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삶을 은유하는 영화 그리고 여행
박준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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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어둠 속에서 꾸는 꿈이라면, 여행은 길 위에서 꾸는 꿈이다. (P05)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중에 하나는 ‘영화’일 것이다. 영화 속에는 다른 장소,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의 2시간, 등장인물과 감정을 공유하는 동안 함께했던 영화 속 장소들은 그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있던 ‘바그다드 카페’,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무니가 친구 젠시와 함께 뛰던 플로리다의 빈민촌과 디즈니랜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아이슬란드 도로를 스케이트보드로 달리던 월터의 자유로운 모습이 삶의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 하지만 매번 생각이 들 때마다 어디론가 떠날 수 없기 때문에 또 다시 영화관으로 가게 된다.

영화는 저자를 세계 이곳저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인도 자이푸르에서 이라트 키르쿠크까지, 북극해에서 아프리카 케냐까지. 세계 곳곳의 아름답고, 쓸쓸하고, 광활한 장소들은 영화에 대한 기억만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여행의 기억, 그곳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 또한 담겨 있어 더 마음 깊이 다가온다.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떠오른 추운 겨울 ‘끝까지 가기 위해’ 오키나와에서 일본 열도 끝 훗카이도 키타하마의 전망대까지 온 일본 여인과의 만남이, 영화 ‘버킷 리스트’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버킷 리스트인 아프리카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 레일 열차 여행을 했던 기억들이 나 또한 그 장소로 떠나고 싶게 만들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물론 이곳이 아닌 다른 세상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종교와 전쟁, 차별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영화와 책에 많이 담겨있다.  

2000년대 탈레반 정권이 장악했던 아프카니스탄에서의 여인의 삶과 끊임없는 분쟁과 삶의 위험 속에서도 축구 시합을 좋아하는 이라크 쿠르드족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와 작가의 여행의 한 페이지를 통해 인종과 종교,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보게 만든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영화가 가지는 큰 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그리고 책은 한정된 내 세계를 조금 더 넓게 만들어주는 가장 쉽고 가까운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책을 통해 보고 싶은 영화도, 가고 싶은 장소들도 더 많아졌다. 영화 ‘천상의 소녀’를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프카니스탄의 모습을 보고, 실제 존재한다는 미국 모하비 사막에 있는 ‘바드다드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하고 그 사막 한가운데 서 보고 싶다. 치앙마이 별꽃 게스트하우스 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항상 마음속에 그려왔던 대륙횡단 기차여행을 다시 한번 꿈꿔보며, 언젠가 아프리카의 광활한 곳에서 달 무지개를 보는 상상을 해본다.

예전 ‘온 더 로드’를 읽고 나서 방콕 카오산 로드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태국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배낭여행자들의 메카 카오산 로드는 저자의 글처럼 자유로웠고, 돌아온 이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었다. 여권에 5백여 개가 넘는 스탬프가 찍혀 있다는 저자 ‘박준’의 영화와 함께한 이번 스물일곱가지의 여행의 발자취가 나를 또 다시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떠나게 해 줄 것만 같다.

 

영화가 어둠 속에서 꾸는 꿈이라면, 여행은 길 위에서 꾸는 꿈이다. (P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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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어로 외교한다 - 대한민국을 소개할 때 필요한 영어 표현
정영은 지음 / 키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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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외국인을 만나 한국을 소개할 때 꼭 필요한 영어 표현의 모든 것!”

외국으로 여행을 떠날 때 마다 꼭 해보고 싶던 일 중에 하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어울리는 것이다. 정작 누군가 말을 걸면 최대한 간단한 대답과 웃음을 보이고는 내 부족한 영어 실력을 부끄러워하면서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SNS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길에서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소개해주고 싶은 것도, 안내해주고 싶은 마음도 가득이지만 역시나 대화가 길어지며 불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 부담 없을 정도의 가벼운 사이즈의 ‘나는 영어로 외교한다.’는 그 크기와는 달리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좋은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단순히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영어 문장이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음식, 문화, 역사, 트렌드 등에 대해 10가지 주제, 총 33항목으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외국에 많이 알려진 김치, 불고기, K-POP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올림픽, 관습, 북한, 일제 강점기, DMZ같은 깊은 주제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장마다 ‘Before We Meet ~'을 통해 여러 나라의 문화, 배경지식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외국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듯한 항목들이 많이 보인다. 

