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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의 양심
배리 골드워터, 박종선 / 열아홉 / 2019년 2월
평점 :
보수주의의 총체
나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있지 않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정치적 성향이란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가치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정치적 성향의 정의와 현실이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 우선인 내게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틀은 적합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수란 반공, 진보는 친북, 이 이상 가치를 두는 것이 있는가. 하지만 우리나라와 실정이 다른 미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의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무엇이 보수인가에 대한 개념을 잡아주었다.
물론 그 당시 미국의 고민은 소련이었고, 소련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도 보수주의에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실제 책의 마지막 부분에 소련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상당히 길게 서술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소련은 붕괴했기 때문에 소련에 대한 반감은 그리 크지 않지만 우리에게 있어 북한 같은 존재라 생각하고 읽으니 지금 보수라 주장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궤를 걷는 다는 걸 느꼈다.
보수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그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았던 내게 진정한 보수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골드워터의 핵심 메시지는 자유 시장,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강력한 국방(p10)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배재하고 국가 주도적 복지보다는 민간 주도적으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모든 사안은 헌법을 기초로 생각하는. 읽다보면 뭐 이리 융통성도 없고 꽉 막혔나 싶을 만큼 숨이 턱 막힐 때도 있지만 주장의 일관성은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보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지 않았나싶다.
보수는 기득권이라는 통념은 세금 부분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태초의 인간이 이 땅에 살았을 때는 빈부라는 개념이 있었을까? 얼마 전 읽은 마이클 슈월비의 <야바위 게임>이 떠올랐다. <보수주의자의 양심>과 <야바위 게임>을 함께 읽어보면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느낄 수 있다. 배리 골드워터는 성공을 징계해야 한다는 가치를 지지할 수 없다(p146)며 누진세를 반대했지만 그 성공의 원천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평등보다는 자유를 외치며, 인성보다는 훌륭한 인재를 함양해내는 교육을 추구하며 모든 것을 헌법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말한다. 자유로운 경쟁에서 도태되는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권한 밖에 일은 지양한다.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헌법 개정이 아닌 이상 헌법에 위배되기에 반대하는 그의 주장은 개인적으로 비겁해보였다. 제3국에 대한 원조, 특히 공산주의 국가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대하며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강력한 국방을 표방했기에 그는 지지를 얻었지만 대통령의 자리를 얻진 못했다. 포용력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기에 대통령 감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국민들의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배리 골드워터같은 사람이 야당의 대표로 있다면 진정 국민들을 위한 조화로운 정치가 펼쳐질 수 있지 않을까싶다.
진보도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칭 보수라 칭하는 사람들은 정말 최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보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의 우격다짐이 ‘보수’라는 이름에 먹칠을 한 것이다. 나와 같은 이유로 보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수주의자의 양심>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보수주의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무슨 근거로 행동하며 주장하는지, 진정한 보수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