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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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시선을 붙드는 책 -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을 만나다!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김헌 지음/ 북루덴스

 


 

 

서울대 교수이자 인문학자인 김헌 저자는 자신의 관심사를 일반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어버린, 지위 잃은 철학을 우리 삶 속으로 이끌어 인문학의 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다 같이 철학 하자'라고 권한다.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욕망의 손길이 넘치는 사회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책에는 '철학자'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이들은 물론이고, 알듯 모를듯한 이들도, 난생처음 듣는 이들도 등장한다. 제목부터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를 기준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사를 정리해 주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철학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그의 사상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철학 이론과 사상을 개념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생활 속 말과 행동으로 뒷받침되는 실천적이고 직접적인 설명이 더해져 '철학자'의 사상과 그 배경들이 더 와닿았다. 그리고 이름이나 단어에 대한 어원을 설명해 줘서 이해하기 쉬웠다. 소크라테스 = 소 + 크라테스 (몸 성히 안전한 + 튼튼하고 힘이 세다 = 확실히 힘이 센 자), 이소크라테스 = 이소 + 크라테스 ( 같다, 비슷하다, 평등하다 + 튼튼하고 힘이 세다 = 다른 사람에 견주어 힘이 달리지 않는 사람) 등등.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많은 철학자들이 있었지만, '인간의 윤리적인 문제'를 다뤄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최종적인 결실을 맺으려 한 이는 '소크라테스'였다. 소크라테스 이전을 '자연철학자'로 구분한다. '000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갈구했던 철학을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를 사유하는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도록 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공동체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려면 어떤 덕이 필요한가?"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삶, 그런 삶의 태도나 행동'을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철학 한다'라고 했다. 철학서를 해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철학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어버린 지금,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하이데거의 철학 그리고 많은 철학자들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철학은 바로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가느냐?'였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답게 해박한 지식으로 기존에는 미처 접하지 못한 내용들을 많이 소개해 줘서 다른 관점에서 기존 인물을 바라보거나 새로운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신탁부터 '사형'까지 소크라테스의 삶을 함께 훑어보면서 기존에 알았던 소크라테스의 이미지가 싹 지워지고 구체적으로 형성화되어 자리 잡아가는 데 재밌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아서 지혜롭다는 소크라테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부터 의문인 퓌론, 쾌락주의자로 알려졌지만 정지적 쾌락과 마음의 쾌락을 더 중시했다는 에피쿠로스 등 구체적인 삶의 여정, 역사적·사회적 상황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만나니 더 흥미진진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특히 '소피스트'에 대한 환기는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소피스트에 관한 배경지식은 없었지만, 김헌 저자의 명쾌한 논지에 절로 관심이 갔다. '수사학'에 특화된 소피스트들이 명망 있는 당대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수업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그래서 김헌 저자는 '소피스트는 궤변론자'라 불리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수업료'가 문제가 아니라,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가르치려 한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 제기한다. 책에서 소개된 소피스트의 삶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사실'이라 믿는 기록이나 이야기들 속 진실 혹은 의도, 시대적 배경 등을 사려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트라쉬마코스 -와의 만남 그리고 소피스트의 삶과 유명한 일화들까지 담긴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덕분에 '소피스트'를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후대의 우리는 기록으로 역사를 접하게 된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철학자가 '플라톤'이 아닌가 싶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주는 충격이 컸다. 플라톤과 이소크라테스의 대결, 그 시대의 승자는 이소크라테스지만 현대의 승자는 플라톤으로 이소크라테스는 잊힌 철학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재평가되어 이번 기회에 그의 삶 또한 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김헌 저자의 펜 끝에서 시작된 살아가는 방식으로서의 철학이 궁금하다면, 주저 말고 얼른 책을 펼쳐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는 철학자는 새롭고, 모르는 철학자는 놀랍고, 잊힌 철학자는 발굴되어 휘청거리는 우리의 걸음을 '진지한 철학적 사유'로 꿋꿋이 지탱해 줄 테니까.


 

"삶은 한 편의 연극이다.

그대는 와서, 보고, 떠난다."

- 데모크리토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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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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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으로 빛나는 화려한 그림,

사랑하는 연인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 대한 감상이었다.

