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할게, 꼭 -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 한 통의 편지
케이틀린 알리피렌카 외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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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나요?


주로 편지를 통해 친분을 유지하는 친구 또는 그 관계를 이르는 말로 친분 관계를 맺는 사람들 간의 공간적인 거리가 클 경우 쓰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금이야 워낙 SNS 등, 매체가 발달하여 물리적 거리가 있어도 국내는 물론 국외에 있는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지만, 제가 꼬꼬마시절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혹은 얼굴 모르는 누군가와 연락을 하려면 편지를 쓰는 게 먼저였던 시절이었답니다. 물론 전화도 있었지만 가족 모두가 한 대로 사용하던 전화는, 아무래도 오래 붙잡고 있기도, 오롯이 마음을 전하기도 어려웠거든요. 하물며 해외로 전화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뭐 영어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것은 비밀이지만요.


그래서 말이죠. 가끔 생각날 때면 저는 동네 문방구로 달려갔어요. 제가 친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기도 하며, 혹은 얼굴도 모르는 타 지역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서였죠. 사실 작은 동네문방구라 매일 와서 봐봤자 그다지 종류의 변화가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 설레었어요. 편지지를 들었다 놨다하며 상대방이 기뻐하고 좋아할만한 편지지를 고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편지지를 사들고 돌아와 편지를 받을 상대를 생각하며 몇 시간이고 인고(?)의 노력으로 완성한 편지에 우표를 붙여 빨간 우체통에 넣을 때의 쾌감. 그리고 답장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우편함을 열었다 놨다 했던 기다림으로 가득했던 떨리는 일상까지. 소위 말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짙었던 나날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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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포장지에 편지를 써서 보낸 이후 마틴은 훨씬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는 우리 둘의 생황이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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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답장할게, 꼭’은 너무 다른 상황에 살았던 두 친구가 펜팔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짐바브웨라는 도시에 살며 우표나 종이 한 장 마음 놓고 사지 못하는 가난한 마틴과 미국의 펜실베니아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10대 소녀 케이틀린이 그 주인공이죠. 살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부를 하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마틴과 아직은 공부보다 노는 것이 좋은 케이틀린은 성격조차 달랐죠. 그저 숙제를 하기 위해 시작한 펜팔이었지만, 마틴이 자신의 상황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려놓는 순간 둘의 관계는 변화를 시작하죠. 사람은 모르는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근거하여 비교하기 마련이죠. 케이틀린 역시 그랬어요. 마틴 역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일 것이라 생각한 거죠. 하지만 그의 진심을 통해 짐바브웨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며 친구를 돕기 위해 일을 하고 그 돈을 마틴에게 보내기도 하죠. 하지만 마틴만 케이틀린에게 도움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케이틀린 역시 이전까지 아무런 미래를 그리지 않았는데 자신만의 꿈을 그리게 되죠.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었던 것이지요.


꽤 두꺼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설레는 마음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편지를 하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즐거웠어요. 그리고 마틴과 케이틀린의 우정에 감동하기도 했고요. 전자책이 많아도 전 꼭 책을 사서 보고, 책의 종이 질감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길 좋아하는데, 이 책은 훨씬 더 옛 것의 감성을 잘 전달해주어서 특히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날로 달로 선선해지는 가을밤.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펜을 들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Dear. 내가 사랑하는 내 친구 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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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친절한 행동 하나.” 나는 강연을 끝맺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지, 그게 여러분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잘 모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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