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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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역사에 참 약했다. 남들은 수학의 정석을 도돌이표 한다는데, 나는 국사 책의 구석기-신석기-청동기를 도돌이표 했다. 안되면 외우기라도 하면 될 텐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역사는 나와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등한시 했다. 그러다보니 역사와 관련된 책이나 영화, 드라마까지도 피하게 되었다. 워낙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이 없었던 터라 무능한 왕이 나오고, 그의 충신들이 간신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며, 역적 무리들이 나라를 뒤집는 극적인 내용을 봐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재미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먼저 일었다. 이전의 나를 돌아보면 책 앞쪽 몇 페이지만 읽고 덮을 것이 눈에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예전에도 ‘엽기 살인사건’들이 일어났다고 하니 궁금증이 일어, 얼른 몇 페이지를 읽어보았다.

 

책은 총 6가지 살인사건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제1부 모살(謀殺) : 음모·모략으로 죽인 살인사건
제2부 고살(故殺) : 고의로 죽인 살인사건
제3부 오살(誤殺) : 오해·실수로 죽인 살인사건
제4부 희살(戱殺) : 장난·희롱으로 죽인 살인사건
제5부 복수(復讐) : 원수를 갚는 살인사건
제6부 희이(戱異) : 희한하고 이상한 살인사건

 

각 살인사건 별로 2~3가지 이야기가 배정되어, 16가지 엽기 살인사건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다보니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사실 16가지 사건은 엽기사건이라 명명되어 있기는 하지만 걔 중에는 엽기 살인사건이라 하기 보다는 시대 상황에 따른 불평등으로 일어난 것들이 더 많았다. 아내가 남편을 고발하지 못 하고, 노비가 주인을 고발하지 못 하는데다, 법의 위에 있는 왕이 존재하니 계급 상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윗사람들로부터 맞아도 모르는 척, 죽임을 당해도 울분을 참고 견뎌야 했고, 강간을 당해도, 그리고 그것을 보아도 그저 묵묵히 그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술을 먹고 잠을 청하다, 아이의 울음에 충동적으로 딸아이를 밀쳐 죽이게 된 이야기 등도 있어 이를 전부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치부하기엔 어딘가 맞지 않아 보였다. 물론 정신병자가 일으킨 악행도 있었고 기근에 시달려 인육을 먹는 이야기 등 엽기적이라 부를 수 있는 살인사건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아무리 예전이라 해도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현재와 같이 사건 사고가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되었다. 다만 문헌 상 전부 기재를 하지 못한 것도 많았을 테고 –그 사건을 알리면 백성들이 동요할 것이라 판단하여 지우거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들의 경우 기재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정신병에 대한 의약품이나 의학적 자료가 미진하여 사인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던 것은, 기본적으로는 ‘죽음에는 죽음으로 그 죄를 갚는다’ 는 골조와는 다르게, 그것이 실행됨에 있어서도 ‘계급’에 따른 불평등함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몇 건의 살인사건만으로도 신분에 대한 차이가 얼마나 심했을지, 그리고 그러한 불평등함과 차별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이것이야 진정한 ‘엽기적’인 행태가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조선시대의 역사적인 사건들 속의 살인사건을 묶어 낸 책, 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 역사를 싫어하는 나와 같은 당신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추천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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