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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자연주의적 오류
나는 한때,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며 비판했었다. 그 때는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 믿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과정이 ‘자연주의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안다. 최재천 교수님은 이미 그런 부분을 잘 알고 계신다. 이 책은 결코 ‘동물들은 이러한데 인간들은 이래서 잘못이다‘라는 식의 책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모두가 읽어 볼 만한 책인 것 같다.


#자연과 나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종종 하면서 자랐다. 사람에 따라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인간도 지구 생태계의 한 종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지구상에 인간이 출현하기 전까지 앞선 생명체들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우리도 지구 생태계 속에서 하나의 단계로 태어난 것이라 생각해보면 다른 동물들과 우리를 분리해서 볼 수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침팬지뿐만 아니라 개미, 꿀벌과 같은 곤충들도 우리와 공통점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최재천 교수님도 내심 그런 점을 내비치고 계신듯하다.


#사회진단
나도 ‘자연현상‘과 ‘동물행동학‘이 우리 사회를 진단해 보기 위한 참고자료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다른 생명들의 이색적인 활동들을 다루는 ‘동물행동학 책‘이면서 우리 인간과 연결해보는 ‘인문학 책‘이기도 하다.
인간과 동물을 비교한 글을 읽다 보면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어느 땐 인간이 잔인하기도 했고 더 멍청해 보이기도 했다.


#깨달음
나보다 잘난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배운 교훈이 더 크게 와닿을 때가 많다. 사실 그런 마음은 ‘무식한 차별‘과 ‘목적 없는 연민‘에서 비롯된 위선임을 느낀다. 같은 사람끼리 ‘잘남‘과 ‘못남‘이 어디 있을까. 그런 선 긋기에 난 항상 매몰되어 살아간다. (아직 난 한참 부족한 존재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배운 교훈이 나를 더욱더 겸손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같은 사람도 아닌 동물에게서 그런 깨우침을 얻는다면 훨씬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세상은 항상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제게는 소박한 신념이 하나 있습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입니다 (...)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스스로도 더 사랑하게 된다는 믿음으로 이 글들을 썼습니다."
<글을 시작하며>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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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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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대와 세대
내 어린 시절과 우리 부모님이 살아온 시대는 어떻게 달랐을까? 불과 할머니 세대만 해도 초가집이 있던 나라였는데, 어떤 역사를 거쳐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었을까? 참 궁금한 부분이었다. 이 책은 유시민 작가님이 태어난 1959년을 시작으로 근현대사를 옛날이야기 하듯 차근차근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사건, 사고와 발전을 거듭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런 점에서 보면 ‘세대 간의 갈등‘이 이해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역사를 알면 (주변)사람들을 좀 더 폭넓게 이해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배움의 자세
처음 본 사건도 많았고, ‘전태일 이야기‘처럼 전체 내용을 몰랐던 사건도 알게 되어 좋았다. 사실에 입각한 근거와 자료들을 볼 수 있었기에 이전에 ‘카더라 통신‘으로 접하던 역사와는 확실히 달랐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부분은 역사와 관련된 ‘나의 고정관념‘에 관한 것들이었다. ‘과거 독재자들은 얼마나 악했는지‘, 또는 ‘참여정부 시절엔 얼마나 선했는지‘와 같은 나의 단순한 이분법적 접근방식이 잘못된 방식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역사 앞에서 ‘좋고‘, ‘나쁨‘을 가볍게 재단하지 않는 작가님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치의 역사
이 책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치 역사‘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는 점일 것이다. 유시민 작가님을 잘 아는 독자라면 이런 내용에 당황하지 않겠지만 사회, 문화, 예술, 경제 등 근현대사를 넓고 깊게 알려고자 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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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
송은정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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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독서에 관심을 가졌을 때쯤, ‘일단멈춤‘을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서점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몇 달 후. 8월 13일. 가게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달까지만 한다고 했다. 빨리 가보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

#분투기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을 선물 받고 ‘일단멈춤‘ 사장님이 책을 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가가 되셨구나‘ 서점 사장님으로 알게 되었기에 원래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는 건 몰랐다. <천국은 아니지만...>은 퇴사와 어쩌면 사회의 냉대에 맞서 자신을 찾아 나서는 내용이었다면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는 서점을 운영하는 분투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점 운영을 로망으로 생각하겠지만 장사란 만만찮다.

