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의 나라 영덜트 시리즈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실(Yssey) 그림, 조현희 옮김 / 희유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동화책이나 만화 영화들을 찾곤 한다. 그때의 감성이 지금도 남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그때의 추억을 소환해 나에게도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고 일깨우고 싶다. 그러면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세상사에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 희망이란 꿈을 꾸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푸른 꽃의 나라>는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동화<소공녀>의 작가가 쓴 또 다른 동화책이다. 어른이 되어서 만났지만 이야기의 감동과 교훈 덕분에 마음이 맑게 정화되는 듯 느껴졌다. 물론 틀에 박힌 어른의 시선으로 본다면 상투적이고 진부하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절망 안에 희망이 있다', '선함이 악함을 이긴다', '사랑과 희망은 소중하다' 등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말 역시 특별한 갈등구조도 없이 쉽게 해결되어 싱겁게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익숙한 교훈적인 메시지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동화만이 주는 순수한 매력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책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 암울한 왕국이 있다. 폭정에 시달려 절망에 빠진 백성들은 당장 먹고 살 궁리 말고는 살아갈 이유도 희망도 없다. 그곳에 왕자가 태어났고, 현명한 여왕은 아이를 자신의 참된 스승에게 맡겨 깊은 산속에서 그의 현명함과 지혜를 배우게 한다. 스승은 왕자에게 자연과 벗 삼아 사는 삶을 경험하게 하고, 선량함과 아름다움을 가르쳐 세상의 경이로움과 완전무결한 평화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어느덧 왕자는 성인이 되어 백성들의 왕으로 즉위하고, 그들을 위해 '푸른 꽃의 법'을 선포한다. 개개인 모두가 푸른 꽃을 심고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 많은 백성들은 꽃을 피우지 못할까 봐, 그 결과 나중에 세금을 더 많이 낼까 봐 겁내고 두려워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백성들은 조금씩 걱정이 헛된 일임을 깨닫게 되었고, 새싹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진심으로 웃게 되고 명랑해지게 되었다. 푸른 꽃의 마법이 왕국 전체를 바꿔 버린 것이다.



그대는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세상의 일부이다.

어린 왕이여, 항상 고개를 높이 들고 걷는 것을 잊지 말라.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그대 자신도

이 놀라운 세상에 속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라.

<푸른 꽃의 나라> p042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이 마법이라 부를 일일까. 이미 세상은 마법으로 가득한 데 우리가 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은 추악한 것을 마음속으로 채우면 추악한 세상에 살게 되고, 아름다운 생각으로 가득 채우면 아름다운 세상 속에 살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 분노만큼 헛된 것은 없다. 남을 원망하고 탓 하면 결국 남는 것은 절망과 체념뿐이다. 눈앞의 먼지와 오물만 보고 살면 그게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먼지와 오물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알게 된다. 하늘의 별로 가득 찬 마음에는 먼지와 오물들이 있을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동화 같은 삶,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일까 생각해 봤다. 어쩌면 '그저 행복하기'를 선택하면 되지 않을까. 우울하고 어두운 것들을 보는 시간들을 줄이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것들로 몰입한다면. 꽃을 심고 가꾸듯 정성을 들여 일상의 행복을 가꾼다면 동화 같은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인생에는 어떠한 목표도 의무도 없다.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지음, 이미옥 옮김 / 퍼스트펭귄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해보이려고, 능력 있어 보이려고,

당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과장된 포장은 결국 벗겨지기 마련이다.

그저 단단한 땅 위에서 

당신이 가진 보폭과

당신의 속도대로 걸어가기를 응원한다.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P148





'이거다!'싶은 책을 만났다. 앞으로의 삶의 태도는 이 책으로 종지부를 찍고 싶을 정도다.

