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수업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
문광훈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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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미학과 친해지기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미학은 친해질 수 없는 분야다. 무슨 기법이다 색채감이 어떻다, 구도가 어떻다, 이런 전문적인 디테일은 비전공자인 내게는 외계어처럼 느껴진다. 예술을 학문으로 승화시켜 느끼고 해석하는 것은 대단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는데 문광훈 교수의 <미학 수업>은 입문자에게도 어렵지 않게 예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왜 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에 대해 5가지로 답한다. 우리는 미학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으며, 감각을 쇄신하여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며, 삶을 살아갈 용기를 준다. 더불어 좁은 시야에서 사고의 지평을 넓혀 나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 한 마디로 미학을 공부한다는 건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이 책은 46가지의 레슨으로 구성되어있다. 미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미술 작품부터 공간, 문학 등 미학의 범위를 한정시키지 않고 다양하게 구성했다. 나는 미술관에 가면 전체적인 그림의 인상만 휙휙 보고 나오는데 그 이유를 꼽자면 봐봤자 어차피 모른다는 게 크다. 책에서 소개된 그림들은 이 그림이 예술적으로 왜 훌륭한지를 말하지 않는다. 화가가 그림을 그렸을 때의 시대와 상황, 왜 이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했을까. 이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알기 쉽게 풀이했다.

 

 

솔직히 이름을 아는 작가들보다 모르는 작가들이 더 많다. 그 어느 것 하나 꼽기 어려울 만큼 모든 레슨마다 가슴에 울림을 주었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한스 발둥이란 화가의 <삶의 세 시기와 죽음>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림은 한 번에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작품을 오래 감상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봐야 하는지는 막막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어떤 디테일함을 살펴봐야 하는지를 배웠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는 그림과 해석이 곁들어져 있는 그림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평소에 나라면 젊은 여자 뒤에 해골이 있네! 저 여자 곧 죽게 되나봐! 로 해석했을 것이다. 모래시계 같은 디테일은 살펴보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제목을 보고, 해설을 보니 다가올 미래를 생각지 못하고 현재 눈앞에 보이는 미에만 빠져있는 여인의 심정에 공감도 가고 또 나를 투영해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어느 기로에 서 있는가?

 

미를 담고 있는 모든 것을 보면서 생각한다면 작은 것도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생각하며 표현하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으로 나를 인도해 줄 것이며 새로운 세상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면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미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고, 미학을 알지 못하는 이도 <미학 수업>을 통해 눈을 뜰 수 있는 영역이다. 예술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를 꿈꾼다면 <미학 수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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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의 양심
배리 골드워터, 박종선 / 열아홉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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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의 총체

 

나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있지 않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정치적 성향이란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가치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정치적 성향의 정의와 현실이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 우선인 내게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틀은 적합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수란 반공, 진보는 친북, 이 이상 가치를 두는 것이 있는가. 하지만 우리나라와 실정이 다른 미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의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무엇이 보수인가에 대한 개념을 잡아주었다.

 

물론 그 당시 미국의 고민은 소련이었고, 소련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도 보수주의에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실제 책의 마지막 부분에 소련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상당히 길게 서술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소련은 붕괴했기 때문에 소련에 대한 반감은 그리 크지 않지만 우리에게 있어 북한 같은 존재라 생각하고 읽으니 지금 보수라 주장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궤를 걷는 다는 걸 느꼈다.

 

보수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그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았던 내게 진정한 보수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골드워터의 핵심 메시지는 자유 시장,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강력한 국방(p10)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배재하고 국가 주도적 복지보다는 민간 주도적으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모든 사안은 헌법을 기초로 생각하는. 읽다보면 뭐 이리 융통성도 없고 꽉 막혔나 싶을 만큼 숨이 턱 막힐 때도 있지만 주장의 일관성은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보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지 않았나싶다.

