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로 이렇게 몰아서 읽은 흔적을 남기는 때마다 느끼지만, 내가 짓는 제목이라는 것은 단조롭기 그지없다. 다른 서재들을 다녀보면 참 제목도 맛깔나게 짓고, 글은 더더욱 깊은 맛을 느끼게 해주는데 여기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걸음마를 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등의 이유로 자신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감도 없지는 않고, 조금은 게으른 관리를 하는 것을 요즘 특히 많이 느낀다.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글을 매번 남기면서 어떻게 더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하는 한편, 이 정도라도 꾸준히 남기는게 어디야 하는 생각도 한다.  늘 하는 고민이라고 하겠다.  


이 정도는 되어야 리뷰를 모아 책으로 출판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도록 만들어주는, 매우 잘 쓴 리뷰들이다.  유명한 작가나, 문호의 글과는 다르고, 특히 팔기 위해, 또는 책을 쓰기 위해 만들어진 리뷰와는 차원이 틀린 솔직하고 담백한 인생의 하루 하루에 깃든 독서를 볼 수 있었다.  저자는 '다락방'님.  1.0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오는 고수들이 즐비한 알라딘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서재를 꾸려가시는 분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내 자신에 견주어 보면, 이 책에서 저자는 너무도 솔직하게 책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쓴다는 점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물론 꽤 높은 수준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서재에 남겼던 글이니만큼 아무래도 특히 처음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계속 꾸준히 방문객이 늘고 오프라인으로 사귀는 친구들이 늘어가면서도 그렇게 쓸 수 있었다는 점은 그만치 저자의 겉과 속이 그리 다르지 않았음을,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감성을, 생각을, 배경이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책과 풀어낼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나도 20대부터 이런 서재를 갖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유럽사를 전공하면서 이런 저런 글짓기를 하고 책을 많이 읽었었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무미건조한 글쓰기가 직업이 되어버린 듯한 시절이 아닌, 때가 덜 묻었고 글도 그때의 순진함 만큼이나 거침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나의 20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보기 때문이다.  아마도 조금은 더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소설'예찬에 격하게 공감했다.  젊은 시절 이런 저런 것들에 치이고 또 상당부분은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세상을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다.  이와 함께 놓치고 만 여러 경험들에 대한 아쉬움은 불혹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간혹 큰 조바심이 되어 나를 괴롭힌다.  세상을 보아야 하는데, 늘 세상을 생각하고 읽기만 했기에 나이와 함께 오는 막연한 놓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두려움일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소설을 보면서, 자신을 견주어 보기도 하고, 겪지 못하는 대신, 대비하여 생각하면서 성장해온 듯 싶다.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책을 통해, 소설을 통해 다각도의 삶과 관점을 경험한 그녀의 독서를 보면서 그야말로 '책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면 과장일까?


문득, 나도 읽는 책에 나 자신을 삽입하여 경험하고 사색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저 책은 멀리서 바라보는 제 3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몸에 배인 습관이라서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교과서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만큼 읽는 내내 감동하고 감탄하고 즐거웠다.  알라딘 서재라는 공통분모를 빼더라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참고로 독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못해도 4단 책장 하나가 꽉 찰 만큼의 이런 이야기들을 읽어왔으니 아주 조금은 내 말을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천명관 작가는 참으로 맛깔나게 글을 쓰는 작가이다.  게다가 언제나 그의 글을 읽으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순간마다 scene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경험하는데, 오랜 시간동안 영화판에서 일한 이력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모두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는 밑바닥의 절망, 자포가지, 광포, 반전 등의 다양한 테마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상하리만치 '희망'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이의 자살을 막은 불면증 아줌마가 나오는 한 이야기에서 희미하게 모성과 함께 '사랑' 또는 어떤 존재에 대한 '마음'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냥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 


나가이 가후.  이 작가의 이름도 책도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나는 '장서의 괴로움'에서 언급된 이런 저런 일본의 고전작가들을 알라딘으로 검색하다가 주문하게 된 책이다.  다른 책들도 꽤 흥미를 끌었으나 번역되지 않았거나 절판되어 reference된 책들 중 유일하게 구할 수 있었다.


일본 '화류소설'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데, '화류소설'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문체나 내용, 그리고 구성과 서술은 모두 대체로 내가 좋아하는 담담함을 지니고 있다.  작가와 동일시해도 무방할 것 같은 주인공이 잠깐 우연한 기회에 기생과 짧게 마음을 나누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특별히 무엇을 기대하고 본다기 보다는 심야식당의 한 에피소드를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은 기억이 난다.  


주저하다가 다가가지 못하고, 상대방도 어쩌면 그러는 사이에 엉켜있던 인연의 실타래는 금새 풀려버리고 각자의 삶속으로 등을 돌리고 지나가버리는 것이 대다수의 남녀관계일 것이다.  이를 잡으면 결혼으로 이어지고 끊어지거나 죽을때까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게다.  이런 생각을 했다.


이들 외에 추리소설을 세 권 정도 읽었는데, 이들은 다른 페이퍼에 남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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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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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9 0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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