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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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이 책은 우연히 발견한 건 아니고, 팟캐스트의 지대넓얕에서 인용되어 나온 부분을 듣곤 너무 좋아서 찾은 책이다. 표제작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는 단연 아름답고 (조금은 슬픈) 좋은 작품이었다.


#하루키의 단편집
아마 내가 처음 단행본을 다 읽은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일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 잘 이해도 안 되고 어려웠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도 그 책에서 풍기는 느낌이 좋았었다. 이제는 이해가 안 된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안다. 자유롭게 읽고 편하게 해석하면 된다. 다양한 장르와 독특한 설정들이 인상에 남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장편들보다는 이 단편집이 훨씬 좋았다. 하루키 작품은 장편으로 많은 것을 설명하는 형태보단 이렇게 단편으로 아쉽게 끝나버리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 더 좋은 것 같다.


#하루키의 모습
중간중간에 하루키의 다른 작품에 나왔던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아마도 그 설정들은 이 단편들에서 처음 태어나 하루키의 장편에 이곳저곳에 녹아들었을 것 같다. 작품에 나온 동물들이 기억에 남는다. 캥거루나 까마귀, 의인화된 강치나, 양의 탈을 뒤집어쓴(?) 아저씨 등이 기억에 남는다. 몇 개는 작품에 나오는 음악들은 찾아 들으며 읽었는데, 그 음악들이 다 좋았다. 작품들이 같은 시기에 쓰인 게 아니겠지만 약간 ‘젊은 하루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몇몇 작품에선 하루키 자신의 경험을 쓴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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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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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결론정리
불투명한 구조와 정보로 간판이 기준이 되고 체제가 간판에 의해 돌아간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하고 출입의 높이를 낮춰서 건전성을 회복해야지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흐를 수 있다.

#구조
한국 사회에만 있다는 특이한 구조. 공채 합격과 공모전에 의한 당선. 처음엔 그건 신뢰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었다. 하지만 재밌게도 현재는 높은 성벽이 되어 그 속에 들어간 사람들은 하나의 권력을 가지게 되고 그 권력으로 성 밖의 사람들과 차별화된다.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이 구조 자체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걸 다루는 사람과 부수적인 환경들의 문제인가‘까지 살펴본다. 이 점이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나는 구조의 문제는 그 구조를 전복시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어떠한 다른 구조가 나오더라도 그걸 다루는 인간이 변질되면 그 구조도 잘못된 방식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가야 할까? 어쩌면 사회라는 큰 개념보다도 우리 개개인의 변화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

#광고공모전
대학생 시절. 종종 광고 공모전에 도전했었다. 각 대기업 광고 공모전은 그 회사를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은연중에 공모전의 수준을 ‘공공기관‘과 ‘기업‘으로 나누고, 다시 기업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누어 ‘대기업 > 중소기업 > 공공기관‘이라는 순위를 매겼던 게 기억난다. 그런 순위는 무엇을 기준으로 매겨졌을까?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말이다. 또 이상하게도 명문대생들만 대기업 광고 공모전에 척척 붙던 기억들. 나야 별로 노력을 안 했지만, 과연 전국의 다른 모든 대학생이 그랬을까? 당시에 제일기획에서 인턴을 하며 상을 휩쓸던 명문대생 한 명도 기억난다. 물론 그 사람은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거로 안다. 하지만 제일기획 인턴은 ‘인맥빨‘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인턴을 하며 보고 배운 정보들이 과연 도움이 안 됐을까? 그리고 그 사람을 건너건너 안다며 자랑하듯 말하던 우리 학교 후배들. 그게 왜 중요했을까?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알 것이다. ‘실력‘보단 ‘인맥‘이 우선이란 것을. 물론 공모전의 구조상 인맥으로 결정되기엔 힘들다는 것도 인정한다. 책에서 나온 [문학공모전]은 정말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공모전이라 불리는 모든 토너먼트 게임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하면 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세계 트랜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키워드나 미적 취향에 좌우되는 미술/디자인 관련 공모전들은 정보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암암리에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지금 막 세계가 주목하는 트랜트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분명히 정보의 우위를 독점하는 사람들만의 리그다. 물론 [문학공모전]과 같이 국내 대기업 광고 공모전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개인이 주목받거나 큰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하지 못한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장강명 작가가 심사하며 ‘혹시 비운의 작품을 내가 떨어뜨린 게 아닐까‘라고 고민했던 것처럼 광고 공모전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작품에 집중하며 볼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운에 좌우되는 거라면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목숨 걸며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정말 인간 사회의 모순점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이건 인간 사회의 모순이다.