 

보수는 기득권이라는 통념은 세금 부분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태초의 인간이 이 땅에 살았을 때는 빈부라는 개념이 있었을까? 얼마 전 읽은 마이클 슈월비의 <야바위 게임>이 떠올랐다. <보수주의자의 양심><야바위 게임>을 함께 읽어보면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느낄 수 있다. 배리 골드워터는 성공을 징계해야 한다는 가치를 지지할 수 없다(p146)며 누진세를 반대했지만 그 성공의 원천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평등보다는 자유를 외치며, 인성보다는 훌륭한 인재를 함양해내는 교육을 추구하며 모든 것을 헌법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말한다. 자유로운 경쟁에서 도태되는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권한 밖에 일은 지양한다.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헌법 개정이 아닌 이상 헌법에 위배되기에 반대하는 그의 주장은 개인적으로 비겁해보였다. 3국에 대한 원조, 특히 공산주의 국가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대하며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강력한 국방을 표방했기에 그는 지지를 얻었지만 대통령의 자리를 얻진 못했다. 포용력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기에 대통령 감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국민들의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배리 골드워터같은 사람이 야당의 대표로 있다면 진정 국민들을 위한 조화로운 정치가 펼쳐질 수 있지 않을까싶다.

 

진보도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칭 보수라 칭하는 사람들은 정말 최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보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의 우격다짐이 보수라는 이름에 먹칠을 한 것이다. 나와 같은 이유로 보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수주의자의 양심>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보수주의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무슨 근거로 행동하며 주장하는지, 진정한 보수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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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신영복 - 우리 시대의 지성 신영복을 읽는 10가지 키워드
이재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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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키워드로 말하는 신영복

신영복 선생님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분이 어떤 사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며 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지는 몰랐다. <처음 읽는 신영복>은 신영복 선생님의 이름 석 자만 알고 있는 사람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면 아 이런 분이 신영복이구나!라는 강한 메시지를 남겨주는 책이다. 저자는 신영복의 사상을 10가지 키워드로 나눠 그분이 지향하고자 했던 삶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세상을 오래 살진 않았지만 서로 다른 나와 너를 이해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불어 살아간다. 신영복 선생은 '입장의 동일함'을 되새기며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나를 희생하여 상대를 이해하라는 뜻은 아니다. 서로 다른 이들이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외딴섬에서 홀로 살지 않는다. 나의 존재는 타인을 통해 확인받는다. 신영복의 관계론을 저자의 말로 쉽게 풀이하면 관찰보다 애정이, 애정보다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 입장의 동일함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서로를 따뜻하게 해주는 관계, 깨닫게 해주고 키워주는 관계를 최고의 관계라고 평한다(p223).

읽는 내내 신영복 선생님이 말한 '관계'에 눈길이 간 이유는 내가 관계의 부재 속에서 살고 있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서로를 신뢰하며 인간을 수단화하며 혼자를 선호하는 요즘의 트렌드는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세상을 홀로 살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체적으로 말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참 아리송하다. 알듯 말듯 하다는 게 전체적인 느낌이다. 이는 신영복 선생님의 사상이 보이는 것보다는 더 심오한 뜻을 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책 중간중간 나오는 선생의 글귀는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아리송한데 저자의 해석이 더해지니 어떤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신영복 선생에 대해 알고 싶지만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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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 - 하루 30분 달리기로 인생을 바꾼 기적 같은 이야기
안정은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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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지 못할 수많은 이유를 가진 나를 성찰하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와 철인 3종 경기 완주다. 버킷리스트는 어디까지나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꿈일 뿐... 사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 야심 차게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해 5km 마라톤을 참가한 게전부다. 달리지 못할 이유는 세상에 너무 많다. 그런 나에게 저자는 달리지 못하는 흔한 별명 10가지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내가 항상 작심삼일로 달리기를 포기하는 이유를 다 찾아볼 수 있어 엄청 찔렸다.

