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유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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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누군가 그에게서 어떤 것들을 배웠나-라고 내게 묻는다면 다 열거하지 못할 것 같다. 이 책 표지에 몽테뉴를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라고 적어놨는데 그것은 타인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체념과 물러섬의 미덕이었던 것 같다. 그는 문화상대주의든 회의주의든 구교든 신교든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신을 단속했다.


#성취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에 몰두한다. ‘성취‘는 곧, 내가 얻는 것이며 그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본 몽테뉴의 성취는 잃거나 어색해지는 과정이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 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닌 포용하기 위한 관점을 키워나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성직자나 고행승을 연상시킨다. 몽테뉴를 보면서 내 인생의 본질, 내 인생의 성취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관용의 시대
나는 현대사회와 민주주의가 더 많은 의견으로 분절되고 확장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동네 이웃과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흑인 이웃과 달리기 시합을 해야 하는 시대에 놓여있다. 폭넓고 깊은 관점과 관용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몽테뉴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P106
하지만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 배꼽만 바라본다면 세상을 보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역사를 읽고 철학을 공부했다. 자신을 가르치고 스스로 확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보기 위해, 자신을 다른 사람들 옆에 세워보기 위해서였다.

P110
몽테뉴가 평생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질문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타나는 놀랍고도 선량한 점은 그가 이 질문을 명령문으로 바꾸려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즉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를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로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아는가?"라는 표어를 메달에 새겨넣고 다닌 이 사람은 무엇보다 경직된 주장을 싫어했고, 자신에게 정확하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 "여기 이것은 나의 가르침이라기보다 그냥 앎을 위한 노력일 뿐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지혜가 아니라 나의 지혜일뿐이다."

P130
하지만 우리 모두 경험했듯이 소유물이 있는 한 인간은 소유물에 달라붙어 있고 소유물은 천 개의 작은 갈고리로 매달리게 마련이니, (...) 거리를 두면 모든 것이 변한다. 외적인 거리가 내적인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작은 장소에 묶여 있는 사람은 작은 근심에 빠진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몽테뉴는 언제나 거듭, 우리가 근심이라 부르는 것은 자체 무게를 지닌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키우거나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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