#실력과 정보
공모전을 했던 추억들이 좋은 추억들이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고려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결국 노력을 안 한 나를 탓해야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우린 너무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살아가기 위한 정보를 주는 교육이 아니라는 점도 안타깝고, 정보의 독점을 ‘실력‘이라 말하며 숨기기 급급한 특권층의 행태도 역겹다. 이런 세상이 아름답다고 포장하는 드라마나 여타 미디어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 하루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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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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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사실 갈등과 차별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고 건강을 해치리라는 것은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적인 분석과 통계로 보니 오히려 더 슬펐던 것 같다. 그게 정말 사실이었다는 점이 힘들다. 살면서 의견의 대립과 고통은 점점 더 늘어나기만 한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배우는 것도 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그리고 어떤 인간으로 완성되어야 할지 말이다.

#불평등
불평등의 문제는 항상 모호하고 불편한 사실들을 드러내야 한다. 많은 것들이 얽혀있는 문제다. 언제쯤 평등한 세상이 될까? 많은 세대가 지난다고 해도 그건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의 본질이고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계속 논의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불평등의 문제로 건강이 나빠져 죽어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죽고 사는 문제는 자연의 순리이지만 불평등의 영향으로 죽음이 앞당겨졌다면 그건 사회 전체의 문제이지 않을까.

#사회 안전망
개인의 질병이 사회적, 정치적 원인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책이다. 사회와 국가가 개인의 질병에 얼마나 책임져야 할까? 결론 내리긴 어려운 문제다. 현재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이런 문제점들을 살피면서 가기엔 힘든 구조인 것 같다. 당장 바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김승섭 교수님의 의견처럼 계속 증명해내는 것뿐이다. 교수님과 같은 사회 역학자 분들이 많아져서 더 합리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한다.

#책임
혹자는 이 글들이 너무 한쪽의 입장만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소리를 전혀 듣질 않는 지금의 구조가 과연 온당한 것인가? 그러고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불평등함을 주장하는가? 이런 사건에서 대다수 사람은 가해자이거나 제3자의 입장이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극소수일 뿐이다. 나는 제3자인 사람들도 언젠간 극소수의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만 말하고 싶지 않다. 그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저 연민이고 동정이다. 정말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P21
낸시 크리거 교수는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차별과 같이 예민한 경험을 측정할 때는 차별을 경험하는 것,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인지하는 것, 그 인지한 차별을 보고 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승섭 교수님은 차별 받은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했어도 또는 인지했지만 드러내지 않았어도 피해자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려준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떄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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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 요리후지 분페이의 체험적 직업론
요리후지 분페이.기무라 슌스케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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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후지 분페이
광고 아트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 북 디자이너, 작가... 이 책은 디자인과 창작 분야를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요리후지 분페이‘의 자서전이다. 책을 구매할 당시엔 대략 ‘어느 디자이너의 삶을 기록한 책‘으로만 알았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인지 몰랐다.
<디앤디파트먼트> 대표인 ‘나가오카 겐메이‘는 서문에서 그를 ˝디자이너라고 단정지어 부르기에는 너무 아깝고 또 그런 틀에 끼워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를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이너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존경한다˝고 남겼다.



#디자인 직업론
디자인은 어떤 업무를 하는 직업일까? 학생 때 나는 ‘디자인‘을 독자생존이 가능한 분야로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실무를 해나가면서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디자인 디렉터‘가 대상의 프로필과 스토리를 모른다면 절대 좋은 결과물을 뽑을 수 없었다. 그런 점을 느끼고 난 후로는 반대로 디자이너가 대상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고까지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리후지 분페이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는 조금 과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극과 극에서만 생각했다.)
분페이도 대상의 프로필과 스토리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혼자서 기를 쓰고 노력하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연대를 더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을 읽는내내 느꼈다. 내가 디자인을 ‘일‘로써 판단했다면 분페이는 협동하는 공동체간의 ‘흐름‘으로 본 것이다. 아마 그 점이 그가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좋았던 부분
분페이도 한국의 아트 디렉터들처럼 입시미술을 통해 미대에 진학하고 디자인과를 거쳐 광고회사에 취직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적어놓은 고민들이 나에겐 익숙하고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챕터 <지속의 기술>이 가장 좋았다. 분페이가 지금까지 디자이너(창작자)로 살아오면서 몸소 체험하고 깨달은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일과 조직, 디자인의 질서, 아웃풋에 대한 고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관, 창의성과 광기, 현대사회 진단‘까지 그가 쌓은 내공과 노하우를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단점
단점을 꼽자면 디자인 또는 창작업무에 관심이나 정보가 없는 독자가 읽기엔 너무 재미없는 책이다.
‘일기‘와 ‘인터뷰‘ 그 중간 어디쯤의 형식을 갖추고 있어서 <랩 걸>같은 서사성도 없고,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같은 작품성도 없기 때문이다.


