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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평점 :
고전 중에서도 유독 헤르만 헤세의 책들을 좋아한다. 그의 책에는 내가 가진 고통들과 질문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깊은 공감과 삶의 멋진 해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나의 믿음>은 결이 조금 다르지만 나름 매력적이다. 하나의 결말로 향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들려준다. 굳어진 가르침이 아닌 시간에 따라 변하는 헤세의 고백들을 통해 하나의 이념에만 붙들려 살지 말 것과 남의 견해가 아닌 자신의 경험으로 얻은 통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완전한 가르침을 갈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완성되기를 갈망해야 한다.
신은 네 안에 있지 개념이나 책 속에 있지 않다.
<나의 믿음> P017
책에는 헤세의 종교와 인생에 관한 고찰과 견해가 연대순으로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다. 그는 개신교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개신교를 좋아하지 않았고 일부 성직자들을 비판했다. 신학에서 말하는 개인과 자유, 행동을 실천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디와 같은 행동하는 지도자를 찬양하고, 자기 비움, 성찰, 인내, 평온 같은 요소로 개인의 내면에 변화를 일으키는 불교의 가르침에 이끌렸다. 부처는 밖에서 신을 찾지 않고 내면의 신을 인식한, 그래서 자아를 실현해 낸 완전한 인간의 상징이었기에 헤세는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향하는 믿음도 헤세와 같다. 자의식이 클수록, 나만을 중요한 존재로 여길수록 괴로움 역시 커지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지는 존재라는 사실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생각에 집중하여 자연에, 삶에 순종하는 태도를 유지하면 세상과 내가 하나임을, 세상의 고난이 덧없고 사소한 것임을 느낄 힘이 생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역시 '부처의 길'을 따라가려면 헤세의 조언대로 '깊이 있게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늘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부처의 말을 배우는 데 지름길이라는 것이 책을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사랑은 죄를 짓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힘이라는 점,
누구에게도 도둑맞지 않고 베풀 수 있다는 점,
자신을 제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도
타인에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모든 행복의 비밀이 사랑이라는 단어에 들어있다.
<나의 믿음> P160
하지만 헤세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남의 말로는 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념에 붙들려 있기보다는 직접 경험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다. 변화는 남의 말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에서 얻은 성찰로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고된 인생이지만 더 아름다운 자신만의 삶과 의미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싯다르타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헤세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깊이 고찰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