즈다. 사실 <맹독>을 먼저 읽었는데, 왠지 이 이야기가 3번째이고 첫 번째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에 책장이 쉬이 넘겨지지가 않았다. 그렇게해서 만나게 된 책이 <시체는 누구>이다.

 

  귀족 탐정 피터 윔지경 시리즈라고해서 생각나는 것은 귀족이니 보기 싫게 거만 떨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이거 웬걸?! 뼛 속부터해서 귀족인 피터경 생각보다 허술한 인간이지 않은가?! 하인 번터의 의견을 존중할 줄도 알고...! 번터는 유능한 인물로 나오는데 애서가인 피터경이 예산보다 육십 파운드나 적게 경매에서 책을 산 번터에게 이 육십 파운드는 자네로 인해 생긴 돈이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사준다고한다. 여기의 웃음 포인트는 번터의 대답니다.

 

 

 

“ㅡ이 육십 파운드는 자네 돈이야. 뭘 하고 싶나? 자네 일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살까?

이 아파트 물건 중에 뭐 바꾸고 싶은 거라도 있나?"

-> 아파트 물건 바꾸는 거는 너꺼잖아?ㅋㅋ

“글쎄요, 주인님. 주인님께서 그런 친절을 다 베풀어 주시니....”

하인은 술잔에 숙성된 브랜디를 따르려고 말을 멈췄다.

“솔직히 털어놓게. 번터. 얌전 뺄 필요없어.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알릴 때와 똑같은 투로 말해 봤자 소용없어.

이런, 브랜디를 좀 흘렸군. 목소리는 야곱의 것이로되,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 자네의 근사한 암실에 필요한 게 대체 뭔가?”

보조 렌즈가 달린 이중 비점수차 보정렌즈라는 게 있습니다, 도련님.”

 

-p. 29-

 

크크큭. 이렇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는 피터경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천연덕스러움이란-! 정보원의 임무도 충실히 수행하는 유능한 번터-! 번터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ㅡ

네. 그레이브스 씨. 사는 게 참 힘들어요. 낮에는 주인님 시중을 들고, 밤에는 사진 현상을 한답니다.

여섯시 반부터 열한 시까지 언제든지 원하시면 차를 내 가야하고요. 항상 범죄 수사를 해야 하죠.

정말 놀랍지 않아요? 하릴없는 부자들이 머릿속에 갖고 있는 생각들이란.

 

-p.91-

 

특히 마지막 문장의 하릴없는 “부자들이 머릿속에 갖고 있는 생각들이란.”에 웃음보가 빵 터져버렸다. 이 뿐 아닌 잠시 집을 떠나 요양차 본가에 있는 피터경에게 보낸 전보의 내용도 기가 막힌다. 이 장면은 번터가 피터경이 생각하는 용의자의 하인을 집에 초대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참, 주인님의 술 창고 덕을 많이 봤다는 사실을 덧붙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콕번 68년도 산과 1800년도 산 나폴레옹을 둘 다 꽤 마셨는데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통이나 숙취가 느껴지지 않더군요.

“이런, 가끔 머빈 번터는 나를 놀리는 것 같단 말이지.”

 

-p.267~268-

 

 

 

 

 

  마치 주인과 하인의 관계가 아닌 것 같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심각한 분위기가 아닌 중간 중간 이 둘의 이야기를 보는 것도 재미나게 진행된다.

 

 

  이렇듯 피터경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꾸밈없고 거만하지않다. 그리고 그의 장광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정신없게 만드는데 일과견이 있는데, 이는 책을 읽는 이 역시 그렇게 만드는 장점이있다. 어떤 이의 기억을 끄집어 낼때, 빙빙 돌려가면서 말하는 그 장면이란. 본인도 일주일 전의 일은 당연히 기억 못한다며 말했다가 그의 장광설에 휩쓸려 어느새 줄줄 이야기하고있는 것에 놀래 내가 이렇게 기억력이 좋은지 몰랐다, 그런데 왜 xx 관련은 채를 걸러내는 것처럼 다 빠져나가 기억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는 대목을 보고 피터경의 장광설마저 재밌어 보이고 매력있어 보이니 그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했다.

 

 

  책에는 사건이 두가지가 나오는데, 그 첫번째는 벌거벗은 시체에 값비싼 황금 코 외알 안경이 시체에 있던 사건이고, 두 번째는 자산가 루벤 레비경의 실종이다. 여기서 벌거벗은 시체가 건축가 팁스씨의 아파트 욕조에서 발견되는데, 팁스씨는 경찰에 끌려가며 윔지경에게 본인의 누명을 벗겨달라며 사건을 의뢰한다. 뜬금없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서 피터경의 친한 친구인 경찰 파커가 있다. 파커와의 대화도 번터와 대화만큼이나 웃음을 준다. 피터경은 본인이 추리한 것을 상세히 설명을 해주며 본인의 일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도 말한다.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사건을 추리하면서 황금 코 외알 안경의 주인을 찾으러 간 대목이다. 이 대목 역시 피터경은 파커를 본인의 장광설에 정신없이 만들어 놓으며 경찰인 너까지 갈 필요없다고 설득하는 장면이다.(파커는 본인이 경찰인걸 말하며 겁에질리게 만들자는 건데 피터는 거부)

 

 

“하지만 경시청에서 나왔다고 위협해서 크림플셤(외알안경 주인)에게 겁을 줄 수 있을텐데.”

“다 필요 없네. 그 문제에 관해서라면 내가 자네 이름을 들먹이면서 그 자를 겁줄 수도 있어.

사건 수사할 시간을 여기에 낭비하는 셈이 되지 않겠나. 자네도 할 일이 있을 거 아냐.”

“그럼 뭐.”

파커는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있다가 못마땅하다는 듯 다시 말했다.

“왜 내가 가면 안 되나?”

“무슨 소리!”

피터 경이 펄쩍 뛰었다.

“나는 이 사건을 위임받았네. 깊이 존경하고있는 팁스 부인에게서 말일세.

자네를 이 일에 끼워 준 것은 단지 호의해서 나온 행동일 뿐이야.”

파커는 투덜댔다.

 

-p.144~145-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엣헴, 나이먹은 어른들을 귀엽다고 표현하면 안되는데, 책을 읽다 이런 깨알같은 장면에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피터경이라는 캐릭터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공작가 막내 아들로 추리하는걸 좋아하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귀족이지만, 전혀 오만하지않고 본인의 감정 표현에 솔직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피터경은 정신이 없는 둥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지만 그런 인간적인 부분까지 보여줘 매력적인 탐정이라 느껴진다. 20세기 영국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고. 고전 추리 소설을 찾고 있다면 귀족 탐정 피터 윔지경 시리즈 어떨까.

 

 

 

 

<책 읽었을때 같이 생각난 작품>

 

<증인이 너무 많다> : 피터 윔지경 시리즈 2 
<맹독> : 피터 윔지경 시리즈 3

<프랜차이즈 저택 살인사건> : 고상한 말투로 진행되는 클래식한 추리소설. 글의 분위기와 고상한 말투로 진행되는 서술 방식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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