P84 <양극에서 균형 잡기>

디자인을 둘러싼 스토리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치밀하게 파고들던 과거의 디자인으로 되돌아가면 해결된다는 뜻이 아니다. (...) 디자인에는 세상사 어느 한 요소를 확장해 레버리지(지렛대)로 평가하는 디자인과 복잡한 세상사를 되도록 그대로 전하도록 이퀄리티(복잡한 잡음까지 무시하지 않고 되도록 현실과 동일시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를 허용하는 디자인이 있다.
이때 양자를 대립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문제다. 때로는 전혀 다른 종류의 회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방향의 독창성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과거와는 다른 가치관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가치관이 상식이 되면 더는 독창적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차이가 없으면 독창성도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방향의 디자인을 좋다고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결국 세상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차이가 없다고 독창성도 없느냐고 물으면 또 그렇지도 않다. 이를테면 내가 나로 존재하는 이유는 차이와는 다른 독창성이다. 독창성에는 ‘차이‘와 ‘실존‘이라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이 둘을 양자택일하지 않고 하나로 볼 수는 없을까? 차이에 주목해 그 질이 향상되는 방법을 ‘레버리지‘, 실존에 주목해 그 질을 높여가는 방법을 ‘이퀄리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디자인에도 지구의 북극과 남극처럼 ‘레버리지 극‘과 ‘이퀄리티 극‘이 있으며 자기장이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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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유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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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누군가 그에게서 어떤 것들을 배웠나-라고 내게 묻는다면 다 열거하지 못할 것 같다. 이 책 표지에 몽테뉴를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라고 적어놨는데 그것은 타인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체념과 물러섬의 미덕이었던 것 같다. 그는 문화상대주의든 회의주의든 구교든 신교든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신을 단속했다.


#성취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에 몰두한다. ‘성취‘는 곧, 내가 얻는 것이며 그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본 몽테뉴의 성취는 잃거나 어색해지는 과정이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 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닌 포용하기 위한 관점을 키워나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성직자나 고행승을 연상시킨다. 몽테뉴를 보면서 내 인생의 본질, 내 인생의 성취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관용의 시대
나는 현대사회와 민주주의가 더 많은 의견으로 분절되고 확장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동네 이웃과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흑인 이웃과 달리기 시합을 해야 하는 시대에 놓여있다. 폭넓고 깊은 관점과 관용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몽테뉴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P106
하지만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 배꼽만 바라본다면 세상을 보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역사를 읽고 철학을 공부했다. 자신을 가르치고 스스로 확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보기 위해, 자신을 다른 사람들 옆에 세워보기 위해서였다.

P110
몽테뉴가 평생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질문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타나는 놀랍고도 선량한 점은 그가 이 질문을 명령문으로 바꾸려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즉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를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로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아는가?"라는 표어를 메달에 새겨넣고 다닌 이 사람은 무엇보다 경직된 주장을 싫어했고, 자신에게 정확하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 "여기 이것은 나의 가르침이라기보다 그냥 앎을 위한 노력일 뿐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지혜가 아니라 나의 지혜일뿐이다."

P130
하지만 우리 모두 경험했듯이 소유물이 있는 한 인간은 소유물에 달라붙어 있고 소유물은 천 개의 작은 갈고리로 매달리게 마련이니, (...) 거리를 두면 모든 것이 변한다. 외적인 거리가 내적인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작은 장소에 묶여 있는 사람은 작은 근심에 빠진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몽테뉴는 언제나 거듭, 우리가 근심이라 부르는 것은 자체 무게를 지닌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키우거나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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