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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저녁달 클래식 1
제인 오스틴 지음, 주정자 옮김 / 저녁달 / 2024년 7월
평점 :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듭니다.
- 책 소개 글 중에서
다시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너무 감명 깊어서 다시 새기고 싶어 읽기도 하고, 남들은 좋다는데 도통 이해되지 않아 다시 펼쳐들기도 한다. <오만과 편견>은 나에게 있어 후자다. 결혼을 앞둔 남녀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가 로맨틱하다고 하는데 나는 사랑스럽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너무 어렸을 때여서 그랬을지도. 그래서 다시 제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책에는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있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남녀의 오해와 갈등, 19세기 초 영국의 시대상을 반영한 결혼 풍습과 일상생활 묘사, 오만과 편견을 이겨내고 사랑으로 발전해가는 이야기 등 볼거리, 읽을거리, 생각할거리가 풍성하다.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와닿았던 부분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감정변화다. 엘리자베스는 좋은 집안 남자와 결혼하는 것만이 전부라 여기는 관습적 사고를 거부하고, 자기답게 살아가길 바라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고 경제력도 없어서 부잣집으로 시집가야 하는 게 마땅했지만 귀족출신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다아시 역시 자신과 결혼하려는 여자들에 대해 대해 속물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또한 귀족이라는 계급주의가 있어서 걸맞은 상대를 찾길 바랐다.
엘리자베스는 첫 만남에 자신을 무시하는 다아시가 무례하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돕는 모습을 보고 본심은 깊고 배려심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감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다아시는 처음 그녀를 보고 속으로는 반했지만 자존심때문에 오히려 차갑게 대한다. 하지만 마주칠수록 그녀가 상류층 여성들과는 달리 허영심도 없고, 순수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자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에 이른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대화와 많은 상황들을 겪으면서 자신의 부족함과 선입견을 깨닫게 되고, 선한 마음과 진실한 사랑에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 책은 두 사람의 심경 변화와 감정 묘사를 세밀하게 드러내어 감동적인 사랑의 감정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사랑이란 진실하고 순수한 감정이라는 것이 가슴속에 더욱 선명해지도록.
<오만과 편견>은 고전 로맨스라 지금의 결혼관 사랑관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편견으로 누군가를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깊은 사랑없이 재산과 지위를 보장받기 위한 결혼은 안된다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역시 고전은 재독을 해야한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제인 오스틴의 섬세한 묘사와 표현 하나하나를 새롭게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