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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은 왜 우울할까 - 장내미생물은 어떻게 몸과 마음을 바꾸는가
윌리엄 데이비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4월
평점 :
현대인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이 장트러블을 겪을 것이다.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오랜 기간 달고 살았고, 갱년기가 된 지금에는 변비와 소화불량, 그리고 복부 팽만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평생을 장트러블로 살고 있지만,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보니 부끄럽게도 건강한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아플 때만 잠깐하고, 평소엔 보조제와 영양제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장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를 묵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점점 심각해져 가는 육체적, 정신적 질환들과 피부 노화를 개선, 복구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
<내 장은 왜 우울할까>에서는 장 건강을 이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고, 질병에서 벗어나고 젊음을 회복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책은 가공식품부터 위산 억제제, 항생제까지 현대적 생활방식이 인간 위장관 속 미생물 군 구성을 무너뜨렸고, 이 미생물 불균형이 건강 문제를 불러온다고 엄중히 경고하면서 핵심 원인인 장내세균 불균형, 소장세균 과증식, 소장진균 과증식을 상세하게 설명하여 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시 풀어보면, 현대인의 위장관 속은 미생물 종의 수도 현저하게 적고, 항생제부터 아이스크림까지 수많은 요인이 유익균들을 죽이고, 해로운 미생물들을 과증식하여 그 결과, 우리는 피부발진, 섬유근육통, 근골격통, 불안, 우울증, 자가면역질환, 감염 민감성, 알레르기 등등 셀 수 없는 질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은 장과 먹거리와의 관계, 장과 뇌의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해 이해시키고 장 건강에 대한 위험성과 중요성을 알리고 있지만 장 건강이 단기간에 좋아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장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꾸준하게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책은 4주간의 장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올바르게 식단을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여 효과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제안한다.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나로서는 늘 먹던 음식들을 갑자기 끊는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우선은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지켜나가 볼 생각이다.
책에 소개된 내용 중 실천하고자 하는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해본다. 먼저, 장에 치명적으로 나쁜 식품을 조심하자. 아이스크림, 샐러드드레싱, 땅콩버터 같은 식품에 들어있는 유화제는 장내 염증을 일으키고 방어벽을 해체시키는 유력 용의자이니 각별히 주의하고, 밀가루는 빼놓을 수 없는 최악의 식품이지만 완전히 끊을 자신은 없어서 최대한 줄여보기로 하자. 라면과 빵만 안 먹어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한 가지 더, 당류도 줄이자. 평소 단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식단에 든 엄청난 설탕은 소장세균 과증식과 소장진균 과증식을 위한 아주 좋은 먹잇감이라고 하니 과감히 줄여보도록 하자.
다음은 장에 좋은 식품이다. 비타민 D는 장 점막을 강화시켜주니 결핍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특히 올리브유는 장세포와 점막의 치유를 돕고 유익한 세균 종의 증식도 도우니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자. 또한 오메가3 지방산는 무너진 장 내벽의 회복을 돕고 유익균을 늘려주고, 과일과 차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프리바이오틱스섬유소와 유사한 작용을 하여 위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잘 챙겨먹기로 하자.
<내 장은 왜 우울할까>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장을 밭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밭을 너무 엉망으로 일궜다는 것이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리낌없이 해로운 음식물들을 섭취하고, 프로바이오틱스나 발효식품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이제 책의 경고를 통해 밀가루와 당류의 섭취에 대하여 경각심이 생겼고, 다양한 질병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도 얻었다. 나쁜 음식들의 유혹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음식들만 줄여도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일테니 일단 시작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