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서울 지망생입니다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 ‘나만의 온탕’ 같은 안락한 소도시를 선택한 새내기 지방러 14명의 조언
김미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는 책의 저자인 김미향 작가가 대학생이 되면서 서울로 올라와 직장을 다니면서 서울 생활을 하지만 다시금 ‘탈서울’을 꿈꾸는 내용의 책이다. 저자의 고향은 전북 정읍이다. 저자는 항상 ‘인서울’의 꿈을 꿔왔고 꿈을 실현했지만, 터무니없는 집값, 비싼 물가, 생활비, 교통 정체, 미세먼지 등 여러 이유들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이로 인해 탈서울을 꿈꾸게 된다. 일단 서울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저자의 고향인 정읍으로 잠시 내려가지만,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고 결국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서울에는 교육의 질,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다양한 일자리 등 여러 요건들을 충족하는 도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과 가까이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은 현실과 타협하고 수용하며 탈서울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 책에는 탈서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새내기 지방러들의 조언과 경험들이 담겨 있다. 이천, 양양, 제주, 전주 등 다양한 지역으로 탈서울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 중에는 고향에 연고가 있어서 내려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연고도 전혀 없는 곳으로 탈서울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 인맥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들을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데 나였으면 아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내가 탈서울을 더더욱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적 혜택이다. 나는 전시회,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꽤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서 지방으로 가게 되면 이러한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부산이 고향인 탈서울 경험자의 얘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인 부산도 공연을 보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큰 도시이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여러 가지 인프라와 혜택들이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서울만이 답은 아니다. 서울을 벗어나 어느 지역으로 가던 그 지역에 맞는 생활에 적응을 하게 되고, 그러한 삶 속에서 서울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에서 행복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기준에 맞춰서 어디에서든 살면 된다. 그곳이 서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인생에 정해진 답이 없듯이 ‘냉탕’, ‘열탕’이 아닌 각자의 ‘온탕’에서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가면 지금의 온도와는 또 다른 ‘온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의 자리

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영의 자리’는 주인공이 그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백수생활을 이어가다가 위기감을 느끼며 지금까지 쌓았던 커리어와 전혀 다른 약국에 취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20대의 이야기이다. 처음 약국으로 면접을 보러 간 날, 약사는 주인공에게 ‘유령’이라고 칭한다. 주인공도 나도 ‘유령’의 뜻이 뭘까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유령은 죽은 사람이라는 건데, 주인공이 왜 유령이라는 걸까? 면접을 보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합격 소식을 듣고 약국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 약국에는 ‘조부장’이라고 불리는 유령이 한 명 더 있었는데 주인공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약사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어디까지나 ‘손님’을 대하는 친절함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뒤에서 남 험담은 물론, 남의 아픔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물로 비쳤다. 이 책에는 주인공 외에 ‘혜’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은 ‘혜’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상기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주인공의 시선에서만 보이는 ‘혜’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지만 책을 덮을 때까지 ‘혜’의 시선에서 그려진 자세한 스토리는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은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지 않으며, 약국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도 친밀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각자 맡은 자리에서 본인의 일만 열심히 할 뿐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하게 보였다. 책의 중반부에 접어들 때만 해도 책에서 말하는 ‘유령’이라는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려웠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주인공은 잘 다니던 약국을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 ‘유령’이라는 존재는 결국 ‘남에게 보이지 않는’, ‘스쳐 지나가는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정의를 내려보았다. 약국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였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언젠가는 스쳐 지나갈 인연들이기에 유령이라고 지칭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유령이 될 수 있고, 상대도 나에게 유령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고 공평해지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19p. 관계는 가까워질수록 편협해지고 멀어질수록 공평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 암을 지나며 배운 삶과 사랑의 방식
양선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전한다고 하지만 현존하는 의료기술로는 아직 암을 정복하지 못했다. 암은 정말 정복이 불가능한 걸까? 사람은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어차피 살다 갈 인생이라면 건강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저자는 한겨레 신문사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열심히 일을 하다가 갑작스레 유방암 진단을 받고 이후 항암 치료와 회복해가는 여정을 글로 담아낸 책이다. 청천벽력 같은 암 확진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저자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특히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죽음의 5단계’, ‘슬픔의 5단계’라고 하는데 이 과정은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의 순서라고 한다. 저자는 수용을 제외한 모든 단계를 수시로 오갔다고 하는 대목을 보고 역시 ‘수용’이라는 건 너무나도 힘든 과정이며 저자가 수용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가늠해 보았다.