찬란한 황금으로 뒤덮인 화려하고 관능적이며 상징적인 그림으로만 여겼건만……

 

 

 

클림트를 해부하다/ 유임주 지음/ 한겨레출판



 

유임주 해부학자가 지은 『클림트를 해부하다』를 마주하고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저자는 클림트의 그림에 감춰진 해부학 코드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를 위시하여 에드바르 뭉크, 에곤 실레,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바실리 칸딘스키 등 여러 화가들의 그림에 숨겨진 그 시대의 의학 지식과 사회적 배경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해 주고 있다.

 

해부학자가 클림트가 그림에 담고자 했던 '인간의 기원'에 대한 염원을 이해하고자 '예술과 의학'에 관한 역사를 되짚어가는 수고를 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다룬 문학, 그 집성체인 『클림트를 해부하다』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읽는 내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여정이었다.

 

삶의 근원적 질문인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의과학적ㆍ철학적ㆍ예술적 접근을 시도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전격 해부해나가는 과정은 '생명에 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사랑과 희망'을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생성 - 생식 - 소멸,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시점에서 소멸인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고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생식 - 자녀로 이어지는 영속성으로 끊임없이 진화해나가는 인류를 그리고 있다.

 

"서로 껴안으라, 백만이여! 온 세상에 이 입맞춤을!"

-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가사 중 - 

 

 

책을 읽으면서 적극적으로 시대의 지식을 탐구하여 그 이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표현으로 예술세계에 녹여낸 예술가들을 만나는 일은 경이로웠다. 이런 감정을 느끼도록 이끌어준 유임주 저자 또한 놀라웠다.

 

 


"클림트는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그림들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해부해 보는 일의 의의는 무엇일까?"

- '작가의 말' 중 - 

 

 


이 혁신적이고 고무적인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저자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먼저, 그림에 해부학적 상징을 넣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빈으로 떠나게 된다. '빈 1900' 시기에 꽃피웠던 빈 모더니즘이 배경이 되어 미술·음악·의학·철학·경제학ㆍ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빈 특유의 살롱·카페 문화로 의사, 예술가, 작가, 음악가, 철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여러 분야의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하였다.

 


"검열은 충분히 겪었다.

이제는 내 뜻대로 할 것이다."

- 구스타프 클림트 -

 

 


클림트 역시 빈에서 활동하면서 해부학자 에밀 주커칸들 교수를 통해 찰스 다윈과 에른스트 헤켈의 이론과 연구를 소개받았다. 그는 주커칸들 교수의 강의와, 교류를 통해 해부학, 발생학, 조직학에서 표출된 이미지에 깊은 인상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그림 속 중요한 재료로 사용하게 된다.(p.90)

 


 



 

클림트의 작품을 두루 접하지 않았기에 이번에 접하게 된 작품과 그 안에 심어둔 메시지를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클림트는 변화를 추구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분리파(제체시온)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분리파 잡지인 <성스러운 봄> 출간호에 판화 <벌거벗은 진실>(1898)을 실었다. 유임주 저자는 이 <벌거벗은 진실>부터 시작하여 클림트가 생각하기 시작한 새로운 예술 세계를 의학적 관점에서 파헤치기 시작한다.

 


<벌거벗은 진실>(1898)

<빈 대학교의 천장화> 중 <철학>, <의학>, <법학>(1899~1907)

<베토벤 프리즈>(1901~1902)

<키스>(1907~1908)

<다나에>(1907~1908)

<희망Ⅰ>(1903)

<희망Ⅱ>(1907~1908)

<여인의 세 시기>(1905)

<죽음과 삶>(1910~1915)

<스토클레 프리즈>(1905-1919)

 

 


화려하고 찬란한 황금빛에 도취되어,

다양한 인간 군상의 표정과 자세만 살펴보다,

화가의 감정선을 따라가려가 보려다……

놓쳐버린 아니 전혀 상상조차 못한 해부학적 코드를 직접 확인하고는 온몸에 전율이 감돌았다. 처음에는 '진짜? 그런 의미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진득하고 꾸준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풍에 설득당했다. 사실 작품을 채우는 도형들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정자, 난자, 오디배, 태아막, 적혈구, 혈액, 자궁 등을 표현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당연한 지식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주장이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지식에 매혹당한 예술가들을 자연스레 이해하였다. 이해를 돕기 위한 발생학의 역사 부록이 인상적이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무후무한 상태라 '전성설'이 충격적이었지만 고대부터 꾸준히 인간의 기원에 관한 사유가 계속되어 왔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