삶의 가치가 '남보다 나은, 남과는 다른'에서 '조용한 행복'으로 변화된 지금, 이 책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핵심 키워드는 '겸손'이다. 상투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겸손이야말로 모든 가치 중에 가장 현명한 태도라고 말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자세이자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가치라고 강조한다. 겸손으로 우리는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조용히 나를 지키는 삶'을 살 수 있다.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의 핵심 내용은 '보여주기 위한 모든 것들과 결별하자'라는 이야기로, 뽐내고 자랑하기 급급한 세상에서 균형을 잃게 되면 나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을 떠돌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한 삶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인생은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짚어주면서 자신의 삶을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2부는 기분은 선택할 수 없어도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다 보면 외부의 평가에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때가 많은데 그럴 때에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믿고, 남의 견해를 가려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남들이 던진 말 한마디에 의지하지도 좌우되지도 말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드러내지 않아도 빛나는 현명한 삶의 방식인 '겸손'에 대한 원칙들을 소개한다. 핵심을 추려보면 잘남을 과시하면 잠깐은 우쭐하지만, 불안함과 초조함이 남는데 상대를 배려하고 나를 낮추면 잠깐은 밑지는 것 같아도 내내 편안할 수 있다는 것. 결국 겸손은 상대보다는 나를 위해 꼭 필요한 태도라는 것이다. 요점을 정리해 보면 겸손한 태도는 외부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동시에 자의식을 보여줄 수 있고, 드러내지 않아도 알아보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고, 관심을 끌지 않으니 여유와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하나 더, 약점을 드러내고 뽐내지 않으니 상대방을 긴장하게 하지 않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치열함을 강요받고 드러내야 인정받는 세상에서 절제와 겸손은 루저로 가는 지름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흔들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남이 정한 경계로 나를 가두지 않기로, 나는 나 스스로 경계를 정할 것이라고. 더불어 소박한 행동이 나를 과소평가하게 만들더라도 오히려 잘 된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을 것이다. 남들이 기대 안 하면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좋은 결과를 낼 땐 기대 이상의 평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발짝 뒤에 물러서서 '과소평가 받는 즐거움'을 누리며 소박하게 사는 것이 내가 바라는 '조용히 만족하며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정말 그렇게 살아야지 마음먹게 만드는 책이다. 일상에서 부질없는 일에 흔들릴 때마다 곁에 두고 곱씹으며 다잡아 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과 몇백 년 전 우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 줄 알았습니다.

인간들은 정말 작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거죠.

그리고 이제 허블 같은 과학자들의 활약으로

우물 위로 밀어 올려져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겁니다.

<세상의 모든 과학>p411




어릴 적 과학이라는 학문은 일상과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고, 미래의 삶에도 상관없을 분야라고 생각했다. 상대성 이론이며 만유인력의 법칙이 사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뒤늦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존재의 본질을 들여다보니 그동안 세상과 나를 바라봤던 관점의 모순을 알게 되었고,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름 유명하다는 과학도서를 읽어보기도 하고, 유튜브로 귀동냥도 해보았지만 과학과의 거리감은 쉽사리 좁혀지지가 않는다. 과학을 이해하기에 나의 기초지식이 부족한 탓이다.


드디어 나에게 딱 맞는 과학도서를 만났다. 과학의 역사와 현재를 재미있게 알려주는 입입문서라 할 만한 책이다. <세상의 모든 과학>은 제목처럼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어렵고 복잡한 이론은 모두 걷어내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한다. 처음 접할 때에는 엄청난 페이지 수와 진지한 글자들로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천만에! 전혀 그렇지가 않다. 첫 장만 읽어도 이 책이 놀랍도록 쉽게 쓰여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리고 읽어 내려 갈수록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면서 흥미진진한 과학의 세계로 이끌려가게 된다.


모든 챕터가 흥미롭고 기억하고 싶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조상'에 관한 이야기다. 대멸종시기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동물들은 날쌘 동물들이 아닌, 덩치 큰 공룡들이 아닌, 작고 힘없는 포유동물이었다. 낮에는 동굴 속에 몸을 피했고, 밤에만 살짝 나와 벌레나 새끼 파충류들을 사냥하며 지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포유류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온혈동물인 것은 언제 어디서든 움직일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고, 큰 뇌를 가지게 된 것도, 감각이 발달하게 된 것도 끊임없이 눈치 보며 피해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화의 도약은 최강의 포식자가 아닌 약자에게서 일어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숨어만 지내던 약한 포유류는 시련을 뚫고 살아남아 이제 당당한 포식자가 되었고, 최고의 자리인 진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책은 과학지식을 통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펼쳐 보인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고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잘못 알고 있었던 과학적 진실들을 바로잡아주면서도 열린 자세로 학문을 받아들일 것을 당부한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것이지만 절대적이지 않은 역동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현실을 과학을 통해 바라보면 지금까지 알던 세상과는 다르게 보이고, 가치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갖게 된다. 그러나 그 어떤 지식도 단정은 금물이다. 다만, 과학적 사고로 일상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지금의 불합리성과 많은 모순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낯설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너무 두리번 거리면 볼품없다고 자신을 꾸짖는 면도,

함부로 영합하지 않으려고 자칫 비판적이 되는 부분도,

자신이 그 장소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심리도,

그렇다고 익숙해질 리는 없고 익숙해질 수도 없다는 기묘한 기분도.