특히 이 책에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저자가 느꼈던 감정들과 치료 과정 뿐만 아니라 투병생활 중 직접 겪었던 것 들 중에 다른 환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체크리스트, 수술하기 전 필요한 물품들, 그리고 항암을 하기 전 미리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꼼꼼하게 설명을 해주는 저자의 마음은 유방암을 투병하고 있는 모든 환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삶은 우리의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절대로 행복만 주지 않는다. 저자는 작은 불행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들여다보기보다 삶 곳곳에 숨어 있는 행복의 파랑새를 부지런히 찾겠다고 결심한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행복의 기준을 조금만 낮춰보면 훨씬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행 안에서도 행복을 찾는 것이 인생에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 책의 제목처럼 앞으로도 인생을 계속될 것이다. 저자를 포함한 모든 환우분들과 보호자들에게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따뜻한 봄날처럼 모든 분들의 인생에도 따뜻한 날들만 있기를 소망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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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이 책의 주인공인 아이바는 어렸을 때 양부모에게 입양이 되었지만 가족의 구성원으로 화합하지 못하고 항상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며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바 앞에 사신(死神)이 나타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우로보로스 시계를 건네며 수명과 맞바꾸자고 제안했고, 어차피 고독하게 사느니 죽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아이바는 사신의 제안을 수락한다. 이로써 아이바의 수명은 3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뉴스에서 한 소녀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고, 아이바는 우로보로스 시계를 이용해 시간을 되돌려 이 소녀의 죽음을 막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수차례 자살을 감행한 소녀의 이름은 이치노세. 이치노세의 부모는 이혼을 하고 엄마와 함께 새아빠, 이복 언니들과 살게 된다. 하지만 새아빠와 언니들은 이치노세를 무시하고, 엄마마저 이치노세에게 등을 돌려 불우한 가정환경에 노출되고,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한 이치노세는 더 이상 살고 싶은 의지마저 잃어버리면서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다. 이치노세의 성장통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치노세는 자살을 방해하는 아이바를 만나면서 점점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삶의 의욕을 되찾아갔다.

아이바는 이치노세의 죽음을 방해하며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 깨닫지만, 한 소녀의 죽음을 방해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사랑에 대해 알게 해준 이치노세는 아이바에게 있어서 죽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이치노세는 더 이상 자살을 감행하지 않기로 아이바와 약속하고, 아이바는 이치노세가 자살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바는 곧 죽을 날이 다가오는데 이치노세를 남기고 떠나면 본인으로 인해 이치노세가 이별의 아픔을 또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걱정한다. 사신은 아이바와 이치노세의 만남을 경고했지만, 결국 둘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사랑이라는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사신은 이들의 시계와 수명을 다시 맞바꿔주게 된다.

어찌 보면 예상되는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사신이 나타난 이후, 두 사람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인생의 기쁨을 알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고, 서로에게 구원의 대상이 되어준 이들의 감정선이 잘 나타나 있어서 책을 덮고 난 이후에는 이들의 행복한 결말에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언제나 내 곁에 항상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다. 언제나 내 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삶은 성공한 삶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을유문화사 1기 서포터즈로 당첨이 되고 첫 번째로 받은 도서는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원인 김헌 교수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강의를 하면서 많은 학생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tvN 프로그램인 ‘벌거벗은 세계사’를 통해 방송으로도 강의 내용을 봤었던 터라 이번 도서가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학창 시절 필독도서에 항상 포함이 되어 있어서 읽은 적이 있지만, 성인이 돼서는 처음 읽어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이기에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1부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의 탄생을, 2부는 신들의 영광과 별자리 주인공들의 이야기, 3부는 영웅들의 이야기이며 마지막으로 4부는 신이 된 인간의 이야기와 영웅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첫 장에서는 카오스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카오스는 흔히 ‘혼돈’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오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혼돈이 아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공간이며 최초의 신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읽는 첫 순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카오스의 개념을 뒤바꿔주며 아예 새로운 신화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신화 이야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화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을 붙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모습과 비교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제시를 해주는 부분이었다.

또한 TV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내용들도 책에서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책으로 읽었을 때 좋은 점은 내용을 정독하며 상황을 상상해 보고 이해할 수 있으며, 김헌 교수가 현대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덧붙여 그리스 로마 신화에 담긴 속뜻과 함께 현재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반성도 하고, 앞으로 미래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그리스 로마 신화였기에, 어렸을 때는 마냥 재미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읽어본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마냥 재미만 느끼기에는 묵직한 삶의 지혜와 함께 깨달음을 많이 던져 주었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내 삶을 빗대어 보기도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름길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았다. 나 자신을 사랑하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 또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