 

"클림트의 <키스>는 사람 발생의 초기 내용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미국의학회지 JAMA에 실린 유임주 교수 공저 논문 제목 -

 

 



 

 

비로소 눈을 뜨고 진짜 바라보게 된 '인간의 기원'에 대한 흥분과 설렘을 자신의 그림에 담는 행위는 예술가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년이 훌쩍 넘어서야 그들의 의도를 살피게 되었으니 참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흘러갔다. 시대의 예술은 그 시대를 자유로이 담고, 후대는 이를 통해 그 시대를 다채롭게 재구성할 수 있게 되는 듯하다.

 


저자는 클림트 외에도 발생학, 진화론, 세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작품을 그린 화가들을 다수 소개한다. 친숙하고 예상 가능했던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와 친숙하지만 연결 짓지 못했던 에드바르 뭉크, 바실리 칸딘스키 등 여러 화가들이 등장하였다.

 



 

 


우리네 현실에서 겪는 생의 순환과 발생학, 세포, 생식을 재료로 우리가 겪는 두려움, 고통, 사랑, 희망을 표현한 새로운 예술을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준 『클림트를 해부하다』

투명하게 보이는 예술이 아니라 호기심을 부르고 사유하게 하는 예술을 만나 또 다른 배움의 문을 열 수 있었다.

 

한겨레 하니포터 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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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 - 색칠할수록 행복해지는 색칠할수록 행복해지는 컬러링북
전선진 지음 / 마음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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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 전선진 저/ 마음책방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마음책방> 서평단 택배에요. 매번 정성 어린 손편지와 차 티백이 포함되어 담당자님의 진심으로 따스해진답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이번 주, 덕분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살펴봅니다. 햇살만큼 반가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이랍니다. :D

 


 

 

 

차례를 살펴보니 알록달록 겨울맞이 꽃부터 상큼한 봄꽃까지 다양한 꽃들이 있네요. 겨울에 꽃 하면 '동백', '매화' 정도만 떠올렸던 저였기에 놀랐어요.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겨울 꽃들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니 겨울이 마냥 춥고 매섭게 느껴지지 않네요. 꽃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자 안식이겠죠.

어머님께서 "겨울에 피는 꽃들이 여름에 피는 꽃들보다 오래간다."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이번 겨울에서야 그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이 『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과 꽃들이 활짝 핀 저희 집 화분들이 알려줬거든요.

 

 

 

 

여름이었다면 1주일이면 졌을 꽃들이 몇 주 동안 집안을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있어서 마주칠 때마다 신기하고 고맙더라고요.

 

 

계절 컬러링북 시리즈 『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은 part 1.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는 꽃 5가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part 2. 겨울에 따스한 색채를 더해주는 꽃 10가지를,

part 3. 한겨울의 낭만을 마음껏 즐기는 꽃 10가지를,

part 4. 따뜻한 봄날의 소식을 알려주는 꽃 5가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총 30 종류의 겨울꽃들을 만나볼 수 있는 컬러링북입니다. 꽃마다 개화시기, 꽃말을 먼저 만나볼 수 있어요. 꽃말을 통해 꽃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들이 얼마나 깊고 다채로운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꽃말이 왜 이걸까?' 상상해 보고, 찾아보면서 좀 더 꽃과 친밀해질 수 있었어요.

 

 


색칠하려고 보니 마음을 사로잡은 꽃들이 여러 가지라 고민이 되었어요. '배려, 새로운 만남, 우정'을 뜻하는 알스트로메리아를 제일 먼저 색칠해 보았어요.

 


 

한 송이 한 수술 한 꽃잎 색칠하다 보니 어느새 근사한 꽃다발이 완성되었어요. 색칠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데 그 집중이 참 평온해요. 마음이 어수선할 때 펼치고 원하는 색으로 마음 가는 대로 색칠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온해지는 마법이 일어나죠.

 

 

알스트로메리아/ 개화시기 : 10월 ~ 11월/ 꽃말 : 배려, 새로운 만남, 우정



그리고 겨울에는 역시 눈이죠. 눈 덮인 들판에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한란을 색칠해 봤어요. 한란의 꽃말은 '귀부인, 미인'으로 우아한 면을 잘 포착했네요.

