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엔 무척 더웠고 덕분에 조금 시원하다 싶은 in-door 공간은 모두 사람들로 넘쳐났었다.  극장 두 군데가 모두 sold out이었고, 결과적으로 여기 저기를 떠돌다가 안착한 곳은 동네슈퍼마켓에 해당하는 Safeway의 내부에 있는 스타벅스였다.  웃기는 건, 그렇게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도착한 곳이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었다는 사실.  카페에서는 보통 커피, 아이스커피, 아이스티는 한번 제 값을 내고 마시면 50센트를 내면서 계속 리필이 가능하다는 것.  덕분에 앉아서 그란데 아이스티를 세 잔을 마시고 속이 냉냉해질 무렵 머리속까지 시원해질 수 있었다.  이번 주 내내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어서 가능하면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있는데, 오늘 저녁은 또 서늘하다.  곧 하지가 온다는 걸 잊고 있을 만큼 시원한 5월과 6월을 맞은 덕분에 잠시 여름을 잊었던 것 같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다시 온도가 조금 떨어져서 다음 주에는 대략 20-25도를 유지한다고 하니 확실히 2년 연속 비가 많이 온 겨울을 지낸 덕분에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무료하였기에, 그리고 운동은 내리 3일을 한 터라 하루를 쉬는 기분으로 잠깐 서점에 나왔다.  역시 화요일 저녁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어 상당히 쾌적하다.  잡지 몇 개를 뽑아서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책을 보다가 들어갈 생각이다.  '잘 지내나요?'와 '대재앙 이후의 세계와 생존자들'이란 책을 들고 나와서 뒤적거리고 있다.  잠시지만 이런 순간순간들이 힘든 일상을 참아낸 후의 보람이다.  건강한 삶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래 볼 수 있기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내 능력이 계속 좋아져서 주변을 더 많이 챙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이틀을 시달리다가 잠깐 편해지면서 현자타임이 오는 모양.


협력사가 한국의 사정으로 pay가 많이 밀려 있고 일도 조금 slow down된 2017년이지만, 또 감사하게도 내가 발생시키는 업무의 양도 기웃거리는 상담고객도 많이 늘어난 덕분에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게 버티고 있다.  처음에 사무실을 차린 한 해의 상담문의가 60여건, 그것도 아무것이나 걸려오는 전화를 다 모은 것이 그랬다면, 금년은 벌써 100건이 넘어가고 있다, 그것도 쓸데없는 전화는 거의 오지 않고 케이스로 연결이 되었거나 그럴 만한 것들, 최소한 유료로 상담을 하는 것들만 모은 것이 그렇다.  조금씩이지만, 나이를 먹는 서글픔에 비례해서 회사는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보다가 표지의 사진을 본다.  만약 저자의 사진이라면, 여러 가지로 보아 아담한 그런 모습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카페인이 슬슬 퍼지고 있는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은 힘들다.  카페에 새로온 직원.  시작할 때만해도, 겨우 1-2개월 전인 것 같은데, 생생하던 그녀가 요즘 가끔 보면 얼굴이 피곤으로 찌들어 있다.  high tech일자리는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 외의 모든 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 engineer가 아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줌만 남은 각종 행정관련 일자리와 이런 저런 서비스업 밖에 없어진 것 같다.  다가오는 10년, 60세가 될 그 후 10년의 미래가 궁금하고 두렵다.  얼른 벌어서 잘 갈무리해서 어디 조용한 곳에 칩거하고 남은 삶을 살아낼 궁리를 하다가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다.  


밤 9시가 다 되었는데도 밖엔 아직도 늦은 저녁의 여운이 남아 완전히 어둡지 못하고 있다.  뭔가 어두운 밤이 다시 그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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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1 16: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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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2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0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23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 7~10시까지는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져요. 10시 넘어가면 내일 출근 걱정에 잠을 설칩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6-23 14:5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목요일 밤부터는 맘이 조금 넉넉해집니다 ㅎㅎ 목-금-토가 좋네요

cyrus 2017-06-23 14:59   좋아요 0 | URL
네. 금, 토요일 밤이 기분이 제일 좋아지는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