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 30대 도시 부부의 전원생활 이야기
김진경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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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벼운 '월든'병을 앓고 있다. 마냥 꽃과 식물이 좋고, 마당 있는 집, 자연과 함께하는 집을 로망한다. 내 나이에는 흔히 그런다고들 하지만 동물을 유난히 무서워하고, 벌레는 질색하고, 편리한 생활에만 길들여진 내가 그런다는 건 나 스스로도 잘 납득되지 않는다. 그만큼 갱년기 호르몬의 변화가 무서운 건가 싶다. 무튼 어차피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월든' 생활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책은 30대 도시부부의 전원생활을 담은 에세이다. 도시에서만 생활한 부부가 왜 집을 짓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완공된 집과 전원생활은 어떠한지에 대하여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성향이 나와 많은 부분이 비슷해서 공감가는 부분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도 나처럼 본래 타고나길 걱정이 많고 겁도 많아 주택이 싫었지만 30대에 전원주택을 지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즐거운 기억을 쌓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시켰는데 그 용기와 실천력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거기에 꿈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데 큰 몫을 한 저자의 남편이 '건축가'라는 점도. ㅎㅎ 나도 남편이 건축가였다면 어쩌면 전원주택을 실현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물론 핑계이지만 말이다. ㅎㅎㅎ



서로 기운을 북돋고 고생했다고 말할 뿐.

욕심을 버리고, 서로에게 따듯하게 대하기.

집 지을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P125



저자가 내 부러움을 듣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책에는 그 표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실려있다. 집공사를 하면서 빠듯한 예산과 기한을 맞추기 위해, 미처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두 부부는 쉽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당연하다. 수많은 선택과 결정 과정에서 의견충돌은 따를 수밖에 없고, 결과가 안 좋은 경우에는 상대를 탓하게 되니 공사기간 내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대가 업자이면 소통 부분에서 힘들긴 해도 감정적으로는 덜 빠질 수 있는데 부부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있다보니 말 한마디에도 서운함이 크다. 그러니 긴 시간 동안 집을 집을 짓는 과정은 거의 수행과 같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덕분에 쌓인 서로에 대한 믿음과 미안함이 부부 사이를 더 깊고 단단하게 해줬겠지만 보통의 마음가짐으로는 매일 얼굴 붉힐 일이 뻔하니 나에게 전원주택을 못 실현시킬 좋은 핑곗거리가 하나 또 생겼다.



모든 걱정 끝에 가족의 취향과 삶의 태도를 반영해 지은 집에서 사는 기쁨은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해준다.

집 짓기가 끝난 지금, 걱정은 고이 접어두고 온전히 이 계절을 즐겨본다.

<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P252



이 책은 집을 짓는다는 특별한 경험을 담고 있지만 누구나 그려볼 만한 평범한 일상을 적어내려가고 있다. 걱정많은 나로서는 '어쩌면 나도?'보다는 로망하는 삶에 대한 호기심과 응원을 보내는 마음으로 읽었다.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을 내 삶에 비춰보니 나 역시 마당 있는 집은 아니지만 근처에 예쁜 꽃들과 식물들이 많고 멋진 천변도 있는 조용하고 평온한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척에 텃밭도 임대 받을 수 있어서 나의 취향과 삶의 태도는 얼마든지 실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갑자기 없던 용기가 생겨 저자처럼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 역시 충분히 평온하면서 자유로운 나의 삶을 누릴 수 있다. 자연과 함께 '건축가' 아니지만 충분히 고맙고 소중한 나의 남편과 함께 온전히 지금을 즐겨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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