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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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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시박이라는 식물이 있다. 속씨식물 중의 하나로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외래종이다. 80년대 후반에 채소의 접붙이 용으로 국내에 유입되었다고 하는데, 그 번식력이 왕성하여 한반도 생태계에 뿌리를 깊게 내렸다고 한다. 문제는 이 녀석이 국내 토종 식물들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점. 왕성한 번식력과 강한 생명력 덕분에 넓고, 크게 자라고 있으며 때로는 큰 나무마저 덮는 경우가 있어서 주변의 식물들을 말라죽게 한다. 또 가시박에서는 타 식물을 고사하게 하는 분비물이 배출되는 데, 이러한 타감작용으로 인해 국내 식물들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녹지의 황소개구리이자, 소리없이 확장하는 블루길인 셈이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에서 가시박 퇴치 행사를 벌이고 있다고는 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한다.

 

하나만 더. 월드컵의 열풍이 부는 가운데 오늘 두가지의 뉴스가 있었다. 바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과 발언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LTV,DTI 규제 완화 발언인데, 공통점은 둘다 결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 전자의 건에서 국민이 원하는 건 그릇된 역사관과 일그러진 사고방식, 그리고 그동안의 경솔했던 - 일부 - 발언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사퇴인데, 그분에게는 전혀 그런점이 보이질 않는다. 새누리당 측에서마저 비판 여론이 일자 그제서야 사과하는 모습은 "전, 정말 국무총리가 하고 싶어요~!" 정도로만 비춰진다. 식민사관과 나라에 대한 근본조차 없는 사람이 한국의 국무총리 후보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을 뿐이다.

 

후자는 LTV,DTI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인데, 이미 여러차레 각계 경제 전문가들이 언급한 것처럼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LTV란 주택담보대출을, DTI는 총부채상환비율을 의미하는데 이를 낮추면 낮출수록, 주택을 구매할 때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가 용이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집값 자체가 너무 높아서, 그리고 장기적으로 하락이 예상되기에 사람들이 집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세가가 폭등하고,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여 가계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2. 이번에 읽은 책은 데이비드 C. 코튼이 지은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라는 책이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받았던 다른 경제도서들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도서가 아니라 10년전에 출간된 도서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럼 그동안 이 세상은 뭘 해온거지?" 라는 물음을 가지게 됨과 동시에, 모두와 공존하는 근본적인 대안을 이제야 찾았다는 생각을 할거라 보여진다.

 

 

3. 저자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부유층에서 태어나 엘리트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으며 생활해온 - 미국의 전형적인 - 보수층에 속해 있던 사람이었지만, 연구소 생활과 해외 활동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 이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성장이 우선이 경제 체제가 아니라, 인간이 중심인 경제 체제에 대해 고민하고 또 탐구하게 된 것이다. 16페이지에는 저자의 이러한 치열한 고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나는 결국 <경제 성장>을 증진시키는 요인들과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는 요인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 차이점은 기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성장과 돈을 개발의 중심에 두는 <성장 중심적인 방식>이 아닌 사람이 진정한 중심이 될 때, 즉 사람이 목적인 동시에 주된 수단이 되는 <인간 중심적인 방식>을 취한다면 개발이 어떤 모습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즉, 소모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리는 외계인 무리와도 같은 <카우보이 경제학>이 아니라, 한정된 공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우주선 경제학>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GDP라는 수치로 표현된 값의 상승을 위해서,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특정 집단의 재산만을 증가시키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부정적 외부효과를 사회로 떠넘기고, 경제적 과실의 아주 적은 부분만을 빈곤 국가에게 나눠주고 그 대가로 엄청난 규모의 환경 파괴와 사회 경제 시스템을 붕괴해 버리는 이 작태를 없애야 한다는 거다.

 

 

4. "........기업들은 마침내 권좌에 올랐다. 곧 고위직의 부패 시대가 뒤를 이을 것이고, 돈의 힘이 사람들의 편견을 등에 업고 자신의 힘을 연장시키려 기를 쓸 것이며, 결국은 모든 부가 몇 사람의 손에 집중되어 공화국은 멸망할 것이다......" 이 말을 링컨 대통령이 사망하기 직전에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무엇을 염려한 걸까? 공화국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가 우선되던 시대에서 벗어나, 기업이 중심이 되고 권력을 갖게 되는 시기를 염려한 게 아닐까? 지금 미국의 모습을 보면 링컨 대통령이 걱정한 시기를 훨씬 지나 새로운 시대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시적으로는 다른 무늬와 이슈들로 위장한 채 말이다. 책에서도 소개되는 월가와 미 재무부의 회전문인사는 우리나라의 관피아, 해피아를 닮아 있고, JP모건과 록펠러 가문의 성장은 한국의 재벌가를 연상시키는데, 이는 민주주의라는 이름하에 금권정치와 약탈적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과정과 함께 가는 듯 보인다.

 

 

5. 서머스는 유독성 폐기물을 빈곤한 나라에 줘도 괜찮다는 사실을 경제적 효과라는 이름하에 이야기했고, 오늘날의 수많은 경제 저널은 갑부가 된 제 3세계의 경제 부호들을 소개하며 이것이 자본주의 찬란한 선물임을 강조한다. 자연 환경 파괴로 인한 삶터와 일터를 상실한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한 채로 말이다. 지역 경제는 황폐화하고, 몇개의 특정 농식품 기업이 세계 식량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현실이 경제제도라는 이름하에서 당연시되고 있다.

