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
김나영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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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자녀들에게 경제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주식이나 용돈을 통한 경제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돈'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하던 옛날과는 다르게 어린 시절부터 금융과 경제에 관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이 일상에서 이루어지니 그 효과가 더 크다. 이렇게 이론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직접 부딪쳐 경제에 대해 알아가는 친구들을 [경제수학위기의 의점을 살려라!]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경제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 김나영 지음/ 생각정원




이 책은 자신들의 아지트, 행복편의점이 사라지게 둘 수 없었던 무지개 중학교 5총사들이 '경제수학'을 토대로 행복편의점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 힘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제수학'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수학적 개념과 방법론을 학습하는 과목으로, 경제학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적용되는지를 배우고 탐구한다. 수학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아이들에게 좋은 답이 되어줄 책이다. 






무지개 중학교 5총사가 '경제수학'으로 행복편의점 사태를 해결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일상 속 '수학'을 깨닫게 될 것이다. 소중한 공간을 뜻을 함께하는 좋은 친구들과 지켜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각자의 재능을 잘 활용하여 놀라운 실행력과 추진력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배움이 시험과 성적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적절히 사용되니 학습동기부여가 되고, 수학적 역량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인 책이다. 더욱이 편의점 모디슈머 레시피 콘테스트,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 유치,  '5인 5색' 브랜딩과 SNS, 웹 소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 등 현실적인 대응책들이 펼쳐져 재미를 더하고 있다. 







현직 중학교 사회 교사인 김나영 저자는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로 친숙하다. 2009년부터 경제동아리 '실험경제반'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이 잘 녹아있는 책들로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책이었다.


특히 이번 [경제수학위기의 의점을 살려라!] 책은 김나영 선생님 주도의 수업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경제수학'의 개념들을 이용하여 행복편의점을 살리고 이를 인정받아 CEO에 올라 경영까지 참여하는 점이 의미가 크다. 





편의점의 이윤을 합리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활동들이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경영·수학 개념들이 체득되었다. 이야기 서사를 통해 개념을 접하고, 나영 샘이 짚어주신 <경제경영학 미니 강의>와 <경제 속에 숨은 수학>으로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 무인편의점, 밀키트, 펀슈머, 모디슈머, 크라우드 펀딩, 웹 소설, 디토 소비 등 지금 주목받고 있는 이슈들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주독자층에게 높은 관심과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접하는 이야기나 아이템들이 나오고 또래들이 주인공이 되어 경제·경영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에 고무될지 않을까. 


'실험경제반 아이들'의 확장판이자 실생활 적용판'으로 경제수학수학적 사고력과 논리력 그리고 경제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변화의 주체로 성장할 우리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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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사회 - 안전한 삶을 위해 알아야 할 범죄의 모든 것
정재민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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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달라졌다. 범죄가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 이야기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특히 무차별 범죄가 늘어나게 되면서 범죄에 대한 불안을 일반인들도 쉽게 느끼게 된 것이다. 


범죄사회/ 정재민 지음/ 창비



이번에 출간된 <범죄사회>에서 정재민 저자는 '범죄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여 바라보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함'을 명확하게 풀어내고 있다. 


[알쓸범잡] 방송 이후 듣게 된 일반 시민들의 범죄 대응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을 반영해서 분야별로 한두 개씩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Q1. 과학수사는 어디까지 발전했는가

Q2. 판사의 형량은 왜 낮을까

Q3. 교도소는 감옥이 아니다

Q4. 범죄의 원인은 무엇인가

Q5.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범죄예방 시스템은 현실화될 수 있나

Q6. 사는 듯 사는 삶을 위한 입법





판사, 법무부 심의관, 국제전범재판소 연구관 등 법과 관련된 다양한 직종에서 활동한 이력이 통찰과 사유로 이어져 우리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법'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 대신 다양한 예시를 들어 핵심 내용을 잘 짚어준다. 그리고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진지하게 피력한다.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고자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범죄대응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으로 제시된 분야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의문과 비슷하여 더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정재민 저자가 실제 사건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 주니 설명이 뇌리에 쏙쏙 박혔다. 


과학수사 발전 분야에서는 미숙한 과학수사의 예시로 든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나 우리나라의 DNA 분석기술이 인정받게 된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 '웰컴투비디오' 아동성착취물 다크웹 등 잘 알려진 사건 외에 법대생이었을 당시 특강을 한 변호사가 변론했던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 군검사시 JSA 김훈 중위 사망사건 등을 들어 과학수사의 발전을 잘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그에 따라 생길 신종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과학적 수사기법을 서둘러 마련하는 프로세스가 제도화될 필요를 피력하였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분야는 '판사의 형량은 왜 낮을까'이다. 관심이 가는 사건의 판결을 보면 정말 민심이나 여론에 못 미치는 형량인 경우가 많아 답을 찾고자 꼼꼼히 읽었다. 






