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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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은 남한이 북을 흡수통일한지 다섯 해가 지난 2016년4월10일을 전후한 수일간으로 하고 있다. 북조선출신 지하단체의 일원인‘병모’란 청년의 의문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미스터리(mistery)한 전개로 추리소설의 긴장감도 조성한다. 그럼에도 통일 이후의 한반도라는 상황을 통한 사회의 전반적인 발생가능 한 문제제기라는 주제의식을 지향하고 있어, 작가 후기의 말처럼‘센’이야기가 되어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다.  

이처럼 통일 이후의 혼란을 야기하는 다양한 사회요인들을 매개로하여 작품을 구성하고 있지만, 북조선 장교출신의 주인공‘리강’을 비롯해 서울시내 한복판에‘광복빌딩’이란 거점을 둔 북조선출신의 통일한국파괴단체 단원들의 심리적 내면세계를 통해 오늘의 우리사회를 조명하려하고 있다. 북한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 비판적 목소리도 표현되고는 있으나, 흡수의 주체자인 남한사회의 무능과 불신, 부패와 부조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포용자의 한계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선우(46세)라는 남측 노점상과 북측의 리강이란 지하단체의 좌장을 통일한국의 혼란에 좌절과 고통을 겪는 남과 북의 인물로 보여주고 있으나, 리강은 “악마의 역사를 피와 뼈로 돌파해낸”독립군 장군의 손자로 묘사하여 그 의미의 비중을 달리하고 있어 작가의 의중을 엿볼 수 있게 하지만, 이들은 누구도 절망스런 그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이들이 아니라 비난하고, 수동적인 고뇌만을 이야기하며, 끝내는 도피를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어, 북조선 접대부‘서일화’의 역설적인 조롱의 표현처럼‘추상적’이며, 통일은 곧 죽음이 되어버린다.

작품의 줄거리로 돌아가서, 지하단체의 수장으로 “꺼지지 않는 불과 녹지 않는 얼음의 충돌에서 비롯된 분열” 바로 사탄으로 묘사되는 오남철과 주인공 리강의 라이벌로서 이기심과 탐욕의 상징인 ‘조명도’와의 보이지 않는 긴장과 갈등, 그리고 복선으로 등장하는 윤상희와의 위태롭고 아슬한 사랑, 억울한 죽음을 쫓는 리강의 집요한 추적의 구도는 긴박한 리듬을 갖게 하여 읽히는 소설로 견인한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사유적 대화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독자에게 순간순간 논평을 요구하게 하여 몰입케 하기도 한다.

소설적 재미라는 측면에서 장군도령이란 사회주의와는 모순되는 미신의 상징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다소 경박하고 그 사용된 의미가 부적절해 보이는 미신과 과학의 오용, 통일한국 국방부 장관의 허섭한 유머와 조롱, 부패경찰, 120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의 해체와 무기회수의 실패, 원화가치의 끝없는 추락과 이남 은행들의 연쇄 도산 등,“아주 사소한(?) 일들”의 일화를 통해 통일한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북한 주민들의 주민등록에 실패한 사회의 웃지 못 할 다음의 이야기, “경찰이 용의자를 잡아 놓고 묻는다. 너는 누구냐? 이력을 확인 할 기준이 없는 인간의 자백은 사실이 아니라 의혹에 불과했다.”와 같은 해학은 간간히 피식하는 콧김 빠지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작가의 의도가 이처럼 직설적으로 표현되고 있어 소설이 지향하는 주제의식이나 반추하고 싶은 사유(思惟)를 고민케 되지는 않는다. 다만,‘과학’과 같은 일부 용어의 적확치 못한 용어의 사용이나, “색마라 비난받던 이남 사람들은 제국주의의 머슴살이도 겸하게 되었다.”와 같이, 지나치게 자기비하를 하는 몇 부분의 표현은 꼭 사용되어야 했을 문장인가에 대해서 회의를 부른다. 또한, 이러한 자기열패에 기인하는 “나인 네가 자신을 죽이고 너인 나를 구한 거야.”와 같은 리강의 미신에 대한 운명론적 귀결 역시 다소 어리둥절하게 한다.

소재의 고갈에 허덕이는 요즘의 한국문학에서 통일이후의 한국사회라는 가히 혁명적인 소재를 통해, “더러운 꼴 안보고 죽은”이선우의 형처럼, “평소에 도대체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게 가당키나 하다고 유독 통일 이후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 아주 사소한 일들까지, 으아.” 하는 하소연처럼, 남북통일이라는 사안에 무관심한 대중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서의 행해지고 있는 모순과 혼돈과 불신, 그리고 뻔뻔함에 대해 정말 진정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는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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