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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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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화폐경제학"을 수강하는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수많은 화폐경제 관련 연구의 내역과

유명한 화폐경제학자와 그들의 주장이 페이지 곳곳에 등장하며, 그들의 논지를 설명하면서 책을 전개해 나가기 때문이다. 이어서, 상세한

주석의 설명과 방대한 양의 참고도서 목록은 책을 읽을때의 보조도구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화폐에 대한 기본 지식 및 금융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되어 있는 독자들이 아니라면 읽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경제학원론과 미시경제학, 화폐론 관련 학습을 마치고 나서 이 도서를 읽는다면 그 느낌이 배가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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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는가?

몇년전 미네르바가 추천한 영화로도 유명하며, 프리메이슨, 9.11테러와 달러에 숨겨진 이면의 진실 및 각종 음모론에 대해 다큐 형식을 빌려

촬영한 영화이다. 현재 3편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금융의 역사 및 이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픈 영화이다.

(물론, 내용의 진실성 유무와 이를 믿는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시청자에게 맡겨야 하지만 말이다.)

 

그때 나의 눈길을 끈건 9.11 테러의 허구성을 입증하려는 시도도, 문화와 사회적으로 세계단일정부를 만들려는 그들의 음모_이 부분은 마치

원피스의 그것과도 닮아 있었지만_도 아닌 화폐에 대한 영화의 정의였다.

 

영화에서는 지속적으로 달러의 유통물량의 증가와 함께 물가의 상승, 경제의 불황을 연계하며 설명하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달러가 곧 부채라는

명제가 숨어있다. 부채를 통해서 이자가 발생하고 이러한 신용창출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부채가 지속적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거래의 편리성을

위한 도구와 가치 저장의 수단이라는 용도에서 벗어나 돈이 돈을 버는 빚의 증서로서 달러, 즉 화폐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 은행의 기원이 부유한 귀족, 왕들로부터 금을 보관하고, 보관증을 써준 고리대금업자들이 그 돈으로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준것이 시초가

되었다는 말처럼 화폐의 본질을 빚으로 본 그들의 시선이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

이 책에서는 화폐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과 논의를 이야기하며, 돈의 본성과 역사에 대해 설명해나간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주장도 화폐를 "유통 가능한 채무"로서 정의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화폐의 교환가능성을 높이는 상품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는 점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이었다. 화폐를 통한 무수한 채권과 채무의 네트워크 속에서 현대적 의미의 "주권"이 발생할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드라마 "마이더스"에서도 언급되었던 은행은 정치적 문제와도 연계되어 있음이 바로 그 의미가 아닐까?

 

지금 우리가 쓰이고 있는 원화의 가치가 국가에 의해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유통되고 있지만, 만약 그러한

화폐의 법적 지위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들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원화를 채권, 채무의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의 신용을 약속하는 증표로 사용할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화폐의 역사에서도 채무 보증과 지급의 기능과 함께, 조세 징수 및 국가적 위상의 중요성도 함께 언급되는 걸 보면

돈이란 존재를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로만 보는 것은 화폐의 실체를 이해하기엔 부족함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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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금본위제도가 폐지되면서, 화폐는 신용에서 주화로 그 의미가 변해왔다. 금을 기반으로 타인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를 제조하고 발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전히 신용화폐처럼, 두가지가 구분되지 않고 함께 쓰이는 걸 보면 그러한 개념을 두개로 분리하여

우리에게 이해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고 "자본주의 신용화폐의 생산"과정을 알게 된다면 최근에 진화하고 있는 전자화폐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조금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실물의 가치에 기반한 화폐가 아니라 자신의 통장잔고에 찍혀있는 숫자들이 가치를 가지며,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솔직히 놀랍다. 누군가는 이러한 상황을 화폐의 종말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는데, 과연 그것이 우리에게 축복일지, 아니면 또다른 위기의 시작일지는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듯 하다.

 

이어서 책의 말미에는 국지적 화폐와 함께 유로화 같은 단일화폐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는데 화폐의 미래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관심을

가지며 지켜볼 대목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여러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금융경제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또 돈을 벌면서 느끼는 감정에 따라

화폐의 본질이 다르게 다가올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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