형사재판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오해를 줄여주었고, 판사로서의 고뇌가 느껴지는 문장들도 많아 양형에 관한 저자의 심적 부담이 전해졌다. 재밌게 시청한 드라마 '천 원짜리 변호사'에서 접했던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되새겼다.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 이 세 가지 모두를 증명해야 하는 검사와 정의로운 판결과 양형을 내려야 하는 판사 모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정재민 저자는 판사의 형량과 시민들의 형량 사이에 괴리가 큰 이유를 여섯 가지나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여러 이유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기존 판결들의 관성의 힘이

상당히 강하다 와 강력한 처벌이 범죄를 막지 못한다는 명제가 엄벌주의보다 과학적 ㆍ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이다. 

양형을 현실화하는 방법으로 형량을 특별히 높일 필요가 있는 범죄에 대해서는 그 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도소는 감옥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법무부에 와서 교도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얻었다고 한다. 그의 다양한 이력은 다각적 관점에서 법의 영향력을 체감하게 했고 이 책에 잘 녹아 있었다.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살짝 엇나가는 듯하지만 범죄자들이 퇴소 후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논점에는 동의한다. 노르웨이와 독일의 교도소, 유엔 구치소 등 다른 나라의 상황까지 살펴보며 범죄 재발률을 줄이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제도적 지원과 변화가 필요한지 말하고 있다. 


판결로 정해지는 형량은 책임주의의 관점에서 엄정하게 정하되, 대신 가석방은 수형자의 재범 가능성을 좀 더 면밀하게 심사해서 현재보다 적극적으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 


정재민 저자는 일일이 범죄의 원인을 분석하는 방대한 작업 대신 학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반적인 범죄의 원인을 개관하고 있다. 범죄 경제학, 범죄 생물학, 범죄심리학, 범죄사회학.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정치·사회적 환경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까지 두루 살펴본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의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것임을 강조한다. 





마무리는 범죄를 막는 일이다. 범죄 예방 시스템과 입법을 통한 '정의'를 말한다. 전과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힘쓰는 '특별 예방' - 보호관찰, 전자팔찌, 화학적 거세, 조현병 치료 -의 현실과 효과 그리고 한계를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대응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 범죄의 현황과 범죄 대응 시스템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진정 어린 글을 통해 범죄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판사, 법무부 심의관, 국제 전범재판소 연구관 등 법조인으로서의 시선에. [알쓸범잡] 패널로서의 시선이 더해져 전문가로서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법이 수호하는 '정의'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범죄를 판결하는 사법의 관점에서, 범죄를 예방하는 입법의 관점에서 범죄를 억제하여 오늘날 사회구성원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불안을 줄여나가는 방안들을 다루었다. 

사회적 관심과 노력, 변화를 통해 정재민 저자가 갈망하는 '사는 듯 살 수 있는 사회'가 한발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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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두 번째 원고
김혜빈 외 지음 / 사계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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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두 번째 원고/ 사계절




사계절 출판사의 두 번째 원고 시리즈 <하지의 무능한탐정들>을 만났다. 2023년에 등단한 새로운 작가 5명을 만났다. 세로로 살짝 긴 직사각형의, 얇은 두께의 책 속에 세상을 향해 떠들고 싶은 게 많은 소설가들의 틈새를 비추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한 권으로 각양각색 인물들을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 듣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섯 소설가가 포착한 사회 속 낙차, 그 사이에 머무르는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발산하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작가가 선보이는 인물에 집중하고 좇아가면서 그를 공감하고자 애쓰게 된다. 자연스레 읽으면서 앞으로 가 제목과 작가 이름을 다시 보고 와 읽게 되는 작품들이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작가를 기억하게 되었다. 










'늑대 인간'을 소재로 하여 타인과의 쌍방 소통에 관한

사유를 담고 있는 [솔리터리 크리처 * 김혜빈] 작품으로 문을 열었다. 

기억 속 '현아' 대신 '명우'로 다시 나타난 이십여 년 전 친구. 그와 만남을 가지면서 주변과 자신의 변화를 자각하게 되는 과정을 서서히 그리고 있다. 혼자가 될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늑대 인간 명우를 곁에서 지켜본 덕분에 '나'는 변화를 잘 소화할 수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진실을 대면할 힘도 필요하잖아요?"