 

그들이 자본주의와 현 경제제도의 시초라 부르짖는 애덤 스미스가 아래와 같은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회사를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가 국내 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보았다. 물론 이것은 항공 여행과 전화, 팩스, 인터넷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의 일이었다. 지역에 대한 투자는 그 지역에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그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그 지역인들이 소비하는 상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기업가가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쪽을 더 선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기업과 그 소유주 모두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그들은 보다 기꺼이 지역의 기준을 준수한다. 순전히 기업의 논리에서 보더라도 애덤스비스는 기업의 부재 소유에 단호히 반대했다....."


".... 애덤 스미스는 효율적인 시장이란, 기업의 소유자가 자신이 직접 거주하는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직접 경영하는 소규모 기업들로 구성된다고 믿었다. 이들은 보통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 사회와 기업 양쪽 모두의 미래에 개인적인 이해 관계를 갖는다...."

 

6. 책에서는 음모론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빌더버그 그룹과 CFR, 그리고 삼각위원회도 소개하고 있다. <엘리트들만의 결탁>이라는 소제목 하에, 특정 기업들과 부유층들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쥐어잡고 있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저자는 경제를 지역화하고, 경제력을 분산시키며, 민주주의를 인간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것이, 이들의 폐쇄적인 모임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한다. 이는 예전에 읽었던 <만화로 읽는 경제학>에 소개된 "법인세 제도의 개정을 통한 거대 기업의 소규모화"와도 연계되는데, 제도적 대안으로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으리가 생각된다.

 

7. 현 경제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홍보와 마케팅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 상품을 위해 소비자를 생산해내는 시대유감적인 모습. 내년에 파종하기 위해서 모아둔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는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식량체제의 독점권이 형성된 현실. 실물가치는 그대로인데, 돈이 돈을 낳고, 돈만 불어나 자신이 가진 자산의 진짜 가치마저 상실하게 되버린 풍선 경제. 불안정을 막기 위해 도입된 각종 금융 상품들이 이제는 불안정을 먹이삼아 더 큰 불안정을 창조해내는 도박판의 모습까지.

 

지금 우리는 강도를 당한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8. 이렇게 성장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모두가 과연 잘 살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라고 저자는 계속해서 말한다. 즉, 성장 자체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지금 우리는 잘못된 성장,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성장,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땜질식 성장론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다음의 여섯가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는 진정으로 효율적인 시장이 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이기도 하다.

 

공정한 경쟁 Fair Competition

도덕적 자본 Moral Capital

ㅇ 공공재 PublicGoods

전체 비용을 계산한 가격 설정 Full - Cost Pricing

공정한 분배 Just Distributuion

생태적 지속 가능성 Ecological Sustainability

 

또 정신적인 분야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언들을 제시한다.

 

경제는 지역으로, 의식은 세계로

우리는 현실에 대한 내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윌리스 하만)

ㅇ 건강한 사회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배려하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와주고 사람들이 서로 엉켜 살아가는 지구의 특정 지역에 우리가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건강하고 역량있는 지역 사회에 달려있다.

ㅇ 진정한 진짜는 애정이 밑바탕이 된 관계에 우리를 온전히 내어주고, 좋은 친구가 되고 좋은 이웃이 되며, 도덕적 원칙에 따라 살아가고, 공동체의 삶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능력을 활용하고 개발하는 것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ㅇ 서로 배려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창조하고 자신의 자원, 경제, 생계수단을 관리하는 인간의 권리보다 더 기본적인 권리는 없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건전한 사람들이 중심이 된 <지역 공동체 기업 경제>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경제 제도적 방안도 제시한다.

 

ㅇ 금융 거래세 부과

ㅇ 단기 자본 이득에 대한 누진 부가세 부과

ㅇ 요구불 예금에 대한 100% 지급 준비

ㅇ 파생 금융 상품의 엄격한 규제

ㅇ 지역 은행에 대한 우대

ㅇ 반독점법의 엄격한 강화

ㅇ 근로자와 지역 공동체의 매수 선택권

ㅇ 사회적, 환경적 역기능을 초래하는 건에 대하 과세

ㅇ 기업 보조금에 대한 관리 철저 및 축소

ㅇ 독점적 지위 부여가 아닌 연구와 창조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지적 소유권 제도를 변화

 

마지막으로, 성장에 따른 과실이 골고루 나눠질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조언으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ㅇ 보장 소득 제도

ㅇ 소득고 소비에 대한 누진 과세

ㅇ 임금의 형평성 제고

ㅇ 일자리의 공정한 분배

ㅇ 지역 공동체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까지 고려한 회계 제도의 개발 (식스토 록사스)

ㅇ 비밀스러운 국제 공동체보다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국제 협의체로의 전환 등

 

 

9. 정말 배울거리가 많은 책이다. 또 진심으로 공감가는 책이다. 우리의 경제와 정치 제도가 이런 조언들을 받아들이고, 또 심사숙고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후의 저자가 지금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다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철학과 세상을 향한 시선이 함께 어우러진 진정한 경제학 도서를 말하라면 바로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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