<여행 드롭> p111-112



나이가 들수록 취향이 변한다는 말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취미, 식성, 옷 입는 스타일 등 예전엔 관심도 없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절레절레했던 것들이 좋아지기도 한다. 예컨대 새로운 환경에 쉽게 지치는 스타일이라 여행을 싫어했는데 최근에는 문득 여행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실행으로 옮기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변화다. 일본 작가들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심심하게만 느껴졌던 일본식 힐링 영화나 에세이를 요즘엔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있다. 소박하고 차분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진한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것들을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여행 드롭>은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 에세이다. 그녀가 실제로 다녀온 여행담들과 여행이 주는 행복감들을 가벼운 문체로 산뜻하게 담아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자' 같은 진부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여행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가이드 글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 짧고 통통 튀는 경험들에서 느낀 감정들을 무심하게 묘사할 뿐이다. 그렇게 군더더기 없이 경험 그대로 전달되니 이야기마다 웃고 울며 기쁘고 황홀하다.


책의 에피소드들은 여행이 주는 긴장감과 자유로움, 낯섦과 익숙함 등을 모두 긍정하게 느낌으로서 모든 경험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작가는 로망과 설렘으로 여행을 찬양하기보다 안정되고 편안한 내 집도 좋지만 벗어나겠다는 용기를 내보면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체험할 수 있다며 내 눈높이에 맞게 여행을 공유한다. 이렇게 애써 강요하지 않고 가볍게 '내 삶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들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와닿았다.


책 속 가장 끌렸던 여행은 당일치기 여행이다. 당일치기의 거리와 시간은 각자 정하기 나름이므로 낯선 옆 동네가 될 수도, 멀지 않은 숲과 바람이 있는 곳일 수도, 어릴 적 살던 동네 일수도 있다고. 맞는 말이다. 탈일상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일단, 늘 다니던 마트 말고 새로운 마트를 가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그다음엔 자전거 코스를 바꿔보는 걸로. 이렇게 조금씩 낯선 것들을 접하다 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일 것이고, 기존의 것들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질 것이다. 행복은 늘 곁에 있음을 책 속에서 다시금 발견한다. 일상의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역시 관점의 변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 중에서도 유독 헤르만 헤세의 책들을 좋아한다. 그의 책에는 내가 가진 고통들과 질문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깊은 공감과 삶의 멋진 해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나의 믿음>은 결이 조금 다르지만 나름 매력적이다. 하나의 결말로 향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들려준다. 굳어진 가르침이 아닌 시간에 따라 변하는 헤세의 고백들을 통해 하나의 이념에만 붙들려 살지 말 것과 남의 견해가 아닌 자신의 경험으로 얻은 통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완전한 가르침을 갈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완성되기를 갈망해야 한다.

신은 네 안에 있지 개념이나 책 속에 있지 않다.

<나의 믿음> P017



책에는 헤세의 종교와 인생에 관한 고찰과 견해가 연대순으로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다. 그는 개신교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개신교를 좋아하지 않았고 일부 성직자들을 비판했다. 신학에서 말하는 개인과 자유, 행동을 실천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디와 같은 행동하는 지도자를 찬양하고, 자기 비움, 성찰, 인내, 평온 같은 요소로 개인의 내면에 변화를 일으키는 불교의 가르침에 이끌렸다. 부처는 밖에서 신을 찾지 않고 내면의 신을 인식한, 그래서 자아를 실현해 낸 완전한 인간의 상징이었기에 헤세는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향하는 믿음도 헤세와 같다. 자의식이 클수록, 나만을 중요한 존재로 여길수록 괴로움 역시 커지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지는 존재라는 사실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생각에 집중하여 자연에, 삶에 순종하는 태도를 유지하면 세상과 내가 하나임을, 세상의 고난이 덧없고 사소한 것임을 느낄 힘이 생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역시 '부처의 길'을 따라가려면 헤세의 조언대로 '깊이 있게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늘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부처의 말을 배우는 데 지름길이라는 것이 책을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사랑은 죄를 짓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힘이라는 점,

누구에게도 도둑맞지 않고 베풀 수 있다는 점,

자신을 제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도

타인에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모든 행복의 비밀이 사랑이라는 단어에 들어있다.

<나의 믿음> P160




하지만 헤세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남의 말로는 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념에 붙들려 있기보다는 직접 경험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다. 변화는 남의 말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에서 얻은 성찰로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고된 인생이지만 더 아름다운 자신만의 삶과 의미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싯다르타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헤세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깊이 고찰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