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로버트 D. 카플란 지음, 신윤진 옮김 / 글누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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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동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 나에게 있어 루마니아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모델로 알려진 블라드 체페슈라는 고딕적인 느낌과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강제 출산 정책을 비롯한 독재정치가 오랜 시간 이루어졌던 곳이라는 이미지만이 떠오르는 낮선 유럽 어딘가에 위치하는 나라였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로마, 비잔티움 제국, 합스부르크 왕가, 오스만 제국, 독일, 러시아 등 강대국에 오랜 기간 침략과 점령으로 고통 받아온 루마니아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많이 닮아있었다.

세계 100대 사상가 TOP 100명단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저자 로버트 D. 카플란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저널리스트가 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처음 방문한 1982년 부쿠레슈티는 그만큼 그에게 충격적이고 인상 깊은 장소였던 것이다. 독재와 가난으로 루마니아 역사상 최악의 10년이라고까지 불리는 1980년대를 직접 마주친 그의 눈에 비친 루마니아의 황량한 이미지로 루마니아라는 나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라고 평가되고 있는 ‘니콜라이 차우셰스쿠’. 1965년부터 1989년 크리스마스 혁명까지 무자비한 독재로 국민들을 억압하고, 루마니아를 동유럽 최고 가난한 나라로 만든 그 시기. 책 속에서 묘사되는 루마니아는 온통 어두운 회색 빛 이미지로 다가온다. 척박하고 비통한 표정을 한 채 빵과 연료 배급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영토분할, 외세의 침략, 파시즘, 독재, 공산주의를 모조리 겪으면서도 결국 자존감과 정체성을 회복하고 혁명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2013년, 30년이 지난 루마니아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독재에서 해방되고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등 격변의 시기 정체성을 잃고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여느 서구 유럽의 국가들과 닮아가고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아직 진행형인 루마니아의 변화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루마니아의 정체성과 라틴 루마니아 문화, 민족주의와 유배지였던 바라간 스텝을 시작으로 지리적 관점으로 본 역사와 삶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3장 ‘라틴 비잔티움’과 ‘4장 ’바라간 스텝‘이다. 루마니아는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그리스 정교와 라틴어권 문화 등은 낮선 문화들로 심리적 거리는 더 멀게 느껴지는 나라이다. 저자의 루마니아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라틴어와 그리스정교를 기반으로 한 루마니아 문화를 총칭하는 ’라틴 루마니아 문화‘라는 개념과 루마니아의 민족주의의 역사와 여러 면들을 다양한 인물들과 서술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여행기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회고록, 루마니아의 근대사를 다루는 역사책이면서 철학적 인문서로도 읽혀진다. ‘유럽의 그림자’라는 제목과도 같았던 어두운 시대를 빠져나와 변화하는 루마니아의 희망적인 앞날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국민적 특성은 인종, 기후, 지형에 따라 결정된다. 외세의 잦은 공격과 침략이 루마니아 인을 거칠고 용감하고 회복력 강하게 만들었다.”(P152)라는 셰르반 칸타쿠지노의 말처럼 그들의 어두웠던 시절 만큼이나 더 강해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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