세상에 아픔 없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대한민국에서 사지 멀쩡한 젊은이가 백수로 산다... 그 눈총을 생각하면 저자는 어떻게 버텼나 싶다. 보통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세상을 원망하겠지만 저자는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낸다. 그뿐만 아니라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보려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참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지금 당장 달리기를 시작해라! 가 아닐까. 저자는 달리기를 통해 인생을 바꿨다. 저자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하더라도 내일부터라도 당장 달린다면 건강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이런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인생을 부러워 하기보단 나도 나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체력을 길러야 하니 달리기 도... 전??

책에 수록된 생생한 마라톤 경험과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은 초짜 러너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는 100일 만에풀코스 마라토너가 되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해볼까 말까 갈팡질팡하게 된다. 이 책 덕분에 어떻게 입문해야 할지 몰라서 못했다는 핑계는 사라졌다. 이제 선택은 나의 몫이다. 나를 바꾸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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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산티아고 - 영어도 못하는 시골 아줌마
박미희 지음 / 아우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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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그 이름만 들어도 죽기 전에 꼭 걷고 싶은 가슴 떨리는 나의 꿈이다. 나는 그래도 아직 젊고, 두 다리도 멀쩡하고, 영어도 잘 하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해 떠나지 못한다. 박미희 작가님의 <나홀로 산티아고>같은 산티아고 순례기를 보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곤 한다.

 

40여 일 동안 800km를 걷는다. 홀로 해외여행을 밥 먹듯이 떠나는 용기를 가진 젊은 세대도 아니고 그 이름도 생소한 이장 직을 맡고 있는 시골 아낙. 행동하지 않았다면 평생을 그저 그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쳇바퀴를 돌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꿈을 위해 모든 두려움을 이겨냈다.

 

10kg의 배낭을 메고 800km의 길을 걸으며 또 다른 세상을 만난 시골 아낙의 좌충우돌 순례기는 읽는 내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중간 중간 포기할까 고민하는 그녀의 속마음에 이겨내라고 응원하게 되고 세계 곳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때면 그녀의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누구라도 떠날 수 있지만 용기 있는 자만이 자신의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결국 나의 다짐이 나를 만든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산티아고 순례 길(까미노)은 크게 세 구간으로 나누는데 초반의 1/3은 고통의 길, 중반 구간은 명상의 길, 마지막은 깨달음의 길이라고 한다. 시간 순으로 작성된 이 책은 초반 적응기의 저자, 어느 정도 탄력이 붙어 순례자다운 저자, 고도의 수행으로 완성된 저자 등 한 권의 책을 통해 성장하는 저자를 만날 수 있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순례자들의 인연도 신기했다.

 

 

매일매일 자신이 걸은 구간을 소개해주는데 읽으면서 여긴 꼭 준비해서 가야 돼! 라고 다시금 다짐하게 된 곳은 쿠르스 데 페로라는 철십자가다. 순례자들은 철십자가 앞에서 각자 고향에서 가져 온 돌을 놓고 소원을 비는데 그 모습을 보니 절로 경견해진다. 나도 저 곳에서 꼭 한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샘솟는다. 저자는 무게를 걱정해 돌을 가져가지 않아 아쉬워했는데 나는 꼭 예쁜 돌을 챙겨가야겠다.

 

박미희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를 통해 꿈을 꾼다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하여 첫 도전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녀가 보여주는 또 다른 세상은 어떤 곳일까. 산티아고 순례길도 멋지게 걸었으니 그 어떤 것이라도 잘할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아디오스 산티아고! 나도 멀지 않은 미래에 이 말을 외치고 싶다. 책 말미에 저자의 글이 어떻게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나 탄생 배경을 실었다. 너무 멋진 남편을 둔 저자가 부러울 뿐이다. 남편 분께서 하늘나라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저자를 얼마나 흐뭇하게 바라보실까. 두 사람의 끈끈한 애정과 가족의 든든한 지지로 만들어진 <나홀로 산티아고>가 더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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