#장사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는 앞서 읽은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와 함께 구매한 책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서점 운영에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운영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어떠한지 손님이 모르는 고민이 엮여있는 책이다. 나도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게 있어서 그런지 그 어려움에 공감되었다. 잘 알 것 같은 마음과 예상되는 짠함에 서글펐다. 난 ‘견디는 삶‘이란 말을 싫어한다. 견디면? 그럼 뭘 주나? 뭘 얻을 수 있나? 작가의 말대로 죽기 살기로 한다는 건 너무 과도한 결기다. 그런 의미에서 가게 운영은 예측할 수도 없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하나씩 논외로 남겨두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돌아봄
동갑인 작가의 글은 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같은 시기. 같은 나이. 그때 나는 어떠했는지 자꾸 비교하게 된다. 송은정 작가의 글 속엔 성숙이 채워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나도 그러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녀도 힘든 삶이었지만 비교하면 부럽고, 나답게 살자고 위로하면 내 방향이 의심스러웠다. 이제 겨우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정도의 나. 현재의 문제들은 아직도 무방비 상태다. 그래도 거짓 없이 진솔하게 써줘서 고맙다. 글을 읽으며 내 삶을 포장할 필요성을 적게 느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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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 교토 게이분샤에서 발견한 소비와 유통의 미래
호리베 아쓰시 지음, 정문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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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래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많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면 결국엔 가게를 차리는 방법밖엔 없는데 경기는 자꾸만 안 좋아진다. 겨우 남은 시장마저도 거대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몫이다. 과연 작은 가게들에게는 미래가 있을까?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는 ‘호리베 아쓰시‘라는 사람이 교토 시, 시쿄 구에 있는 ‘게이분샤 이치조지 서점‘에 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장사(판매)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그는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에서 알바로 시작해 점장으로 퇴사했다. 현재는 자신의 서점 ‘세이코샤‘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독특한 편집 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은 (일본 내에서?) 최초의 편집 서점이라고 한다. 점내에는 대관 갤러리 ‘앙페르‘ 말고도 ‘의식주 관련 서적과 생활 잡화‘를 판매하는 ‘생활관‘까지 들어있다. 그리고 이벤트에 따라 가방이나 빵, 커피 등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다양한 색깔을 지닌 곳이 되었다.
이렇게 운영되어온 주요 원인은 각각의 서가를 해당 담당자들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도록 자유를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방법은 그가 일하기 전부터 있던 방식이라고 한다. 호리베 씨는 이런 환경 속에서 좋은 경험을 쌓아 나갔다. 단순히 서가를 인덱스순으로 정리하는 일이었다면 그런 발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에서도 편집 가게들은 많다. 그런데 그 ‘편집샵‘들이 다 잘 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꼭 그렇지 않다. 바로 여기서 호리베 씨의 능력이 엿보인다. 그는 단순히 여러 물건을 쌓아 놓는 방식의 운영을 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상품(책)‘과 가게 앞 ‘거리‘였다.


#공간을 바꾸는 가게들
‘사쿄‘ 구는 교토 도심에서 떨어진 조용하고 낙후된 지역이다. 그런 지역이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호리베 씨는 BM을 다니며 보았던 자신의 동네 속 작지만 힘 있는 가게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어떨 때는 거리에 가게를 맞추고, 어떨 때는 가게가 거리를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작은 가게로 장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요모조모 다각도로 살펴주고 있다.


#장사의 생태계
많은 에피소드 중에 가게와 거리의 생태계, 프로의 돈과 아마추어의 돈, 진열에서 배우기, 맵 러버와 맵 헤이터, 라이프핵의 한계 등이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서점과 관련된 이야기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서점이 아닌 ‘시바야마 류‘라는 사람의 ‘사이클 쉐어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동일인이 만든 ‘나미이타 앨리‘라는 공간은 소비와 판매라는 이익 관계를 떠나 공간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이야기여서 장사를 할 분이라면 꼭 읽었으면-하는 에피소드이다.


#가게의 역할
나는 무엇보다 그가 보여준 장사를 대하는 자세가 참 좋았던 것 같다. 자신의 상권을 정확히 파악하고 같은 상권 안의 작은 가게들과 공존하려는 모습이 좋았다. 작가는 가끔 현대 소비의 문제점도 지적하는데 그 부분은 요즘 신세대에게는 공감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다. 말미에 그가 강조한 것은 스토리다.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하자면, 거리와 가게의 스토리가 모여 그 상권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것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내용이다. 그가 있는 사쿄 구는 확실히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그 방식이 모든 상황(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상권에 끼어 있는 작은 가게)에 들어맞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호리베 씨가 주장하는 내용에 마음이 가는 건 ‘인간애‘와 ‘소통‘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여유는 낮아지고 가족과 떨어져 사는 혼족이 급증하는 사회.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작은 가게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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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묵묵하고 먹먹한 우리 삶의 노선도
허혁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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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덮고
정류장을 한 곳 한 곳 지날 때마다 기사님의 얼굴이 자세히 보인다. 아마 허혁 기사님은 민망해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사님을 알아갈 때마다 좋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처럼, 한 사람을 알아가고 한 그룹의 생활방식을 알아간다. 이제 시내버스를 탈 때면 이 책의 내용들이 나에게 벨을 눌러 신호를 보낸다. 책에서 나왔던 표현들과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채운다. 좋은 책이었는지 아닌지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다. 책의 내용이 내 생활 속에서 다가오고 따스함이 된다.


#이상형
언제부턴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놓게 되었다. 이 꼴 저 꼴 다 보며 외계인보다 더 괴상한 인(人)들을 보았던 터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은 자신을 깊이 탐구하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남의 삶까지도 헤아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허혁 작가님이 딱 그런 분이다. 작가님의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그분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구름 떼라면 작가님 같은 분들은 청정한 맑은 공기다. 아니 공기청정기에 가깝다. 주변의 사람들까지 정화시켜주는 인간청정기. 이런 분들이 많았으면 싶다.


#버스기사
내가 몰랐던 기사님들의 삶과 고초, 그리고 그분들이 자주 떠올리는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 산다. 하지만 타인이 그 삶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서로 부딪히고 오해가 쌓이고 싸우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 믿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기사님을 보더라도, 좀 무뚝뚝하시더라도, 운전이 꿀렁꿀렁 거칠더라도,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모른 채 지나가더라도 이제는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이 책이 계속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분들 삶이 나에게 전해진 것이다.


#아들, 남편, 아빠, 버스기사
사람의 외형은 한곳에 머문다. 하지만 내면은 떠돌아다닌다. 과거의 고통과 미래의 걱정은 인간의 숙명이다. 그것을 끊을 수 있다면 인간으로서 해탈한 것이다. 그 굴레를 끊어버리고 싶다. 그 굴레가 한 인간에게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싫다.
허혁 작가님 글에서도 그러한 고민들이 보인다. 자신이 밉고 남이 밉지만, 그 사이를 비틀비틀 운전해 가는 모습은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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