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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평점 :
불과 몇백 년 전 우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 줄 알았습니다.
인간들은 정말 작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거죠.
그리고 이제 허블 같은 과학자들의 활약으로
우물 위로 밀어 올려져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겁니다.
<세상의 모든 과학>p411
어릴 적 과학이라는 학문은 일상과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고, 미래의 삶에도 상관없을 분야라고 생각했다. 상대성 이론이며 만유인력의 법칙이 사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뒤늦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존재의 본질을 들여다보니 그동안 세상과 나를 바라봤던 관점의 모순을 알게 되었고,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름 유명하다는 과학도서를 읽어보기도 하고, 유튜브로 귀동냥도 해보았지만 과학과의 거리감은 쉽사리 좁혀지지가 않는다. 과학을 이해하기에 나의 기초지식이 부족한 탓이다.
드디어 나에게 딱 맞는 과학도서를 만났다. 과학의 역사와 현재를 재미있게 알려주는 입입문서라 할 만한 책이다. <세상의 모든 과학>은 제목처럼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어렵고 복잡한 이론은 모두 걷어내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한다. 처음 접할 때에는 엄청난 페이지 수와 진지한 글자들로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천만에! 전혀 그렇지가 않다. 첫 장만 읽어도 이 책이 놀랍도록 쉽게 쓰여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리고 읽어 내려 갈수록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면서 흥미진진한 과학의 세계로 이끌려가게 된다.
모든 챕터가 흥미롭고 기억하고 싶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조상'에 관한 이야기다. 대멸종시기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동물들은 날쌘 동물들이 아닌, 덩치 큰 공룡들이 아닌, 작고 힘없는 포유동물이었다. 낮에는 동굴 속에 몸을 피했고, 밤에만 살짝 나와 벌레나 새끼 파충류들을 사냥하며 지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포유류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온혈동물인 것은 언제 어디서든 움직일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고, 큰 뇌를 가지게 된 것도, 감각이 발달하게 된 것도 끊임없이 눈치 보며 피해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화의 도약은 최강의 포식자가 아닌 약자에게서 일어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숨어만 지내던 약한 포유류는 시련을 뚫고 살아남아 이제 당당한 포식자가 되었고, 최고의 자리인 진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책은 과학지식을 통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펼쳐 보인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고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잘못 알고 있었던 과학적 진실들을 바로잡아주면서도 열린 자세로 학문을 받아들일 것을 당부한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것이지만 절대적이지 않은 역동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현실을 과학을 통해 바라보면 지금까지 알던 세상과는 다르게 보이고, 가치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갖게 된다. 그러나 그 어떤 지식도 단정은 금물이다. 다만, 과학적 사고로 일상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지금의 불합리성과 많은 모순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