흥미로웠다. 외로워서 늑대 인간이 된 이들이 동족과 소통하고자 여행하고 다가가는 모습이. 그들이 짖는 하울링이 흩어져 사라지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려 서로에게 닿기를, 그리고 힘차게 내달려 만나기를 고대하였다. 








call : 안 은밀한 대화


떠나버린 이의 뒷모습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을 무겁지 않게 그려낸 [정원사 * 김사사]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등장인물 영이, 해조, 승수 모두 '가족이 떠났다'라는 상실을 안고 있다. 동생이, 언니가, 남편이 떠난 이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엮어 가족 비슷한 느낌으로 연대하며 일상을 공유한다.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독특하고, 서로를 대하는 거리나 마음가짐이 느슨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딱! 적당했다. 그래서 그들을 지켜보는 내내 편안했다.


소설 속 인물들을 둘러싼 환경이 마냥 밝지 않건만, 그 공기가 건조하지 않아 작가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담담하게 아픔을 그려내 적당한 정도를 유지하는 김사사 작가의 완급 조절에 반했다. 











[권능 * 공현진]은 헤아리기 힘든 소설이었다. 초희 이모와 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가장 속을 가늠할 수 없는 인물은 '엄마'였다. 그토록 친절하고 신실하다는 신자가 보여주는 공감력과 배려는 작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초희 이모의 지나친 집착과 날카로운 말과 행동은 감정이 무겁게 실려있어 공감하기는 힘들어도 그 사람의 상처 입은 속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싫다, 밉다, 나쁘다, 미쳤다 등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지만, 엄마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사이에 낀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독자로서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표제작인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 하가람]은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했다. 이혼 소송 중인 호정과 추리소설가 지망생 기우는 탁구장에서 알게 되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기우는 탁구를 하고 싶어 탁구장에 갔지만, 기본기를 배우다 지쳐 그만두었다. 남들과 랠리를 주고받기를 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진짜인데요. 진짜 탁구요."



기우는 무능한 탐정들이 나오는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소설을 쓴다. 호정은 제도가 보장해 주는 관계의 평온함 혹은 평온함이라 믿었던 것들을 결혼 생활이라 생각했다. 기우가 바라는 진짜 탁구와 호정이 바라는 관계가 결국에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 주고받는 랠리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려나. 아무려나. 호정과 기우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으니 지금은 외롭지 않으리라.






[이주 * 신보라]는 어려웠다. 이토록 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거나 결합되었다 분리된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주와 나는 한 사람 같다. 그만큼 가깝고 잘 아는 것 같다. 또 극진히 챙기고 사랑한다. 하지만 부정하고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창피해하고 불쌍하게 여긴다. 양가감정을 느끼는 관계, 떨어지기 힘든 관계 같다. 함께 있으면서 한 사람은 허기를 느끼고 있고, 다른 사람은 계속 먹고 있는 광경은 지독히도 이질적이다. 그들의 연대를, 공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려웠다. 




외로움에 대한 여러 글을 읽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한 공간에서 아니면 자기 공간에서 편한 자세로 원하는 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족들이 보였다. 갑자기 마음이 찡해졌다. 소소한 일상이 빛나는 시간으로 마음에 채워진다.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외로우니까." 이 말의 무게에 눌렸던 가슴이 새살이 차오르듯 봉긋 솟아오른다. 혼자가 아닌 우리로 존재하는 지금을 감사하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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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때문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3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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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때문에/ 이상권 지음/ 자음과모음




"1점 때문에 아이들 운명이 바뀝니다."





청소년 소설을 즐겨읽고 좋아한다. 십 대 청소년 남매를 키우는 부모로서, 학부모로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감정과 상황, 실태를 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과 대화를 자주 하고,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내 아이'만 알아서는 안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요즘 십 대들의 문화와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청소년 소설 읽기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어른들의 세상과는 다른 풋풋함과 미숙함이 느껴지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같이 웃고 울고 화내고 떠들다 보면 재밌었다. 그들의 성장을 마치 현실의 우리 아이들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는 성장처럼 흐뭇하게 바라보고 응원하였다. 이맘때쯤이면 이런 일들을 고민하고 저런 때는 이런 도전들을 하겠구나, 미리 상상해 보기도 하면서 읽었다. 