 

 

각 챕터마다 그 주제에 대한 설명, 기본 문장과 빈출동사, 사용되는 단어를 먼저 소개하고, 그 뒤로는 실전 대화와 심화 표현으로 실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듯한 내용을 통해 실전 연습을 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1장 K-Food에서는 ‘Taste of Korea'라는 챕터에서 한국의 맛 표현과 음식에 관한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미지근해(It's ljkewarm)], [붕어빵(Fisth-shaped waffle)] 같은 평소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궁금했던 단어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부록인 호감을 높이는 리액션 문장들이나 [느긋해(I'm easy-going)] 같은 성격, 성향을 표현하는 다양한 ‘자기소개’ 표현과 QR코드를 이용해서 접속할 수 있는 원어민 발음의 MP3파일도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문법 위주의 영어회화책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SNS를 통해 여러 나라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지금, 나 자신과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교류를 넓혀갈 수 있다면 무척 즐거운 일일 것이다. 이 책이 그 계기가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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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림자
로버트 D. 카플란 지음, 신윤진 옮김 / 글누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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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동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 나에게 있어 루마니아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모델로 알려진 블라드 체페슈라는 고딕적인 느낌과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강제 출산 정책을 비롯한 독재정치가 오랜 시간 이루어졌던 곳이라는 이미지만이 떠오르는 낮선 유럽 어딘가에 위치하는 나라였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로마, 비잔티움 제국, 합스부르크 왕가, 오스만 제국, 독일, 러시아 등 강대국에 오랜 기간 침략과 점령으로 고통 받아온 루마니아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많이 닮아있었다.

세계 100대 사상가 TOP 100명단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저자 로버트 D. 카플란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저널리스트가 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처음 방문한 1982년 부쿠레슈티는 그만큼 그에게 충격적이고 인상 깊은 장소였던 것이다. 독재와 가난으로 루마니아 역사상 최악의 10년이라고까지 불리는 1980년대를 직접 마주친 그의 눈에 비친 루마니아의 황량한 이미지로 루마니아라는 나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라고 평가되고 있는 ‘니콜라이 차우셰스쿠’. 1965년부터 1989년 크리스마스 혁명까지 무자비한 독재로 국민들을 억압하고, 루마니아를 동유럽 최고 가난한 나라로 만든 그 시기. 책 속에서 묘사되는 루마니아는 온통 어두운 회색 빛 이미지로 다가온다. 척박하고 비통한 표정을 한 채 빵과 연료 배급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영토분할, 외세의 침략, 파시즘, 독재, 공산주의를 모조리 겪으면서도 결국 자존감과 정체성을 회복하고 혁명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2013년, 30년이 지난 루마니아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독재에서 해방되고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등 격변의 시기 정체성을 잃고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여느 서구 유럽의 국가들과 닮아가고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아직 진행형인 루마니아의 변화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루마니아의 정체성과 라틴 루마니아 문화, 민족주의와 유배지였던 바라간 스텝을 시작으로 지리적 관점으로 본 역사와 삶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3장 ‘라틴 비잔티움’과 ‘4장 ’바라간 스텝‘이다. 루마니아는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그리스 정교와 라틴어권 문화 등은 낮선 문화들로 심리적 거리는 더 멀게 느껴지는 나라이다. 저자의 루마니아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라틴어와 그리스정교를 기반으로 한 루마니아 문화를 총칭하는 ’라틴 루마니아 문화‘라는 개념과 루마니아의 민족주의의 역사와 여러 면들을 다양한 인물들과 서술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여행기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회고록, 루마니아의 근대사를 다루는 역사책이면서 철학적 인문서로도 읽혀진다. ‘유럽의 그림자’라는 제목과도 같았던 어두운 시대를 빠져나와 변화하는 루마니아의 희망적인 앞날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국민적 특성은 인종, 기후, 지형에 따라 결정된다. 외세의 잦은 공격과 침략이 루마니아 인을 거칠고 용감하고 회복력 강하게 만들었다.”(P152)라는 셰르반 칸타쿠지노의 말처럼 그들의 어두웠던 시절 만큼이나 더 강해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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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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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안경과 실크해트, 지팡이와 펄럭이는 검은 망토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이 총 10권이나 되는 결정판 전집으로 출판되었다
    
이번 전집은 기암성, 813, 뤼팽 대 홈즈의 대결 같은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을 물론이고 프랑스에서도 2011년 모리스 루블랑 사후 70주기를 맞아 발표된 미발표 원고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과 프랑스에서도 아직 정식으로 출판되어 일부의 뤼피니앵들만 알고 있던 작품인 아르센 뤼팽과 함께한 15’, ‘이 여자는 내꺼야등 기존에 출간되었던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 수록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여러 편과 오리지널 판본의 삽화 370여 컷이 포함되어 있어 뤼팽이 탄생한 프랑스에서도 인장하는 세계최초의 결정판 전집이다. 이 전집이 나오기까지 16년이 걸렸다고 하니, 성귀수 번역가님의 엄청난 열정과 노력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3만 페이지라는 방대한 양과 멋진 삽화들, 매혹적인 이번 전집을 기회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뤼피니앵이 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     
    
저자인 모리스 루블랑의 추리 소설론으로 시작으로 1905년부터 1939년까지 총 장편 17, 중단편 39, 희곡 5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뤼팽시리즈에 대한 소개와 아르센 뤼팽의 프로필, 연보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전집 1권은 그야말로 아르센 뤼팽이 어떤 인물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시작이다. 1권에 수록된 작품은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를 포함한 단편 9편이 수록하여 처음으로 출판된 단편모음집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너무나도 유명한 명탐정 영국의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의 대결이 담긴 [뤼팽 대 홈즈의 대결], 그리고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희곡 [아르센 뤼팽, 4막극]이다.
 
