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리뷰로 읽은 책을 기록하는 건 페이퍼를 제때 쓰지 못하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려는 의도인데, 역시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페이퍼가 밀리는 역효과만 나는 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주에도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어쩌다보니 다 밀려버리고 말았다.
아는만큼, 딱 그만큼만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 유명한 밴드나 가수의 이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음을 새삼 이 공부를 통해 알게 되었다. 헤비메탈은 크게 관심이 없지만 문학수 기자의 책으로 클래식 음악을 조금씩 모아들여 들어보는 것처럼 이 책으로도 느린 공부를 하고 싶다.
운동을 하면서 하나씩 읽어나가고 있는 엘러리 퀸. 순서에 따라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하다니. 홈즈나 뤼팽도 그렇고 책이 나온 시기 또는 연대별로 맞춰서 읽는 것은 시리즈를 이해하고 전기-중기-후기에 따른 주인공의 변화를 볼 수 있어 훨씬 더 깊은 몰입도를 준다. 물론 에거서 크리스티의 시리즈처럼 여러 주인공들이 있고 쓰인 시기와 작품속의 시간순서가 맞지 않는 경우라면 다르지만.
마냥 소년으로만 남을 것 같은 이동진 평론가/작가/DJ의 영화감독인터뷰. 무려 작년 여름이 두 권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시작했었는데, 2권을 읽더가 던져두고 딱 일년이 지난 시점에 읽어냈다. 묵혀둔 만큼의 맛과 향이 좋았지만, high density, 그것도 대담집의 특성상 길게 늘어지는 전개라서 그랬는지 확실히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영화에 관심이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는 건 확실한데, 내가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을 모아두고 정작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일정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도락은 언제나 어려운 편이다.
또 한 주가 시작된다. 2014년까지는 없었던 일요일밤의 우울이 2015년부터 슬슬 스며나오더니 2017년 지금에는 거의 default 수준으로 나를 괴롭게 한다. 사무실을 엎어서 다시 꾸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단 작은 공간이라서 내부를 정리해서 드러내야 가능하고 IKEA에서 싸게 꾸밀 수 있다고 해도 운반과 조립까지 전혀 만만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연초부서 생각을 했지만 실현하기 어려워서 사무실을 옮길 때 해야겠다고 맘먹게 되는 것이 벌써 여러 번째다. 차라리 작은 창고를 임대해서 잡동사니들을 보관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