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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 교토 게이분샤에서 발견한 소비와 유통의 미래
호리베 아쓰시 지음, 정문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미래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많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면 결국엔 가게를 차리는 방법밖엔 없는데 경기는 자꾸만 안 좋아진다. 겨우 남은 시장마저도 거대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몫이다. 과연 작은 가게들에게는 미래가 있을까?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는 ‘호리베 아쓰시‘라는 사람이 교토 시, 시쿄 구에 있는 ‘게이분샤 이치조지 서점‘에 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장사(판매)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그는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에서 알바로 시작해 점장으로 퇴사했다. 현재는 자신의 서점 ‘세이코샤‘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독특한 편집 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은 (일본 내에서?) 최초의 편집 서점이라고 한다. 점내에는 대관 갤러리 ‘앙페르‘ 말고도 ‘의식주 관련 서적과 생활 잡화‘를 판매하는 ‘생활관‘까지 들어있다. 그리고 이벤트에 따라 가방이나 빵, 커피 등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다양한 색깔을 지닌 곳이 되었다.
이렇게 운영되어온 주요 원인은 각각의 서가를 해당 담당자들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도록 자유를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방법은 그가 일하기 전부터 있던 방식이라고 한다. 호리베 씨는 이런 환경 속에서 좋은 경험을 쌓아 나갔다. 단순히 서가를 인덱스순으로 정리하는 일이었다면 그런 발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에서도 편집 가게들은 많다. 그런데 그 ‘편집샵‘들이 다 잘 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꼭 그렇지 않다. 바로 여기서 호리베 씨의 능력이 엿보인다. 그는 단순히 여러 물건을 쌓아 놓는 방식의 운영을 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상품(책)‘과 가게 앞 ‘거리‘였다.
#공간을 바꾸는 가게들
‘사쿄‘ 구는 교토 도심에서 떨어진 조용하고 낙후된 지역이다. 그런 지역이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호리베 씨는 BM을 다니며 보았던 자신의 동네 속 작지만 힘 있는 가게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어떨 때는 거리에 가게를 맞추고, 어떨 때는 가게가 거리를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작은 가게로 장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요모조모 다각도로 살펴주고 있다.
#장사의 생태계
많은 에피소드 중에 가게와 거리의 생태계, 프로의 돈과 아마추어의 돈, 진열에서 배우기, 맵 러버와 맵 헤이터, 라이프핵의 한계 등이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서점과 관련된 이야기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서점이 아닌 ‘시바야마 류‘라는 사람의 ‘사이클 쉐어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동일인이 만든 ‘나미이타 앨리‘라는 공간은 소비와 판매라는 이익 관계를 떠나 공간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이야기여서 장사를 할 분이라면 꼭 읽었으면-하는 에피소드이다.
#가게의 역할
나는 무엇보다 그가 보여준 장사를 대하는 자세가 참 좋았던 것 같다. 자신의 상권을 정확히 파악하고 같은 상권 안의 작은 가게들과 공존하려는 모습이 좋았다. 작가는 가끔 현대 소비의 문제점도 지적하는데 그 부분은 요즘 신세대에게는 공감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다. 말미에 그가 강조한 것은 스토리다.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하자면, 거리와 가게의 스토리가 모여 그 상권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것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내용이다. 그가 있는 사쿄 구는 확실히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그 방식이 모든 상황(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상권에 끼어 있는 작은 가게)에 들어맞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호리베 씨가 주장하는 내용에 마음이 가는 건 ‘인간애‘와 ‘소통‘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여유는 낮아지고 가족과 떨어져 사는 혼족이 급증하는 사회.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작은 가게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