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결론정리불투명한 구조와 정보로 간판이 기준이 되고 체제가 간판에 의해 돌아간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하고 출입의 높이를 낮춰서 건전성을 회복해야지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흐를 수 있다.#구조한국 사회에만 있다는 특이한 구조. 공채 합격과 공모전에 의한 당선. 처음엔 그건 신뢰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었다. 하지만 재밌게도 현재는 높은 성벽이 되어 그 속에 들어간 사람들은 하나의 권력을 가지게 되고 그 권력으로 성 밖의 사람들과 차별화된다.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이 구조 자체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걸 다루는 사람과 부수적인 환경들의 문제인가‘까지 살펴본다. 이 점이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나는 구조의 문제는 그 구조를 전복시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어떠한 다른 구조가 나오더라도 그걸 다루는 인간이 변질되면 그 구조도 잘못된 방식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가야 할까? 어쩌면 사회라는 큰 개념보다도 우리 개개인의 변화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광고공모전대학생 시절. 종종 광고 공모전에 도전했었다. 각 대기업 광고 공모전은 그 회사를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은연중에 공모전의 수준을 ‘공공기관‘과 ‘기업‘으로 나누고, 다시 기업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누어 ‘대기업 > 중소기업 > 공공기관‘이라는 순위를 매겼던 게 기억난다. 그런 순위는 무엇을 기준으로 매겨졌을까?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말이다. 또 이상하게도 명문대생들만 대기업 광고 공모전에 척척 붙던 기억들. 나야 별로 노력을 안 했지만, 과연 전국의 다른 모든 대학생이 그랬을까? 당시에 제일기획에서 인턴을 하며 상을 휩쓸던 명문대생 한 명도 기억난다. 물론 그 사람은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거로 안다. 하지만 제일기획 인턴은 ‘인맥빨‘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인턴을 하며 보고 배운 정보들이 과연 도움이 안 됐을까? 그리고 그 사람을 건너건너 안다며 자랑하듯 말하던 우리 학교 후배들. 그게 왜 중요했을까?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알 것이다. ‘실력‘보단 ‘인맥‘이 우선이란 것을. 물론 공모전의 구조상 인맥으로 결정되기엔 힘들다는 것도 인정한다. 책에서 나온 [문학공모전]은 정말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공모전이라 불리는 모든 토너먼트 게임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하면 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세계 트랜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키워드나 미적 취향에 좌우되는 미술/디자인 관련 공모전들은 정보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암암리에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지금 막 세계가 주목하는 트랜트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분명히 정보의 우위를 독점하는 사람들만의 리그다. 물론 [문학공모전]과 같이 국내 대기업 광고 공모전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개인이 주목받거나 큰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하지 못한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장강명 작가가 심사하며 ‘혹시 비운의 작품을 내가 떨어뜨린 게 아닐까‘라고 고민했던 것처럼 광고 공모전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작품에 집중하며 볼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운에 좌우되는 거라면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목숨 걸며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정말 인간 사회의 모순점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이건 인간 사회의 모순이다.#실력과 정보공모전을 했던 추억들이 좋은 추억들이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고려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결국 노력을 안 한 나를 탓해야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우린 너무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살아가기 위한 정보를 주는 교육이 아니라는 점도 안타깝고, 정보의 독점을 ‘실력‘이라 말하며 숨기기 급급한 특권층의 행태도 역겹다. 이런 세상이 아름답다고 포장하는 드라마나 여타 미디어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 하루도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