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미어캣 - 대만 싱글맘, 미어캣을 만나 인생을 다시 배우다
원팡링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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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의 신비한 힘은 가족 간의 사랑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건 입에 발린 사랑도 아니고 가슴 속에 꽁꽁 숨겨둔 사랑도 아니다. 바로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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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랑에 굶주렸던 적이 있나요? 혹은 남들로부터 애정 결핍이라고 들었던 적은요? 아니면 다른 이에게 사랑과 칭찬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실패를 거짓으로 숨겼던 적은, 혹시 없었나요?


이것은 제가 오늘 읽은 ‘디어 마이 미어캣’의 저자 원팡링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요.


일본에 유복하게 살다가 집이 망하고, 가난한 대만 남자에게 시집 온 그녀의 어머니는 금지옥엽 키운 첫째와 달리, 둘째인 그녀를 지우기 위해 낙태약을 2번이나 먹어요.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원팡링은 무사히 태어납니다. 그렇지만 태어났다고 하여 가족의 사랑과 예쁨을 받고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녀의 어머니는 첫째 언니와 그녀를 사사건건 비교하고 자신과 그녀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그녀를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까지 하죠. 그리고 그녀가 시샘이 많았던 어머니는 그녀의 물건을 멋대로 훔쳐서 자기 방에 숨겨두기도 하고요.


그녀는 눈칫밥을 먹으며 가족과 친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성적만이 자신이 유일하게 칭찬받는 일임을 알아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요. 사람들의 정이 고파, 그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자라다보니 눈치가 빠르고 자기가 알아서 크는 아이로 주변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명문학교에 입학하며 그 기대와 자랑은 더해가고요.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옵니다. 행복한 순간이었죠.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남자는 사랑을 나눌 줄도 알았어요.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를 못했어요. 그에게 더 큰 사랑을 갈구하고 그를 집착했지요. 세 번의 이별을 끝으로 그는 영영 그녀를 떠납니다. 와중에 그녀는 그가 다시 그녀에게 돌아올 거라고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답을 내립니다. 그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죠.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하면 그 남자가 돌아와줄 거라 생각한 거에요.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어요. 이미 새 여자친구까지 생긴 상황이었고요.


그녀는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합니다. 지옥같은 날이었죠. 일 때문에 바쁘기도 했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그녀는 유기견 봉사활동이나 모임을 찾아갑니다. 집에 가기 싫었던 거죠. 그렇게 7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 짓습니다.


그리고 노력 끝에 시험관을 통해 아이를 가저요. 그 와중에도 그녀는 이기적이었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왕절개로 아이를 미리 끄집어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심장이 약하게 태어나요. 10킬로가 넘어야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하여 그녀는 아이를 극진히 돌봅니다. 그리고 큰 수술을 아이가 이겨내죠.


그렇게 시련이 지나가고 나니 이번엔 그녀에게 큰 일이 연달아 닥쳐옵니다. 망막이 고장 나서 시력을 거의 잃을 뻔하고 머리에 뇌종양이 생겨 죽음의 기로에 서며, 그녀가 다니는 광고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인 삼성이 일을 맡기지 않게 되어 그전까지는 거들 떠 보지도 않던 회사들을 쫓아다니며 사정을 해야하는 상황들도 발생하게 되죠.


하지만 그녀는 상처를 드러내는 법을 배우지 못 하고 자랐기에 그 아픔들을 오롯이 혼자 감내하려 합니다. 자살을 결심한 순간에도 그녀는 더 멋지고 화려하게 치장하고 사람들에게 더 환한 미소로 화답을 하죠. 하지만 그녀는 집에 돌아와 자신의 딸에게만은 그런 감정을 오롯이 배출하게 됩니다. 새벽에 자는 아이를 깨워 유서를 읊어주고 자기는 곧 떠날거라고 말하며 어느 날은 집에서 뛰어내리는 걸 아이가 울면서 죽지 말고 자기와 살자고 우짖죠.


그런 나날 속에 그녀가 유트브 채널을 통해 본 영상이 ‘미어캣’이었죠. 서로를 보듬고 안아주는 모습. 거기엔 그녀가 바라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어요. 온전히 사랑을 주고 그것을 받는 그들의 모습 말이죠. 그녀는 뭐에 홀린 듯 미어캣을 보러 남아프리카로 떠납니다.


남아프리카로 떠난 그녀느 미어캣 탐험단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쫓습니다. 가뭄으로 말라가는 사막에서 먹이를 찾지 못하면서도, 즉 실패를 겪어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아요. 다음 미래를 기약하죠. 그리고 자신보다는 동생이, 자신의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먼저 아이에게 모든 걸 전해주죠. 힘들게 잡은 독전갈을 건네주고 아이가 먹다가 놓쳐도 혼내지 않아요. 실패에 대한 나무람보다, 자신이 힘들게 잡은 노고의 허탈함보다 동생이, 혹은 아이가 아픈 것을 먼저 챙깁니다. 그리고 그들의 천적인 독사 등이 공격해오면 자신의 온 몸을 희생해 가족을 지키기도 하고, 혹 전투에서 이겨도 자신이 내뿜는 피비린내 때문에 무리가 위험에 처할까봐 혼자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그녀는 미어캣의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꿔나갑니다. 자신에게 감정을 분출하던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하고,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감추기보다 사랑을 먼저 표현하고 사랑을 주려하며 자신이 실수했을 때는 먼저 그것을 시인하고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합니다.


미어캣이 그녀의 삶을 전부 바꿔 놓은 것이지요.


어때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나니 어딘지 묘하게 숨겨 놓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저도 책을 읽으며 몇 몇 모습들에서 감화를 받고 감동을 받고 그랬어요.


요즘 ‘관종’이라는 표현이 성행합니다.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관심종자’의 줄임말이죠. 아마 이런 언어가 성행하게 된 것도, 이런 사람이 예전에 비해 늘어나게 된 것도, 각박한 세대에서 남들보다 더 튀어 보이고, 남들보다 더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의 분출이 그런 식으로 표출이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그리고 사랑을 배우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디어 마이 미어캣’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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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마음은 유연해서 세상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타인을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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