이번에 읽은 <1점 때문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이,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큰아이가 작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1학기를 보낸 후, 처음으로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혼자서 공부하던 아이가 갑자기 늘어난 학습량과 수준에 좌절감을 느끼고 SOS를 보낸 것이다. 부랴부랴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을 해주었다. 하교 후에는 여유 있게 생활했던 아이가 학원 일정에 맞춰 늦은 귀가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입시 전쟁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큰아이는 진로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해서 더욱더 내신에 힘을 쏟았다. '1문제' 차이로 등수가, 등급이 달라지는 힘겨운 상황들이 벌어졌다. 그때마다 자책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다행히 금방 털고 밝아지는 아이였지만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다시 맞이할 1년 6개월을 그려보면 가슴이 따끔따끔하다. 

그래서인지 <1점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힘들었다. 감정이입이 되면서 소설 속 상황이 피부에 와닿았다. 현실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비현실적인 그 상황을 부정하면서도 입시 전쟁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암담해졌다. 소설에서도 나오지만 결국에는 어른들이 문제인 것이다. 








'교육'은 사라지고, '입시'만이 남은 오늘날의 학교가 서글프게 그려진다. 꿈과 미래를 위해 배움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좋은 대학, 좋은 과를 가기 위해 부족한 빈칸을 채우는 '결과'를 내기 위한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그곳에도 바람은 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이파리들이 햇살을 잘게 부수어 아래로 쏟아낸다. 학교를 끝까지 지키고 있는 몇 그루의 나무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서 바람을 맞고 햇살을 뿌리듯이 학생들을 늘 일관되게 원칙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대하는 '선님'으로 남고자 하는 김민식 선생님이 계셨다. 






평교사로 퇴임을 꿈꾸는 민식 선생님은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시험문제 오류 민원'에 휘말리고 만다. 소설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다른 시험문제에 대한 민원으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상황들과 구성원들의 반응과 대처를 다루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교육'보다는 '성적'을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는 승자는 없고, 구성원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끝난다. 수학, 물리, 국어. 여러 영역에서 불거진 민원들은 원인도, 대처도, 반응도 달랐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보여주면서 흡입력 있게 이끌어나가는 구성에 몰입하여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었다. 






제대로 물리에 대해 논해보고자 했던 순수한 민식 선생님을 뒤로 한 채, '1등급'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얻자마자 떠나버린 이들은 승자인 양 의기양양했다.

한 편의 연극을 벌인 배우들의 모습 사이로 이 사건의 당사자인 민식 선생님과 채니 학생만이 황당한 결말을 마뜩잖다. 그래도 선생님과 학생의 마지막은 훈훈하게 내일을 기약하고 있다. 들끓었던 마음이 그들이 나눈 잠깐의 대화로 조금씩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이상권 작가님이 소설 속으로 끌어당긴 학교의 모습이 결코 허구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며, 저자 또한 이 글의 시작을 밝히고 있다.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돌아본 학창 시절 속 특별한 선생님은 없다. 체벌이 일상이었던 시절, 막강했던 교권이 답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교권과 학생 인권이 상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힘의 논리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채니 주변의 어른들이, 일련의 사태로 경쟁자를 떨쳐내려 한 부장 선생님이 눈에 띌 뿐이다.



'친구'를 '경쟁자'로 만들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과 학교의 내밀한 속내를 잘 포착한 작품으로, 씁쓸하지만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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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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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유이제 지음/ 창비/ 소설Y클럽





우리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끔찍한 비극을 여러 곳에서 접한다. 현실에서, 역사에서, 여러 콘텐츠에서. 소설Y클럽 <터널 103> 또한 비극의 시작은 '인간의 탐욕'이었다. 계속 소재로 소비되며 수많은 이야기로 우리를 일깨우는 이 '탐욕'의 결과는 이 소설에서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 괴물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한 여러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독자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크리처물인 소설 <터널 103>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무대가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유이제 작가의 노련미와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검은과부거미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처절하고도 치열한 사투는 어느새 다형과 승하의 호흡에 맞춰 같이 숨 쉬고 긴장하게 만든다. 

'검은과부거미'를 영어로 '블랙위도우'라 한다. 익숙한 마블 어벤저스의 히어로 블랙위도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레드룸에서 혹독한 훈련과 교육으로 비밀병기, 암살자로 키워진 그의 과거가 <터널 103> 속 무피귀와 겹쳐지면서 상념에 잠기게 되었다. 