 

 

한란/ 개화시기 : 11월 ~ 12월/ 꽃말 : 귀부인, 미인


동백/ 개화시기 : 12월 ~ 3월/ 꽃말 : 꾸밈없는 우아함, 겸허한 미덕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겨울 풍경과 놀이, 동물들과 즐거이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빙긋 미소를 짓게 됩니다. 『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으로 긴 겨울밤을 특색 있게 꾸며보시는 건 어떠세요? 손이 바쁜 만큼 마음은 따스해질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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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조선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0
정명섭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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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능력이 있어 견디는 게 아니야.

한 줌의 용기와 희망으로 버텨내는 거지."

 

 

 

빙하 조선/ 정명섭 저/ 다산책방




 

'조선 시대에 빙하기가 닥쳤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서 세상에 나온 『빙하 조선』은 정명섭 작가의 상상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한 문장에서 눈덩이처럼 커진 궁금증으로, 화길과 경혜 그리고 월화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눈으로 뒤덮인 엄한 세상에 한발 한발 자국을 새기며 재난에 맞서나갔다. 그 활약을 함께 하다 보니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 온몸이 달궈졌다.

 

신분 구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로 꽁꽁 얼어버린 상황에서 임금은, 관리는, 양반은, 백성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려내는 작가의 펜에 깊은 고뇌가 묻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은 놓을 수 없는 절실함이 녹아있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소설은 한번 손에 들면 내려놓지 못하게 인간사 여러 감정들을 자극한다. 초반 화재를 진압하는 멸화군의 숨 가쁜 활약으로 독자의 시선을 강탈한 『빙하 조선』은 초여름 6월 펑펑 내리는 눈으로 얼어붙기 시작하였다.

 

 

6월, 수확을 마친 겨울과는 다르게 비축한 식량이 여유롭지 않은 시기에 닥친 추위는 신분에 상관없이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였다. 살아남기 위해 제각각 선택한 결정들은 서로 충돌하여 피를 불렀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에 망연자실하기도 하였지만, 읽는 내내 옳은 답을 호기롭게 입에 담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이제 열여섯, 화길과 부광의 백두산 여정을 더 절실히 응원하게 되었다. '백두산의 따뜻한 땅'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들 앞에 펼쳐질 수많은 고난과 어둠을 알면서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같은 마음이었다.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처지가 달라서, 원하는 바가 달라서, 신념이 달라서. 여러 가지 이유로 같은 길 위에 서있던 소설 속 인물들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화길과 월화 그리고 경혜의 선택, 부광과 타이샨의 선택, 성창 대군의 선택. 재난 상황에서 바라는 바가 다른 이들이지만 향하는 곳은 같다. 한파, 눈 폭풍, 눈사태 같은 자연재해 앞에서 그들은 살고자 자연의 따뜻한 곳을 찾았다. 자연의 은혜는 누구에게 허락될까?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기보다 다른 사람을 죽여서라도 빼앗아 살아남으려는 아비규환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힘을 내는 이들의 행보가 비록 더디더라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화길과 성창 대군이 지닌 신기한 능력이 아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걸 보면 『빙하 조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난세에 영웅 난다.'라는 말처럼 위기 상황에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가 있다.

위기를 미리 예측하여 대비하고 멸화군을 가족처럼 챙기는 듬직하고 의리 있는 화길의 아버지처럼,

두렵지만 아버지가 기억하는 따뜻한 땅을 찾아 나선 용기 있는 화길처럼,

여진족에게 약탈당하고 죽임당하는 조선 사람들을 위해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용감한 월화처럼 말이다.

위기에서도 의미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평범한 백성들로 이웃과 함께 살아남기만을 바란다. 정당한 통치자라 주장하며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무참히 죽이는 성창 대군과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왕실, 이들이 다스리는, 다스리고자 하는 조선은 이미 꽝꽝 얼어있었을 지도 모른다.

 


 

"힘이 강하고 잔인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네.

이런 세상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착하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건 확실해."

"그렇다고 악하게 살아남고 싶지는 않아."

"살아남는 게 최선이고 좋은 일이면 방법은 중요하지 않겠지."

"그렇게 살아남는 게 무슨 의미겠어."

"살아남는 게 옳은 일이라면 그게 바로 의미가 되겠지."

