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보다 사람이 어렵습니다 -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일하는 법
전미옥 지음 / 마일스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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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원상 복구가 불가능한 유리그릇과 같다. 깨진 것을 붙일 수는 있지만 작은 흠집이나 상처까지 깨끗하게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번 깨진 신뢰는 크든 작든 자국을 남긴다. 동료, 선후배, 거래처 등 직장을 둘러싼 인간관계는 우선순위를 ‘신뢰’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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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일한지 8년차에 접어들고 보니, 신입 때는 공감하지 못했던 우스갯소리 하나에 절실히 공감한다.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 부서를 옮기든 팀을 옮기든, 성격이 괴랄 맞거나 건들면 터질 것 같은 상사, 동료, 후배들은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직장인에게 있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인 만큼, 팀원(사람)을 잘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직장 문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개개인이 퇴근 후 자신의 자유 시간을 소중히 하고,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관계를 선호하며,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이/퇴직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직장 내의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상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조기출근하여 야근에 회식을 불 싸지르며 상사의 비위 맞추는 것이 제일이라 생각했던 것이, 현재는 상사는 물론 동료, 후배들과의 적정한 공/사 관계를 구성하고 그들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더 올바른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책 ‘저는 일보다 사람이 어렵습니다’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앞서 이야기한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관계유지를 위한 해법들을 전수한다. 1장은 상사와의 관계, 2장은 동료와의 관계, 3장은 후배와의 관계, 4장은 이성(상사/동료/후배 모두 포함)과의 관계, 5장은 나 스스로를 돌보자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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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평가하기 전에 나를 먼저 보자. 내 단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고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내 것이면서도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습관을 발견할 때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타인의 성격을 비판하고 심지어 고치려 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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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3장과 4장 부분에서 공감을 했다. 3장에 관련해서는 이런 경우가 있었다.


재작년이었다. 입사 기준으로 3~4년 정도 차이가 나는 후배 A가 내 밑으로 들어왔다. 그는 불타는 열의와는 다르게 매사 덤벙거리는 탓에 눈에 띄게 실수를 했고 착한데 반해 업무능력은 그저 그래서 상사들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일이 잦았다. 그런 그의 밑으로 신입직원 B가 들어왔다. 그녀는 눈치가 빨라 우리 팀 분위기에 그 누구보다 유순하게 적응을 했고 꼼꼼한 성격 탓에 분담해 간 A의 업무를 큰 실수 없이 곧잘 해내었다. 나와 동료 C는 그런 B를 부러 더 크게 칭찬했다. A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업무적으로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 와중, A가 일적으로 크게 구멍을 내고는 나 몰라라 하는 사건이 하나 터졌다. 그로인해 우리팀 모두 A가 터트린 폭탄을 처리하기 바빴다. 중간 직급에 있던 나는 결국 A를 따로 불러냈다. 업무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발전없는 그를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나 : A야. 지금 시간되면 나랑 밖에 나가 이야기 좀 잠깐하자.
A : 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A를 불러내는 모습을 본 동료 C –그도 그간 쌓였던 게 많았었나보다-가 그런 우리 뒤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우리의 관계는 여기서부터 좀 꼬이고 말았다.


나 : A야. 너 항상 열심히 일하는 것 알아.
A : 네. 감사합니다.


여기서 동료 C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거나 추후 A와의 자리를 따로 만들었어야했다. 그런데 그때는 A가 터트린 일 때문에, 이미 수일에 걸쳐 야근을 했던 터였기에 이성적 판단이 흐려졌다. 그래서 나는 동료 C와 나쁜 쪽으로 의기투합하고 말았다.

 

나 : 그런데 일을 너무 못 해. 같은 업무를 하는데, 1년이 지나도 버벅거리고 실수하고. 너보다 늦게 들어온 B가 훨씬 일을 잘하고 더 신뢰가 가. 그런 와중에 카톡 보고 너 개인 시간 가지고. 업무는 늦고 지각은 잦고. 더 분발하지는 못할망정, 너의 일이 줄어드니 시간이 많은 것 같지? 그렇다고 교육을 안 보내주는 것도 아니야. 너가 가고 싶다는 교육을 1년에 4번을 보내줬어. 그 업무들 나랑 C가 다 했고. 누릴 거 다 누리게 해준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넌 발전이 없어, 여전히. 그래서 이제 너한테 일을 안 시키게 돼.
A : ......죄송합니다. 


여기서 그만뒀어야 했는데 그 후로 우리는 A가 상처받을 말들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A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되었고 우리와 연락을 일절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해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중간 중간 점검을 해주고 수정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러지를 않았다. 내 잘못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속으로 그가 실수하기를 바랐던 거다. 그를 혼낼 기회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그를 불러낸 것도 A와 대화를 해서 그를 이해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왜 이렇게 일을 못하냐고 뭐라고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았다면 바로 사과를 했어야 했지만, 나는 A보다 몇 년 일찍 들어왔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러질 못 했다. 3장에는 그런 관계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설명해 두었다.


특히 책 전반에 걸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 동료나 후배는 물론 상사나 직장 내 라이벌에게도 진심으로 칭찬을 하라는 말이 가슴을 적시며 들어왔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만 인정받기를 바랬지, 누군가를 먼저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 –특히 상사나 라이벌-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더불어 4장에 나왔던, 여성과 남성의 인식이나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라는 부분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그간 직장 내에서 인간관계를 잘 꾸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할 것도, 배울 것도 많음을 반성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힘들어 하는, 모든 나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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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에 대해 고개를 숙이는 것은 비굴한 행동이 아니다. 상대에게 내 핸동이 고의가 아닌 실수였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상한 감정이 크게 번지는 것을 가장 빠르게 차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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