갑자기 마을을 덮친 괴물 무피귀를 피해 해저터널로 들어간 사람들은 수십 년 후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에 봉착하고 큰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살기 위해 터널로 들어갔던 이들이 바닷물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터널 103>은 두렵지만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셨던 바깥세상에 대한 기대와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용기를 내어 홀로 터널 밖 세상으로 나아가는 소녀 '서다형'의 발걸음으로 확장되는 소설이다. 옹골차고 단단하며 따뜻한 다형이지만 이제 열여섯 살, 세상을 이해하고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기에는 미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터널 속 어른들은 이 힘겨운 짐을 기어이 그 아이의 어깨에 얹어주었다. 








읽는 내내 그 아이에게 괜히 내가 부채의식을 느꼈다. 지도자, 어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무피귀에게서 다형을 구해준 '라승하'가 데려간 또 다른 생존자들의 마을을 둘러보면서 더욱더 뼈저리게 실감한다. 그 옛날에는 터널을 사이에 두고 생과 사가 갈라져 한쪽은 안도를, 다른 한쪽은 극한 공포를 경험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두 마을은 첨예하게 다른 모습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터널 속 사람들은 자신을 희생해 입구를 막아 괴물의 침입을 막은 황선태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어 당연하게 그 후손들이 대를 이어 촌장을 맡고 있다. 대물림되는 자리는 권력이 되어버렸고, 현 촌장 황필규는 자기 입맛대로 권력을 행사하였다.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터널 속 사람들의 모습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나중에 황선태가 치른 희생의 진실이 밝혀졌을 때는 경악스러웠지만, 촌장 황필규의 만행이 이해가 되었다. 




지도자의 역량과 가치관이 마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지켜보면서 다형과 승하 곁에 좋은 어른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척박한 현실에서도 꿈꾸게 하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을 굳은 마음을 심어주었다. 




"중요한 건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거야.

우리 약속하자. 무슨 일이 있어도

터널에서 벗어나는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 서다형과 할아버지 서주필의 대화





다형은 내륙 쪽 차폐문을 여는 무모하고 막중한 임무를 위해 세상으로 나와 '라승하'를 만났다. 터널 속과는 달리 단란하고 안정적인 마을 공동체와 위기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이장과 경비대장도 만났다. 그리고 '싱아'와 '이준익' 대위와 다른 군인들도 만났다.

언더원-레비아탄-네피림, 극악무도한 진실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인간'에 대한 신의는 부서지고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 충격적인 전말 속에서도 이처럼 찬란한 이들이 존재하여 '폭신한 잔디밭에 누워 무피귀 걱정 없이 꾸벅꾸벅 졸 수 있는 날'을 염원할 수 있었다. 



생명이 다른 생명에게 감히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인 결과는 참으로 참혹했다. 다형이 '검은과부거미섬' 곳곳에서 만난 인연들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를 먹고자 달려드는 무피귀, 그를 사심 없이 구해주고 힘겨운 여정을 함께해 준 승하, 차폐문을 열 수 있는 핵심 정보를 주었지만 무피귀로 변한 아버지의 먹이로 내던진 태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험체로 차출되어 언더원이 되었지만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온 군인들. 그 수많은 만남을 거쳐 함께 살아남고자 터널로 돌아간 다형은 좌절하지만, 싱아와 승하의 도움을 받아 차폐문을 열고야 만다. 



"하하하"

검은 과거를 함께 닫은 다형과 승하의 웃음을 싣고 끝을 맺을 줄 알았건만, 유이제 작가는 끝까지 우리를 긴장시킨다. 


그저 "나하고 똑같이 생겼어."를 반복하는 싱아가 지금처럼 해맑고 순수한 마음을 지키고 자랄 수 있기를 바라건만 다형과 승하의 은밀한 시선 끝에서 부풀기 시작하는 불안이 나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책을 펼치기 시작하자마자 무섭게 달려드는 무피귀를 피해 숨 가쁘게 애절하게 마지막 장까지 읽어 내려갔다. 눈에 맺힌 눈물과 가슴에 박힌 돌덩이가 무겁게 마지막 페이지를 붙잡고 있다. 인간의 오만과 탐욕이 불러일으킨 참극. 내륙 쪽 차폐문을 잠그고 떠나버린 군인들처럼 일을 벌이는 자들은 묻어버리거나 떠나버리는 게 쉽다. 그저 아무런 연유도 모른 채 일을 당하는 자들의 고통과 비명이, 일로 벌어진 결과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들의 사투가 계속될 뿐이다. 이 어둡고 슬픈 예감이 부디 흩어지기를 꿈꾼다.



"우리는 살아남을 거야, 함께"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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