- 따뜻한 땅을 찾아서, p.98,9

 

 

 

백두산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 중 옷을 빼앗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고 고기를 먹고, 흉악한 여진족이 붙잡힌 조선 사람들을 오히려 살려주는 참극을 본 이후 나눈 화길과 부광의 대화가 가슴을 무겁게 하였다. 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의미를 무섭도록 날선 투로 묻는 『빙하 조선』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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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라, 공! - 각자의 방식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1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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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라, 공!/ 박하령 저/ 자음과모음



 

 

만날 때마다 묵직한 한 방을 선사하는 박하령 작가님.

이번 청소년 소설 『굴러라, 공!』 역시 울림이 큰 책이다. 「나의 스파링 파트너」(자음과모음, 2020. 02. 06) 속 첫 번째 단편 <굴러라, 공!>에서 시작된 연작 소설이다. '나를 비추는 거울'의 한 조각이었던 이야기가 다양한 아이들의 입장으로 뻗어나간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생각과 태도를 통해 부대끼며 살아가는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현실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자세를 익힐 수 있다.

 

 

 

"홍모는 나쁜 짓을 했으므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건은 '주홍모'라는 아이가 남자아이들 단체 톡방에서 반 여자아이들 외모 순위 투표를 한 데서 시작한다.

 

바르고 정의로운 성격의 하윤이는 이를 공론화하여 홍모에게 벌을 주고자 하는데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그것도 여자아이들에게 말이다.

하지만 홍모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하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공을 굴렸다. 하지만 그 공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버렸다. 과연 그 공은 어디를 향하게 될 것인가!

 

 


 

하윤이가 정의라고 생각하여 던진 공은 의도와는 다르게 굴러가게 된다. 공을 던진 당사자 하윤뿐 아니라 관련된 혹은 엮이게 된 이들의 입장과 고민들은 제각각이다. 이 시점이 바로 이 소설의 의의가 아닐까. 사실 속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살펴보게 되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행동했는지 가늠해 보면서 청소년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고 깨닫게 될 것이다.

 

 


 

생김새부터 처한 상황, 입장 모두 다른 우리들은 자신이 배운 대로, 아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이 책 속 다섯 명의 아이들 또한 자라온 환경에서 체득한 대로 행동하다 맞닥뜨린 현실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번뇌하게 된다. 성장통을 겪는 것이다.

 

 

 

선의의 목적을 가지고 시도한 일이 도둑질을 부추기게 되거나(하윤)

헛헛함을 벗어나기 위해 불법 도박에 빠져들게 되거나(홍모)

세상은 평등하지 못하다고 믿으며 바라는 것 없이 포기하면서 살아가게 되거나(인섭)

연예인을 꿈꾸며 선한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여 남에게 인정받아야지만 비로소 존재한다고 느끼거나(지희)

자기 확신이 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주눅이 들어 그 사람에게 선택권을 넘겨버리게 되는(시연)

아이들의 입장을 담아내고 있다.

 

다른 누구보다 <다윗과 골리앗이 함께 사는 법> 낮은 포복으로 각자도생 : 정인섭 편이 기억에 남고 가슴 아팠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세상 바라는 것 하나없이 포기하고 살아가게 되는 아이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더 아프게 하고 싶지 않고 더 크게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을까? 굳이 인섭이 모가 그렇게 한 행동한 이유를 좋게좋게 생각하고자 하지만, 그로 인해 무너져 버린 인섭이 세상이 불쌍하고 미안했다. 그냥 억울한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줬더라면, 자기 편을 들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하윤과 홍모, 인섭, 지희, 시연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을 굴리고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향하는 공을 응시하며 벗어나고자, 해결하고자 고민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는 듯한 막막한 현실 속에서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뉘우치기도 하고 자책하기도 하고 답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청소년의 널뛰는 감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어 바로 앞에서 듣는 진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막막한 동질감이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처한 일처럼 부딪쳐 고민하고 아파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같은 옷 다른 느낌'이라는 박하령 작가님의 말처럼 하나의 사건과 개인의 작용·반작용은 천차만별이었다. 또 책 속 방황하는 십 대 청소년들의 고민과 성장이 좀 더 크고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보여준 어른답지 못한 모습 때문이었다. 자신을 바로 보고자, 바로 세우고자 분투하는 성장통은 아이들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내내 굴러가는 공을 주시하며 건강하고 바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굴러라, 공!』 다섯 아이가 격렬하게 외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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