뤼팽이라는 인물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자, 이 책에서도 첫 번째로 수록된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를 읽으면서 오래전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읽으면 행복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셜록 홈즈탐정 포와로에 한창 빠져있을 당시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된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무척 신선했다. 탐정이 아닌 범임이 주인공인 추리소설이라니. 기암성 절벽에서 망토를 펄럭이며 사라지는 루팽은 도둑임에도 불구하고 그 멋진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항상 그를 쫓는 경찰들보다 뤼팽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 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곤 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르센 뤼팽은 내 기억 속 모습보다 더 멋진 인물이었다.
벨에포크 시대. 평화와 풍요가 넘치고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는 신사와 숙녀들이 가득한 시대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괴도신사 뤼팽. 자유분방하고 위험한 행동, 자신의 인생과 사랑을 즐기고, 온갖 격투기, 다양한 언어에 능통하고, 예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다 신출귀몰하기까지 한 남자. 하지만 이번에 다시 만난 그는 화려하고, 어두운, 무척 입체적인 인물이여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역시 뤼팽 시리즈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로맨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체포가 되기도 하고, 함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런 인간미 넘치는 요소들 때문에 더욱 몰입이 된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 한권이 두껍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제 1. 매력적인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의 35년 동안의 모험담을 아직 9권이나 더 함께 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일이다. 111년 만의 폭염이라는 더위가 지속되는 이번 여름은 그와 함께 홈캉스하기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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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진경환 지음 / 소소의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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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본 순간 ‘조선시대에도 잡지가 출판되었다니!’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은 조선 최초의 세시풍속지인 유득공의 <경도잡지>의 풍속편 19개 항목을 통해 묘사하는 서울 양반의 생활상을 바탕으로 18~19세기 조선 양반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현대식 잡지와는 좀 다르지만 풍속적인 다양한 분야를 여러 가지 세부적인 항목에 따라 그 시대에 유행하던 모습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실록이나 여타의 역사책들에서 볼 수 없었던 보통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1장 [의관 갖추어 행차할 제]에서는 의복의 종류에서 말 등 탈것들에 대한 이야기, 혼인의 행차 모습, 양반들의 평소 행렬, 과거 급제연 등 의식에 관한 소개를
2장 [폼에 살고 폼에 죽고]에서는 집과 방을 꾸미는 장식, 나무나 비둘기 등을 수집하는 양반들의 취미생활 등 말 그대로 폼을 내고 싶은 양반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장 [먹는 낙이 으뜸일세]는 술, 차, 과일 등 기호식품, 시장의 다양한 모습과 사기단, 이야기꾼 등 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상들을 보여주며
4장 [멋들어지게 한판 놀아야지]에서는 꽃놀이, 춤, 노래, 공연, 투전판 같은 놀거리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여서인지 더욱 체면과 폼에 목숨을 거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허세 가득한 모습들도 책 속 곳곳에 보인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말을 타더라도 사람이 탄 말을 끄는 견마잡이가 없으면 양반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하고, 과거에 합격하면 3일 동안 벌이는 잔치인 삼일유가를 위해 빚을 지는 양반도 있었다고 한다.

서민적인 맛집, 술집이 많았던 먹거리골목이었다가 이제는 거의 사라진 ‘피맛골’의 유래도 재미있다. 관리들의 행차를 알리는 가도 소리가 들리면 말에서 내리거나 고개를 숙여야 했기 때문에 그런 양반들의 거드름을 피우는 행차 모습을 보기 싫어서 서민들이 피해 다니던 골목을 피맛골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길 양쪽서 주의가 피마를 외치는 가운데라는 말에서 보듯이, 원래 피마는 길을 가다가 자기보다 품계가 높은 관리를 만났을 때 말에서 내려 길을 피하여 경의를 표하라고 강제하거나 스스로 그렇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서민들은 아예 자리를 피해 그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려 하지 않았다는 말로 바꿔 썼다. 같은 말도 누가, 어느 계층으로 쓰는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P69)

지금보다도 더 심했던 조선 시대 과거 급제자의 신고식이나,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관들의 모자인 전립을 뒤집어놓은 모양의 벙거짓골을 이용해서 야외에서 전골이나 고기를 구워먹는 등의 식도락을 즐기는 모습은 지금 시대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고, 17세기 초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20여년 만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큰 유행을 만들어 4-5세 어린아이도 피웠다고 하고, 양반들도 앞 다투어 예찬을 했던 담배문화가 2세기에 걸쳐 변해가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옛 그림 속의 양반들 모습은 각 그림마다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많은 차이가 존재했다. 의복의 비단의 종류, 남성의 도포나 여성의 장옷, 쓰개 하나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시대별 유행이 존재했다. ‘갓’도 시대별 유행이 있어서 둥글었다 높았다 낮아졌다 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혼인 행차에도 말의 색이나 따라나서는 행렬의 모습으로 시대나 지위 등을 알 수 있고, 착용하는 장식에도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시대의 복식, 장식, 문화의 유행 등 갖가지 것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읽고 본 그림 속 풍경은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르고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을 만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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